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사실 대자보 붙여놓는 꼴”…평화비전국연대 “막말 사과” 촉구
  • ▲ 평화비전국연대가 22일 충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화의 소녀상과 관련, 폄하하는 막말을 한 이기원 전 바른정당 충남도당 대변인을 강력 규탄하며 당 차원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평화비전국연대
    ▲ 평화비전국연대가 22일 충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화의 소녀상과 관련, 폄하하는 막말을 한 이기원 전 바른정당 충남도당 대변인을 강력 규탄하며 당 차원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평화비전국연대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평화비전국연대’(이하 연대)가 “바른정당은 이기원 전 충남도당 대변인의 평화의 소녀상 관련 폄하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천안평화나비시민연대, 서산평화의소녀상존회, 대전평화나비시민행동 등 전국 20여개 단체로 구성된 평화비전국연대는 22일 충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평화의 소녀상과 관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폄하하는 막말을 한 이기원 전 바른정당 충남도당 대변인을 강력 규탄하며 당 차원에서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연대는 “이 전 대변인이 상식 이하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우리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에 대한 역사적 이해는 커녕 여성 비하, 여성 차별의 시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발언은 도저히 상식 있는 정당인이라고 믿기 힘든 낮은 수준의 것”이라고 거세게 비난을 쏟아 부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가부장적인 한국사회에서 피해 경험에 대한 침묵을 강요받았지만 마침내 용기를 내어 우리 앞에 당당히 서 일본 정부에 부끄러운 전쟁범죄를 반복하지 말 것을 요구하며 전쟁을 하지 말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특히 연대는 “이 문제는 한·일 간 역사문제이기도 하지만 인권 문제이고 여성문제이며 평화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면서 “이 씨는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강대국의 힘의 논리와 남성 중심적 시각에 갇혀있기에 그 정도 수준 이하의 발언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대는 “이 씨는 무엇을 부끄러워해야 하는지, 누구에게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 조차도 구분하지 못하면서 국민의 삶을 돌보는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바른정당은 이 씨를 지난 18일 제명조치 했지만 아직 어떤 공식적 입장도 내놓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분개했다. 

  • ▲ 이기원 전 충남도당 대변인.ⓒ이기원 전 바른정당 충남도당 창당준비위원 페이스북 캡처
    ▲ 이기원 전 충남도당 대변인.ⓒ이기원 전 바른정당 충남도당 창당준비위원 페이스북 캡처

    한편 이 전 대변인이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충남 보령에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 추진된다는 기사와 함께 ‘소녀상과 부국강병’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 전 대변인은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소녀상에 대해 “딸이나 소녀가 자기 어머니나 할머니가 강간당한 사실을 대자보로 붙여 놓은 꼴”이라고 발언해 물의를 일으켰다.

    그는 또 “외국 사람들에게 마이크를 대주면서 소녀상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하면 겉으로는 비극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돌아서자마자 자기들끼리 낄낄거리며 조선여자들을 비웃는 모습이 상상되지 않는가. 세계의 ♥집이라고 말이다”라고 글을 올려 크게 논란을 일으켰다.

    해당 글귀가 전국으로 일파만파로 알려지면서 도마에 오르자 바른정당은 지난 17일 이 전 의원을 제명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논란이 된 글을 삭제한 뒤 이에 굴하지 않고 또 다른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그는 “나의 소녀상에 대한 글에 대해 논란이 있는 것 같다. 이왕 쓴 김에 소녀상 문제에 대해 더 적고자 한다. 소녀상을 전국에 세우면 앞으로 우리는 그것을 매일 봐야 한다”면서 “매일 보면서 역사를 되새김질 하는 효과는 있으나 반면에 우리 국민은 트라우마를 항상 안고 살아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고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괴롭고 슬픈 일을 잊고 싶어한다. 망각의 능력이 있어서 인간이 트라우마에도 불구하고 살수 있는 것이다. 항상 안좋고 스스로 창피한 일을 되새김질 하는 것이 과연 정신건강에 좋을까 하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또 한가지 문제는 소녀상을 보는 것이 성인 만이 아니고 유소년들까지 모두 보게 된다는 점”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유소년들은 인격이 형성 중이므로 어느 부모나 모두 아름답고 즐거운 일을 자식들이 경험하도록 노력한다. 무섭고 슬픈 일들을 자식들이 인격형성기에 겪는 것을 피하도록 한다”며 “그렇게 해도 어느 정도 철이 들면 세상일을 알고 맞게 적응한다. 굳이 어린 유소년들에게까지 이런 부끄러운 일을 미리 알게 할 필요는 없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그는 “한·일 간에 위안부 문제가 쟁점이 된다고 해서 소녀상을 전국에 설치하는 것은 소탐대실이다. 역사를 기억하게 하려면 독립기념관과 몇 군데 설치하면 족하다. 그리고 교육 대상도 어느 정도 철이 든 연령부터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