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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설을 맞아 성묘한 선친의 묘역 앞에서 개헌을 통한 정치교체의 의지를 다시 한 번 되새겼다.
반기문 전 총장은 설인 28일 오전, 배우자 유순택 여사와 함께 고향인 충북 음성군 원남면 상당리 선영을 찾아 부친 묘역에 성묘했다. 반기문 전 총장이 민속 명절을 맞아 부친 묘역에 성묘한 것은, 유엔사무총장으로 선출된 2007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반기문 전 총장의 성묘에는 손자·손녀대(代)까지 가족과 친인척 30여 명이 함께 했다. "10년 만에 구정(음력설)을 처음 쇤다"며 감회가 새로운 모습을 보인 반기문 전 총장은 모처럼 한 자리에 모인 가족·친인척들에게 일일이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덕담을 건넸다. 손자·손녀들은 "할아버지"라며 일일이 안아주는 자상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부친 묘역에 헌작(獻爵)한 뒤, 재배(再拜)했다. 이후 헌작을 도와주던 친척이 잔을 건네며 마실 것을 권유하자, 최근 있었던 퇴주잔 논란을 의식한 듯 잠시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친척이 "음복은 우리의 전통 제례이니 괜찮다"고 재차 권하자 술잔을 받아 음복했으며, 뒤이어 유순택 여사도 음복했다. 친문(친문재인) 패권 성향 네티즌들의 음해 때문에 10년 만에 처음 국내에서 맞는 민속 명절 때 음복조차 눈치를 봐야 할 정도로 안쓰러운 정경을 노출한 것이다.
이처럼 귀국 이후 20일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수많은 음해모략에 무방비로 노출되며 고생했던 반기문 전 총장이지만, 이날 부친 묘역 성묘를 계기로 다시금 정치교체에의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었다.
반기문 전 총장은 성묘 직후 취재진과 만나 "대선 전 개헌에 문재인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고 있지만,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며 "국민의 65% 이상도 개헌을 지지하는 만큼 민의에 따르는 게 정치지도자의 책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선이 끝나면 분열한 국민의 아픈 마음을 다스릴 사이도 없이 다시 국회의원 선거를 치러 분열이 계속되니, 올해 대선 후 차기 총선과 대선은 함께 치러야 한다"며 "대통령 임기를 거기에 맞출 필요가 있다면 열린 마음으로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