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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여행, 걷기여행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 2000년대 초반쯤이었다. 그리고 2010년 이후로 지방에 도보여행길, 둘레길, 문화탐방로와 같은 이름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왔고, 전국에 엄청난 ‘둘레길’이 조성됐다.
사람들은 걷는 것이 그저 덜 힘든 운동이라고 생각했고 런닝이나 등산보다 둘레길을 걷는 것이 쉽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걸으면서 한 장소를 반복해서 걷는 것을 싫증내면서 다양하게 걷고 싶은 계기를 만들어 내며 다양한 둘레길을 찾기 시작했다.
단순히 운동하듯 걷는 것 보다 걸으면서 대자연의 숨결을 느끼며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는 둘레길은 이제 여행이라는 콘텐츠로 거듭나고 있다.
충북 영동의 양산팔경 ‘금강 둘레길’은 2017년 4월 완공됐으며, 금강 주변 6㎞를 거닐며 뛰어난 경관을 볼 수 있어 이 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크게 각광받고 있다.
이 곳 둘레길은 송호관광지에서 다리 하나를 건너면 보이는 강선대가 초입으로, 무주 IC에서 24㎞, 영동 IC에서 28㎞ 거리에 위치해 있다.
양산팔경 금강 둘레길의 2경 강선대(降仙臺)는 양강 절경 중 가장 아름답다고 손꼽히는 곳이다. 유유히 흐르는 금강가에 우뚝 솟은 바위 위에 오롯이 서 있는 육각정자로 멀리서 보면 주변 노송들과 어울려 우아하고 고상한 멋이 흐른다. ‘한우가’로 유명한 임제의 시가 정자 안에 걸려 있어 풍류를 더한다.
3경 비봉산은 경치가 수려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정상에 오르면 금강과 양산면 일대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며 비단강 숲마을의 강변에는 바라보는 낙조가 아름답다.
높은 산이나 봉우리에 오르면 인간도 자연의 한 조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기 마련이다. 좀 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내려다 보면 평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한다.
양강이 시작되는 지점에 있는 4경 봉황대(鳳凰臺)는 옛날 봉황이 깃들던 곳이라 전해지는 곳으로, 조망이 매우 아름다우며 포구앞 절벽위에 있는 누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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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리에서 금강을 따라 약 500m 올라가면 강가의 커다란 나무에 보일 듯 말 듯 수줍게 서 있는 정자가 5경 함벽정(涵碧亭)이다. 함벽정에서 보이고 들리는 경치를 ‘함벽정팔경’ 이라 해 따로 즐겼을 정도로 풍치가 탁월하다.
금강을 사이에 두고 강선대와 마주하며 그와 버금가는 절경을 만들어내는 정자가 6경 여의정(如意亭)이다. 여의정을 감싸고 있는 송호관광지(松湖觀光地) 주변에는 100년 묵은 송림이 무려 1만여 그루나 자라고 있다. 이렇게 조성된 송호관광지는 28만4000㎡규모의 부지에 캐러밴, 물놀이장, 산책로, 놀이터 등을 갖추어 놓고 관광객들을 언제나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묵묵히 양강의 물살을 견디고 있는 8경인 용암(龍巖)의 경치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여름이면 여름대로 푸르게, 가을이면 색색이 단풍으로 강가를 화려하게 수놓은 송호관광지의 나무들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이루기 때문이다.
천태산 동쪽 기슭에 자리한 1경 영국사(寧國寺)는 풍광 좋은 절로서 양상팔경의 정수로, 조선시대 서당인 7경 자풍서당(資風書堂)과 인근에 위치해 이동 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이 곳 둘레길은 일부러 금강에 밀착시켜 완성했기에 걷고 있으면 강의 흐름과 호흡을 같이해 산 공기, 강 공기를 모두 들이키며 몸과 마음이 환기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처음부터 흐르는 금강과 하늘, 산, 나무까지 계산해 조화롭게 단장했으며, 그 중에서 걷기 어려운 난코스를 금강에 붙여 데크로 연결한 함벽정~봉황대까지의 코스가 가장 아름다운 압권으로 분류된다.
특히 둘레길을 걷고 나서 송호관광지 내 식당에서 닭볶음탕, 백숙, 매운탕 등을 즐길 수 있고 좀 더 특별한 먹거리를 원하면 10분 이내 식당을 찾아 자연버섯찌개(시골마실)와 어죽(가선식당, 선미식당) 등으로 원기를 회복할 수 있다.
또한 주변에 송호관광지, 국악체험촌, 쳔태산, 영국사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분포돼 있다.
양산팔경 금강 둘레길은 휴식과 재충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힐링이란 답을 주며, 세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는 위안을 줄 수 있는 경관적인 힘과 조화로움을 가지고 있어 지친 현대인이 자주 찾을 수 있는 쉼의 공간임에 틀림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