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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최근 충북 청주시가 제안한 서울~세종 고속도로의 ‘청주 경유’ 노선을 검토대상에서 배제한다고 밝혀 지역민들이 크게 실망하고 있는 가운데 유치 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그동안 KTX세종역 백지화를 위해 충북도와 시민단체 등이 추진해온 활동을 돌이켜 보면 조직력과 응집력, 대응력에서 큰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KTX세종역 신설 백지화를 위해 지역의 대부분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해 ‘비대위’를 구성하고 국토부 항의 방문을 비롯해 규탄대회, 궐기대회는 물론 각 정치권과 충청권 지자체에 지속적으로 반대의 당위성을 어필하며 도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냈다.
충북도 또한 비대위의 활동과는 별개로 오송역 택시요금 인하 노력과 비용 편익 제안 등 투트랙 전법을 구사하며 측면에서 비대위의 활동을 지원했다.
최근 국토부가 사전 타당성 용역 결과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발표하면서 사실상 ‘백지화’를 이끌어낸 결과는 이처럼 도와 도민의 조직적인 활동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서울~세종 고속도로 ‘청주 유치’를 위한 지역의 노력 모습은 세종역의 경우에 비해 응집력이 부족해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충북도가 적극적이지 못하다는데 있다.
도는 세울~세종 고속도로 청주 경유가 자칫 중부고속도로 남이~호법 확장에 영향을 미칠까 두려워 전혀 적극성을 띠지 않았다.
청주시와 공동으로 용역을 발주해 청주에 도움이 되는 노선을 찾는 과정에서도 유치를 위한 장점을 찾기보다는 중부고속도로 확장에 피해를 주느냐에 대한 계산에 만 집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용역결과 보고회에서 이범석 청주부시장이 “충북도가 청주시와 공동으로 국토부에 건의할 생각이 있느냐”고 다그쳤지만 도 관계자는 “검토해 보겠다”며 미온적 태도를 취했다.
이후 지난 4월 11일 청주시가 단독으로라도 ‘청주 경유’ 노선을 제안하려하자 도는 마지못해 공동으로 건의하겠다고 발을 들여놓으며 시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해갔다.
이 같은 도와 시의 굳건하지 못한 유치노력은 국토부가 원안을 고수하며 시가 제안한 노선을 검토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통보한데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청주시는 이에 대해 “서울~세종 고속도 청주경유의 당위성을 지속적으로 국토부에 설명해 관철시켜 나가겠다”고 즉각 대응했다.
그러나 충북도는 국토부에서 온 회신을 일주일이나 지난 후에 시에 통보하고 또 일주일여를 넘기고서야 국토부의 통보내용을 몇 줄의 보도자료로 내는데 그쳤다.
다만 25일 청주시청을 방문한 이시종 도지사는 “지역발전을 위해 천안의 반대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진천지선과 청주경유 노선을 국토부가 검토할 수 있도록 적극 건의하겠다”고 밝히며 무조건 반대는 아니라는 입장을 취했다.
또한 시민사회단체의 유치 활동도 세종역에 비하면 응집력과 확장성이 약해 보인다.
세종역의 경우 지역의 60여개 단체가 참여해 이전의 고속철도 호남 분기점 유치 때와 버금가는 강력한 추진력을 앞세워 도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냈다.
서울~세종 고속도로는 일부 단체가 활동하다가 지난달 3일 ‘제2경부고속도 청주남이분기점(동세종) 유치위원회’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유치 운동을 펼쳤다.
그러나 참여단체도 적고 무엇보다 ‘유치’의 당위성에 대한 인식의 범위가 청주권에 머물며 활동폭도 넓지 못했다는 평이다.
물론 유치위는 국토부의 ‘청주 배제’ 발표이후 “제3자 민자 제안공모 전까지 노선 재검토의 당위성을 지역 민간단체와 공조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히며 나름대로 뛰고 있지만 시민과 도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확장성은 부족해 보인다.
유치위의 활동이 확산되지 못하는 이유 또한 충북도의 적극성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충북도가 청주시와 힘을 합쳐 국토부에 대한 강력한 유치 활동을 보여줘야 시민과 도민의 동참이 이어질 수 있다.
더구나 새 정부가 들어서며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이시종 지사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높아진 상태다. 그러므로 이 지사가 나서야 도가 움직이고 도민이 동참하게 된다.
아직 국토부의 제3자 공모 전 단계에서 서울~세종 고속도로 ‘청주 유치’가능성은 남아있다. 이 지사의 의지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