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서원대학교
#1. 지난 3월 8일 김경수 경남지사가 ‘전 국민에게 100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라는 얘기를 꺼냈을 때, 양식이 있는 사람들은 선거용 포퓰리즘 발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인 김경수 지사가 제안했으니 문 대통령의 의중일 거라 보았다. 문재인 정권이 선거 승리를 위해선 어떤 일도 서슴지 않았던 터라 총선 전에 김 지사가 군불 때고 문 정권은 곧 명분을 찾아서 실행을 시도할 거라 본거다.
그 후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자신의 SNS에 ‘김경수 지사의 국민기본소득 100만 원 전국민지급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라고 밝혀 김경수 지사의 긴급재난지원금 주장에 힘을 보탰다. 이어서 박원순 서울시장도 김 지사의 뜻에 힘을 실어줬다. 어떤 지자체는 앞서서 재난지원금을 지급 의결하기까지 했다.
김경수 지사가 깃발 들고 이재명 지사가 북치고 박원순 시장이 장구를 친 격이어서 정권 진영의 장단이 척척 맞았고, 분위기가 이러니 언제 어떤 명분으로 돈을 뿌릴지 결정하는 일만 남았던 게다.
#2. 마침 ‘코로나19’ 역병이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생업이 막힌 서민 생계가 위협받으니 너무도 자연스레 김 지사의 제안이 힘을 받기에 이르렀다. 세계가 ‘코로나 19’ 역병 대유행으로 혼란에 빠지면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예산을 편성하여 경제적 어려움에 몰린 서민에게 현금 살포를 한다고 하니 우리 정부도 현금 살포의 좋은 명분을 얻은 거다. 선거철에 아주 그럴듯한 이유와 명분으로 정권이 마음 놓고 선심을 쓸 수 있으니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고, ‘꿩 먹고 알도 먹는 격’이다.
정권의 관점에서 문재인 정권은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도 하늘이 도와주고 있다고 여길 법하다. ‘소득주도성장’ 경제정책 등으로 지난 3년 동안 경제가 죽을 쑤어 서민 살림살이가 팍팍해졌고, ‘코로나 19 감염병’을 초기에 봉쇄하지 않아 국내 발병자 수와 사망자 수가 급속히 늘어 ‘감염주도방역’이라 원성을 받던 터였는데, 미국과 유럽의 주요 선진국에서 코로나 19 감염병 사태가 우리보다 더 심각해져서 상대적으로 정부가 선방하고 있다는 평을 받으니 그렇다. 참 아이러니하다.
문 정권은 이 또한 좋은 시운을 받은 거로 여길지도 모른다. ‘코로나19 감염병’ 사태에도 중국 눈치 보느라 과학적 방역책 대신 정치적인 방역책을 밀어붙여서 초기방역에 실패한 탓에 지금도 국민이 힘들게 지내고 있고 방역 일선의 의료진과 공무원이 개고생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3. 지난 3월 31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정부는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국민에게 최고 100만 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당장 호구지책이 어려운 서민에겐 구세주 같은 결정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생계가 어려워진 서민이나 자영업자에게 한시적이나마 국가가 지원해주어 역병 난국을 이겨내도록 도와주는 건 마땅히 나라가 해야 할 일이다. 다만 나라 재정 여력도 고려하면서 최대한 신속하게 선택적으로 돕는 게 좋을 것이다
문제는 적자 예산으로 긴급 투입되는 재난지원금이 공정하고 공평하게 잘 분배가 되겠는가라는 의문이다. 머리 가르마 타듯 7대 3으로 국민을 나눠서 3에 해당하는 국민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서 오히려 하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도움이 절실함에도 안전망 사각지대에서 긴급재난지원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그 모든 경우를 따지다가 서산으로 해가 넘어갈지도 모른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라는 옛 속담처럼 공돈을 준다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다. 나랏돈이 화수분에서 나오는 게 아닌 한 긴급재난지원금을 계속 줄 수도 없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 진정될지 알 수 없는데 이후 사태에 대비하는 계획이 보이지 않는 것도 큰 문제이다.
동물들이 평화롭게 노니는 벌판에 먹이 덩어리를 던져주면 동물들이 먹이를 서로 차치하려고 다투기 때문에 벌판은 아수라장이 된다. 정부가 뿌리려고 하는 긴급재난지원금 분배가 자칫 그런 판국이 될까 우려된다.
#4. 포퓰리즘의 본질은 공짜 돈을 푸는 정책이다. 아무리 긴급한 상황이더라도 51조 원이라는 큰돈을 빚내서 일회용으로 써버리는 정책은 이번으로 그쳐야 한다. 비록 지금이 어렵더라도 일거리를 만들어 일자리를 챙겨주는 선순환 정책을 펴야 한다. 7대3이든 8대2이든 머리 가르마 타듯 편 갈라서 돈을 뿌리는 정책은 매우 나쁜 ‘돈퓰리즘’이다.
앞으로도 이런 돈퓰리즘이 계속된다면 무상현금복지의 단맛에 빠져서 우리 후대가 베네수엘라 국민처럼 살게 될지도 모른다. 분명한 진실은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거다. ‘돈퓰리즘’은 이번으로 끝나야 한다. 4‧15 총선에서 국민의 바른 판단과 선택이 그래서 중요하다. 나라와 후대의 미래를 위해 정말 현명하게 판단해 투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