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10억에 발목 잡힌 1조원대 규모 오송2산단

충북도가 1조원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오송 제2생명과학단지가 기초공정이 마무리돼 가고 있는 가운데 약 10억원 상당의 200년 된 옹기가마 보상을 놓고 주민과 마찰을 빚고 있어 눈총을 받고 있다.

특히 청주시 오송지역은 충북도가 새 정부의 ‘충북바이오밸리’ 공약에 힘입어 전국 제일의 바이오 산단으로 육성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현지 주민들에 대한 보상처리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어 그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송2산단은 오송읍 봉산리와 정중리 일원 328만3844㎡(99만5000여평)에 공영개발 방식으로 추진 중이며 충북개발공사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사업주체를 맡고 있다.

KTX오송역 바로 옆에 위치해 분양률 100%를 기록하고 있으며 오송1산단과 더불어 국가산단 지정을 내다보고 있는 오송3산단까지 완성되면 명실상부한 ‘충북바이오밸리’가 완성될 전망이다. 

그러나 100%의 분양률에 어울리지 않게 주민 보상과정은 순탄하지 못한 실정이다.

특히 봉산리에 위치한 200년 된 옹기가마시설에 대해서는 법적분쟁까지 치닫고 있다. 이 옹기가마시설은 문화재청으로부터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았으나 7대 전수자 박재환 옹이 충북도무형문화재 12호 옹기장으로 지정되며 역사적 가치에 대한 보존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산단 측(충북개발공사·한국산업단지공단)은 이 옹기가마시설에 대해 일반적인 보상금만을 산정했고 급기야 옹기가마 전수자 박성일 씨는 2015년 법원에 수용보상금증액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은 지난 10일 2년여 만에 산단 측이 제시한 보상금의 2.5배 배상을 판결했다. 옹기가마시설 중 제2흙가마에 대한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문화재청도 지난 4일 문화재시굴을 위해 철거 유예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같은 법원과 문화재청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산단 측은 지난 21일 굴삭기를 동원해 주변 시설물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제2흙가마의 일부분을 무참히 훼손시키고 말았다.

이 같은 행위에 대해 산단 관계자는 “개발공사에서 철거하라는 공문을 받고 장비를 지원했다”고 답했고 개발공사 관계자는 “합의서에 따라 철거요청을 했으며 현장에 참관 만 했다”고 답했지만 구체적인 철거행위에 대한 책임은 서로 떠넘기는 형국이다.

박성일 씨는 폐허가 된 현장에서 “이 같은 무지한 행위를 사법기관에 고소해 끝까지 형사책임을 묻겠다”며 울분을 삭이지 못했다.

반면 보상주체인 산단 측은 “기본 보상가액보다 3배나 높게 배상 판결이 났기 때문에 항소는 불가피 할 것”이라고 내비쳤다. 이들의 항소 기일은 오는 30일이다.

만약 이들이 배상판결에 대한 항소심에 들어가고 박성일 씨 또한 제2흙가마 무단 철거와 관련, 형사 고발을 예고하고 있어 지루한 소송전으로 전개될 양상을 띠고 있다.

문제는 섬처럼 남아 있는 옹기가마시설에 대한 보상이 계속 시간을 끌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산단 전체 공사에 차질을 빚게 된다는 점이다.

현장에는 이미 기초 토목공사가 진행 중이며 곧이어 분양받은 사업자들의 본격적인 건축행위가 시작될 시점이다.

특히 1만1739세대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계획 중인 동아라이크텐의 경우 이 아파트의 분양 성과가 곧 오송2산단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을 만큼 대형사업을 앞두고 있다.

산단의 한 관계자는 “1조원대 초대형 산단을 조성하면서 10억원대의 보상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충북도와 경자청 등이 나서서라도 원활하게 보상을 마무리하고 산단조성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성일 씨는 오는 30일 충북도청에서 200년 된 옹기가마시설에 대한 가치와 보존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들에게 억울함을 읍소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