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홍 전 서원대학교 수학과 교수
  • ▲ 박규홍 전 서원대 수학과 교수.ⓒ서원대
    ▲ 박규홍 전 서원대 수학과 교수.ⓒ서원대
    본 글은 최근 뇌경색을 겪은 필자의 치료 회복 과정을 바탕으로 쓴 것이다. 건강에 관한 관심과 관리, 치료 경험을 독자들과 공유하려는 목적으로 썼다.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우리 주변에 뇌졸중 후유 장애로 거동이 자유롭지 않은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뇌졸중은 사전 예방이 제일이지만, 비록 뇌졸중이 왔더라도 전조증상 단계에서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대부분 적기를 놓쳐서 큰 장애를 맞는 경우가 많다. 이 글이 70대인 필자 세대는 물론이고 50~60대 중년 세대의 건강 관리와 뇌졸중 예방과 치유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면서 쓴다.               

    #1. 필자에게 뇌경색이 찾아왔다. 평소 혈압·혈당이 정상이라고 믿었는데 뇌경색증을 맞다니 믿기지 않았다. 지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혈압·혈당 관리를 하고 있었지만, 필자는 검진에서 나온 수치가 약을 먹을 정도가 아니라는 사실만 믿고 혈압·혈당·체중 관리에 무관심했던 게 사달의 원인이었다.

    지난 5월 하순 무렵, 지방의 한 휴양림에서 모임이 있었다. 모임 자리를 파한 후 잠자리에 드는데 약간 어지럼 증세가 있었다. 그 주에 모임이 몇 개 있어서 좀 피곤해서 그러려니 여겼다. 한밤중에 화장실에 가려는데 시야가 어지러워 벽을 붙잡고 겨우 다녀왔다. 잠결이라 그러려니 하고 그냥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 밖에 나가니 어지럼 증세가 약간 사라져서 근래 친구들이 많이 겪었다던 이석증( 耳石症)이려니 생각하고 상경 귀가 후에 이비인후과에 들렀다. 의사는 30여 분 이석증 진단검사를 하고 나서 이석증 증세로 나타나는 어지럼증이 아닌 것 같으니 큰 병원 신경외과로 가보시라고 했다. 의사에게 진료의뢰서를 부탁해서 당일 오후에 서울 아산병원 응급실로 찾아
    갔다. 

    #2. 뉴스에 나온 것처럼 의정 갈등으로 주말 응급 진료받기가 어려울 줄 예상했는데 다행히 진료 접수가 가능했다. 응급실 문진 후 바로 MR과 CT 촬영을 했다. 판독 결과 ‘상세 불명의 뇌경색증’으로 진단되어 바로 집중 치료실로 입원하였다. 의사 말을 따르면 전조현상이 나타난 후 4시간 이내가 적기라는데, 이미 그 시간이 지났으니, 필자는 초기적기를 놓쳤던 게다. 

    목 경추 오른쪽 작은 혈관이 막혀서 나타난 뇌경색 증세였는데 막힌 혈관 부근에는 신경이 많이 지나가는 곳이라서 외과적 시술은 어렵고 용혈제를 투약하고 혈압을 올려 막힌 혈관을 뚫는 집중 치료에 들어갔다. 시간마다 간호사가 동공 상태를 관찰하고, 팔을 올려보게 하고, 손가락 상태와 마비 정도를 점검하면서 투약 주사량과 그에 따른 효과를 밤새워 점검하는 통에 비몽사몽으로 지내야 했다.

    보호자 자격으로 동행했던 아내의 말을 따르면, 혈압을 상승시킨 후에 혈관이 뚫리면 혈압이 내려가는데 두 번의 상승 시도 때까지 혈압이 내리지 않아서 결과가 나쁠 수도 있다는 말에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혹시 잘못되어 인지기능까지 장애가 올지도 걱정되었다고 했다. 

    다행히 세 번째 시도에서 혈압이 내려가기 시작했고, 혈압·혈당 수치가 안정되어서 빠르게 회복되었다고 했다. 사흘째부터 투약 주사 종류와 주사량을 줄이고 입원 엿새째 날 집중 치료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겼다. 집중 치료실로 신규 뇌졸중 환자들이 계속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3. 뇌졸중에서 혈관이 막히면 허혈성 뇌졸중, 즉 뇌경색이고 혈관이 터지면 출혈성 뇌졸중, 즉 뇌출혈이라고 한다. 필자는 뇌경색을 맞고서야 뇌혈관 질환이 상당히 위중한 병임을 알았다.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니 주변에 뇌혈관 질환자가 예상보다 매우 많았다. 

    뇌혈관 질환은 후유장해가 매우 크고, 그 장애가 오래간다고 한다. 잘못되면 인지기능 장애까지 생긴다는 사실을 기초 재활치료실의 중증 뇌혈관 장애인들을 실제로 목격하고서 알게 되었다. 

    비록 정상적인 혈압·혈당이더라도 70세 이상 고령이면 누구든 뇌졸중의 위험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고 한다. 최근 뉴스에서 프랑스의 유명 배우 ‘알랭 들롱’도 뇌경색으로 투병하다가 사망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고령이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병증이자 중요 사망 원인임을 직접 뇌경색을 맞은 뒤에야 늦게 알게 된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관리를 잘해야 하겠다고 다짐했다.

    필자는 경추 오른쪽의 작은 혈관이 막힌 가벼운 뇌경색이었다는 데도 왼쪽에 약한 편마비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산병원 집중 치료실에선 잘 몰랐지만, 재활병원으로 전원하고 나서 살펴보니 말이 약간 어눌하고 입술이 미세하게 삐뚤어져 보였다고 아내가 말했다. 

    필자가 느낀 장애로는 글씨를 쓰면 중·고 학창 시절 졸면서 쓴 글씨처럼 글씨가 뭉개졌다. 어지러움으로 바르게 혼자 보행할 수 없었다. 왼발을 들어 올리려면 발이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져서 난간을 붙잡지 않고는 계단 오르기가 어려웠다. 어지러움이 초래한 복시 현상으로 휴대전화 문자 입력이 어려워져서 몇 줄 문자를 입력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의사는 필자에게 나타난 마비 증세가 가벼운 것이라면서 퇴원 후 회복기 재활 치료를 잘하면 곧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만일 큰 혈관이 막혔더라면 장애가 매우 컸을 거라고 말했다. 뇌경색이었지만 장애가 크지 않아서 천운이라고 했다. 

    입원 이레째에 아산병원에서 퇴원하고 구급차로 재활병원으로 전원한 후에야 장애가 크지 않아서 천운이라고 했던 의사의 말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이해했다. 후에 들은 얘기이지만 재활병원에 걸어와서 입원하는 환자가 별로 없었다는 게다. 필자는 구급차에서 스스로 내려서 재활병원에 입원했었다. (다음 주에 ‘필자에게 뇌경색이 찾아왔다 (2)’에서 회복기 재활 훈련에 대한 글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