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괴석과 뛰어난 경관 조망할 수 있는 산행 [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충남 금산군 편
-
서대산(해발 904m)은 충남 금산군 추부면과 충북 옥천군 군북면에 걸쳐 있는 충남의 최고봉이다. 이 산은 땅속에서 그대로 솟아 오른 듯이 우뚝 서있고, 산세가 온후하면서도 웅장한 모습이다. 옛날 서대사(西臺寺)가 있었다 하여 서대산(西臺山)이라 명명됐다고 전한다.산행은 서대산 개덕사(開德寺)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제4코스(개덕사~서대폭포~약수터~직녀탄금대~관측소~서대산)로 정상에 올랐다가 제1코스(서대산~장군봉~북두칠성바위~사자바위~신선바위~선바위~용바위~개덕사)로 내려와 원점 회귀한다.
-
개덕사의 대웅전 앞 계단에는 불언(不言), 불문(不聞), 불견(不見)을 상징하는 세 분의 부처님이 계신다. 불언은 나쁜 말을 하지 말고 항상 옳은 말을 익혀야 한다는 것이고, 불문은 비방과 칭찬의 소리에도 평정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며, 불견은 남의 잘못을 보려 힘쓰지 말고 항상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옳고 그름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개덕사의 대웅전은 계룡산 연천봉과 연결되어 자리했으며, 산신각에는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루어준다는 영험한 여산신이 모셔져 있다. 대웅전과 산신각 사이에 장수와 행복의 상징 거북 바위가 있고, 대웅전 우측에는 지장전추모관(地藏殿追慕館)이 위치하고 있다.
-
먼저 대웅전 정면의 우측 뒤에 있는 서대폭포로 간다. 이 폭포는 높이가 약 20m 정도이고, 아무리 가뭄이 들어도 물줄기가 마르지 않는다. 서산대사가 이곳에서 기도하여 득도하였다고 전해져 오는 상서로운 기(氣)를 내뿜는 자연폭포다.거대한 바위 사이에 형성된 서대폭포에는 가뭄으로 인해 물이 졸졸 흐르지만 용소에는 물이 가득 차있다. 비록 작은 낙수일지라도 생명을 일깨우는 감로수이다. 이제 대웅전 정면의 좌측에 있는 등산로 이정표로 이동하여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
개덕사 뒤편에 조성된 산길을 오르는 도중에 서대폭포 상부에 올라 용소를 내려다본다. 등산로 초입 구간은 심하게 패인 곳과 암반 및 잔돌이 뒤섞인 산길을 오른다.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즈음에 개덕사 기점 0.5㎞ 지점에 있는 돌탑공원을 지난다.서서히 고도를 높여갈수록 산길에는 잔돌이 요술을 부린 것처럼 점점 커지면서 바위로 변한다. 바위는 병풍 모양의 거대한 암봉으로 바뀌고, 암봉이 이루는 직벽 사이를 숨 가쁘게 오른다. 종아리가 당기고 입이 말라오는가 싶더니 잠시 쉬어가라고 약수터 쉼터가 반긴다. 약수터에는 물이 말라 있어, 가져온 보이차로 목을 축인다.
-
산길에는 기암괴석들이 즐비하고, 굴참나무 사이로 단풍나무 군락지가 제법 많다. 가을 단풍 산행이 기대된다. 한참을 지그재그로 산길을 오르지만 쉽사리 능선을 내어주지 않는다. 가파른 바윗길을 오르면서 능선에 다 왔나보다 하는데 산비탈을 가로질러 간다.개덕사 기점 1.5㎞ 지점에서 세거리 이정표를 만난다. 이곳에서 서대산까지는 좌측 능선으로 0.25㎞를 더 가면된다. 능선의 전망 장소에서 풍광을 조망하지만, 자욱한 미세먼지가 심술을 부린다. 이상기후로 인한 몽골의 사막화 때문에 갈수록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린다. 정부나 국민 개개인은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
능선을 약 0.05㎞를 더 오르면 쉼터가 있다. 이곳에서 우측 방향으로 0.1㎞를 이동하면 옥녀탄금대에 이른다. 깎아지른 거대한 바위 벼랑 사이를 로프에 의지해 내려가니, 거대한 암봉의 벼랑 사이가 선반처럼 평지를 이루고 있다. 이곳이 옥녀탄금대이다. 바위들이 뒤섞여 형성된 자연동굴은 기도처로 사용되고 있다. 평지에는 텃밭도 일구고 있다.서대산 정상 방향으로 철판다리를 건너 옥녀탄금대를 이루는 웅장한 바위를 휘돌아 능선으로 올라간다. 그곳에서 0.1㎞ 전방의 서대산 정상 돌탑과 서대산 강우레이더관측소를 조망한다. 정상에 오르니 돌탑에 앙증맞게 정상석이 올라 앉아 있다, 정상 주변의 잡목들과 강우레이더 관측소가 시야를 가려서 전망은 시원치 않다.
-
서대산 강우레이더 관측소에는 등산객을 위한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다. 관측소 철망 옆으로 하산하면서 서대산 드림리조트에서 운영했던 모노레일을 만난다. 리조트가 활성화 되어 모노레일이 신나게 사방 다녔으면 좋겠다.암릉을 넘어 장군봉 옆으로 비탈을 따라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면서 여러 기암과 자연동굴을 만난다. 서대산 정상 기점 0.4㎞를 하산하면 장군봉 석문(將軍峰 石門)에 이른다. 이 석문은 두 바위 사이에 바위가 끼어져서 형성된 자연 문이다. 상당히 미끄러워 추락에 조심해야 한다.장군봉 석문을 지나 암릉에 올라서서 장군봉과 관측소, 그리고 서대산의 정상 자락을 조망한다. 이곳에서 사방팔방으로 일망무제(一望無際)의 조망을 감상한다. 헬기장을 지나 서대산 정상 기점 0.6㎞ 지점에서 흥국사 세거리를 지난다.
-
간간이 작은 암릉을 만나지만 편안한 능선을 약 0.1㎞ 더 진행하면 견우와 직녀의 사연이 서려있는 북두칠성바위를 만난다. 두 번째 헬기장을 지나 서대산 정상 기점 1.0㎞ 지점에서 사자바위를 만난다. 어찌하여 북두칠성이고 사자바위인가? 그건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다.사자바위에서 신선바위로 조금 이동하면 신선바위의 옆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 바위를 만난다. 솟아오른 절벽에 평상을 올려놓은 것 같은 신선바위에 마음을 빼앗긴다. 그곳엔 금방이라도 신선이 나타나 거닐 것 같다. 필자도 덩달아 신선이 된 듯하다.마지막 암릉을 건너면 서대산 정상 기점 1.2㎞ 지점을 지난다. 이곳부터는 돌계단을 밟으며 지그재그로 춤추듯 내려간다. 0.2㎞를 내려와 신선바위를 거닌다. 잠시 신선이 되어 아웅다웅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한심한 듯 투영해 본다.
-
신선바위에서 0.2㎞를 하행하면 선바위에 이른다. 하늘로 향하는 모습을 보니 양기(陽氣)를 품고 있는 듯하고, 그 양기를 붙잡고 있는 땅의 음기(陰氣)의 기운이 조화를 이루니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자연의 모습이다.선바위에서 0.3㎞를 하행하면 제비봉에 이른다. 그곳에 오르니 제비 대신에 다른 새들이 앉아 지저귀고 있다. 제비봉에서 0.3㎞를 내려오면 두 개의 커다란 바위가 맞대어 만든 자연동굴이 있는 용바위를 만나다.강우레이더 관리소를 지나 좌측으로 이동하면 등산로 3코스의 들머리를 지난다. 용바위에서 0.4㎞ 포장길을 따라 이동한 후, 그곳에서 좌측 방향의 개덕사로 0.4㎞ 산길을 따라 원점 회귀하여 서대산 7.0㎞ 산행을 마무리 한다.
-
오늘 산행은 기암괴석과 뛰어난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멋진 산행이었다. 그러나 제1코스의 하산은 매우 까칠하고 위험했다. 땅이 녹으면서 질퍽해진 산길에서 두 번씩이나 미끄러졌다.개덕사를 출발하여 마을을 지나면서 산수유 꽃망울에 매료되어 가던 길을 멈춘다. 겨울 내내 얼었던 땅을 녹이며 따스한 봄소식을 전해주는 산수유의 노란 꽃망울이 마음을 넉넉하고 포근하게 한다. 환희와 행복은 물론 미움도, 슬픔도, 원수까지도 사랑하되, 그 사랑이 ‘영원불멸한 사랑’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