의회 결정 한계 지적…“주민투표 배제된 통합은 정당성 잃어”‘사정 변경’ 속 새 법안 직격…“충청권 이익 지킬 전략적 대응 필요”
  • ▲ 박희조 구청장.ⓒ동구
    ▲ 박희조 구청장.ⓒ동구
    박희조 대전 동구청장은 대전·충남 행정 통합 논의를 두고 “속도를 이유로 주민 동의를 생략한다면 그 통합은 출발부터 정당성을 잃는다”고 직격했다. 

    9일 박 구청장은 본지와 대전언론인 클럽 기자 등과 만남을 통해 의회 결정만으로는 행정 통합의 민주적 정당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주민투표를 포함한 직접 참여가 배제된 현재의 논의 구조를 문제 삼았다. 

    특히 초기 제안 국면과 달리 ‘지역 정서와 어긋난 새로운 법안’이 등장한 점을 ‘사정 변경’으로 규정하고, 충청권 이익을 지키기 위한 정치권의 전략적 대응과 분명한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구청장과 일문일답이다.

    - 대전·충남 행정 통합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고, 이 논의로 구청장님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통합 자체를 반대하거나 찬성의 문제로 단순화할 수는 없다고 본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방식으로, 누구의 동의를 받아 추진하느냐’이다. 행정 통합은 행정구역 조정이 아니라 주민의 삶의 틀을 바꾸는 결정이기 때문에, 그만큼 정당성과 절차가 중요하다.

    - 정당성의 핵심으로 ‘주민 참여와 동의’를 강조했는데?

    ”그렇다. 지금 논의의 가장 큰 쟁점은 ‘주민 참여가 어디까지 보장돼야 하느냐’이다. 의회 논의만으로 충분한지, 아니면 주민투표 같은 직접적인 동의 절차가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 의회 결정과 주민투표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어느 하나만이 정답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분명한 것은, 주민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통합은 이후에 더 큰 갈등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통합의 속도보다 과정의 신뢰가 더 중요하다.

    - 이번 통합 논의 과정에서 ‘사정 변경’이 있었다는 지적도 했는데?

    ”처음 이장우 시장과 김태훈 지사가 제안했을 당시에는, 여야가 함께 논의 구조 안으로 들어와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갑자기 새로운 법안이 등장했고, 그 내용이 지역 정서와도 다소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 그로 인해 논의의 양상이 달라졌다고 본다.

    - 현실적으로 주민투표 등 참여 확대가 쉽지 않다는 의견도 많은데?

    “시간도 부족하고 예산도 많이 드는 게 사실이다. 다만 가능하냐 불가능하냐를 떠나서, 그런 요구를 제기하는 그것 자체가 필요하다. 충청권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주장으로서 의미가 있다.”

    - 이런 문제 제기를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말씀인지?

    “그렇다. 지역이 불리한 상황이라면 불리하다고 말해야 하고, 문제가 있다면 언론과 공론의 장에서 분명히 제기해야 한다. 그런 역할은 기본적으로 야당이 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지금은 그 목소리가 충분히 나오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 동구에서는 ‘소통 행정’을 꾸준히 강조해 오셨는데?

    “소통이라고 해서 특별한 방식을 쓰는 건 아니다. 당사자들과 지속적으로 만나 이야기하고, 그 과정에서 나온 의견을 정책으로 연결하는 구조이다. 특히 보육·교육 분야에서는 이런 방식이 매우 중요하다”

    - 정책이 간담회에서 출발했다는 말씀이 인상적인데?

    “실제로 그렇다. 도시락 배달, 눈썰매장, 물놀이장 같은 정책들도 행정 내부에서 먼저 나온 아이디어가 아니다. 현장에서 ‘이런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나왔고, 그것을 행정이 다듬어 정책으로 만든 사례이다.”

    - 그 결과는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정책 수용성과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 주민 입장에서는 ‘행정이 해준 정책’이 아니라 ‘내가 요구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 반대로 이런 소통 방식의 한계도 있을 것 같은데?

    “분명히 있다. 간담회에 참가한 분들은 과정을 알고 공감하지만, 참여하지 않은 다수 주민은 그 과정을 알기 어렵다. ‘누가, 언제, 어떤 이야기했는지’ 체감하지 못하는 구조라는 점은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

    - 결국 행정 통합 논의와도 맞닿아 있는 문제로 보이는데?

    “맞다. 통합이든 자치든 결국은 자치권을 얼마나 가지고, 그 안에서 주민 의견을 얼마나 폭넓게 반영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위에서 결정하고 아래에서 따라가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  박 구청장과 동구 행정이 지향하는 핵심 키워드는 무엇인지?

    “‘교육’, ‘미래’, ‘소통’이다. 다만 이 키워드를 말로만 쓰는 게 아니라, 주민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참여와 더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