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 백석대 지역혁신추진단장 “노인 주도 인생 2막 플랫폼, 지역이 나서야”김 단장 “시니어의 자발적 삶 설계 돕는 플랫폼, 지역이 먼저 나서야”“시혜 아닌 투자… 배우고 일하고 싶은 신노년 위한 공간, 지금 준비해야”
  • ▲ 김혜경 백석대학교 지역혁신추진단장.ⓒ이길표 기자
    ▲ 김혜경 백석대학교 지역혁신추진단장.ⓒ이길표 기자
    “천안에는 노인 인구가 무려 28만 명입니다. 그런데 시니어 클럽은 단 한 곳뿐이에요. 인구 4만 명인 청양에도 하나는 있는데 말이죠. 이게 지금 천안의 현실입니다.”

    최근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한 김혜경 백석대학교 지역혁신추진단장의 말에선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그는 지난 수년간 그는 지역의 노인복지 현장을 직접 몸으로 부딪쳐온 인물이다. 백석대학교에 ‘실버센터’를 만들어 직접 운영하고, 지역 경로당 어르신들과 소통하며 실질적인 노년 지원책을 고민해왔다. 그에게 시니어 세대의 ‘삶의 질’은 단순한 복지의 문제가 아닌, 지역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근본적인 과제였다.

    “예전에 실버센터를 운영할 때 친해졌던 어르신들이 지금도 연락을 주세요. ‘서북구에도 시니어 센터 하나만 만들어주세요’라고요. 천안시에 민원도 넣고, 복지과장에게도 말씀하셨다는데, 좀처럼 진전이 없어요. 저도 나이가 드니까, 이제는 제가 시니어 클럽에 가야 하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죠.”

    김 단장은 천안의 노인복지 인프라가 인구 규모보다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천안의 전체 인구는 70만 명에 육박하지만, 노인복지관은 단 2곳뿐이다. 반면 전주시의 경우, 이미 10여 년 전부터 9개의 복지관이 운영되고 있었다. 단순한 숫자의 비교가 아니다. 그는 “지역 행정의 마인드 자체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행정을 책임지는 분들의 관점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입니다. 지금 55세에서 70세 사이의 ‘신노년 세대’, 이른바 제2차 베이비붐 세대는 전통적인 노인의 이미지와는 전혀 달라요. 여전히 배우고 싶고, 뭔가 해보고 싶은 욕구가 강한 세대입니다.”

    그는 이들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을 구상해왔다. 이름하여 ‘유스리(Youthrey)’ 모델. 영국의 시니어 학교 운영 사례에서 착안한 이 개념은 단순한 교양 강좌를 넘어, 자아 탐색, 자기 재설계, 커뮤니티 활동, 심지어 취업과 창업까지 포괄하는 입체적인 교육 생태계를 지향한다.

    “지금의 평생교육 프로그램은 80세 이상 노인들에게 맞춰져 있어요. 정작 제2의 인생을 설계해야 할 60대 초중반은 갈 곳이 없어요. 그래서 은퇴자들이 문화센터에 등록하거나 카페에 모여 잡담하는 게 전부예요. 이것이 과연 지속 가능한 노년일까요.”
  • ▲ 김혜경 백석대 지역혁신추진단장이 천안 지역 시니어클럽과 노인복지 시설의 부족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며,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노인 지원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이길표 기자
    ▲ 김혜경 백석대 지역혁신추진단장이 천안 지역 시니어클럽과 노인복지 시설의 부족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며,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노인 지원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이길표 기자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그는 16년 전 ‘5만 클럽’이라는 독특한 시니어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참여자 50명이 매달 5만 원씩 회비를 내는 방식이다. 한 달에 250만 원의 예산으로 서울에서 강사를 초청해 강연을 열고, 음악회도 하고, 문화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회비 중 일부는 간사 역할을 맡은 주부 경력단절 여성에게 사례비로 제공해 일자리도 창출했다.

    “250만 원이면 충분했습니다. 100만 원은 간사님께 드리고, 나머지로 강연비와 간식비를 쓰면 충분히 한 달이 돌아가요. 누구나 매달 5만 원 정도는 낼 수 있어요. 이건 ‘복지’가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삶의 질’입니다.”

    이 5만 클럽은 수년간 자생적으로 운영되다 최근 국가의 지원을 받아 사단법인으로 전환됐다. 이제는 김 단장의 구상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온 셈이다. 그는 이 모델을 지역 혁신의 중심인 ‘라이즈(RISE)’ 사업과 접목해 확장하고자 한다. 단순한 복지 시설이 아니라, 일자리, 교육, 의료 돌봄까지 융합된 ‘노인 주도형 복합 플랫폼’을 만들자는 것이다.

    “지역 내 협동조합 모델이 중요합니다. 사회적기업, 의료·돌봄 협동조합, 교육 협동조합까지 어우러지면 시니어 삶의 질은 획기적으로 달라질 수 있어요. 그런데 아직도 행정에서는 교수들에게 시키려고 해요. 전문가를 영입해 체계적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인터뷰 말미, 그는 “누구든 몇 년 안에 은퇴를 맞고 인생 2막을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갈 곳이 없다. 이런 현실을 바꾸는 건 결국 지역사회와 행정의 의지”라고 재차 강조했다.

    “사람이 어디서든 배우고, 어울리고, 성장할 수 있어야 삶이 지속합니다. 나이 든다는 건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지금이라도 준비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 갈 곳 없는 노년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

    한편 ‘유스리(Youthrey)’는 김혜경 지역혁신추진단장이 제안한 노인복지 모델로, 영국의 시니어 학교 운영 사례에서 착안하였습니다. 이 모델은 단순한 교양 강좌를 넘어, 자아 탐색, 자기 재설계, 커뮤니티 활동, 심지어 취업과 창업까지 포괄하는 입체적인 교육 생태계를 지향한다. 김 단장은 이를 통해 60대 초·중반의 은퇴자들이 문화센터에 등록하거나 카페에 모여 잡담하는 수준을 넘어, 지속 가능한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