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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희 충북도의장이 ‘사면초가(四面楚歌)’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충북도의회 분위기는 그가 힘겹게 쟁취한 의장직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분위기다. 마치 일전(一戰)을 앞둔 전쟁터처럼 전운(戰雲)마저 감돈다.
현재 ‘충북도의회 구도’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서는 안 되겠지만, 불신임안이 상정되는 순간 통과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새누리당 ‘반(反 )김양희파’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런 말을 숨기지 않고 있다.
결론적으로 그의 ‘리더십이 초심’으로 돌아가 반대 진영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한다면 도중하차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과반수를 넘는 자당 소속 도의원들과 의장후보 선거이후 반 김양희 파를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면서 9명의 의원들은 오히려 야당보다 더 강경한 ‘반 김의장파’로 구축되면서 민의의 전당이 갈등의 현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에는 위기감을 느낀 김 의장 측이 분위기 반전을 노려 새누리당 내 반 김양희파에 예결위원장과 원내대표 양보안을 내놓았는데도 반응은 시큰둥하다. 실기한 측면이 강하지만, 내분은 곪을 대로 곪아 터지기 일보 직전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김 의장 측이 의장에 당선되면 모든 것이 순탄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한 데다 패배자들에게는 ‘승자독식’ 원칙에 따라 상임위원장직 등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홀대한 것이 더욱 이들 관계를 악화 일로로 틀어지게 했다. 의장 후보 선거를 치르면서 불거진 감정들이 사그러들지 않은채 역으로 김 의장을 옥죄고 있는 형국이다.
게다가 김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세 번째 제출해 놓고 있는 더민주당 의원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장선배 부의장을 통한 상정을 벼르고 있다. 김 의장은 그야말로 고립무원으로 그를 돕고 있는 11명의 도의원이 전부다. 나머지는 모두 ‘적(敵)’으로 돌아섰다.
김 의장은 이시종 지사와의 불편한 관계도 지속되고 있다. ‘KTX세종역 대책회의’를 가질 때 두 사람은 얼굴을 붉힐 정도로 고성이 오고간 것만 보더라도 이 지사와의 관계는 불행히도 임기내내 나아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충북도청 안팎의 진단이다. 이런 상황도 그에게는 ‘암초’가 돼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김 의장이 왜 이런 어려운 처지가 됐는가. 결국 김 의장의 리더십 결여로 귀결된다. 그리고 ‘누님정치’라는 패거리정치가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우리는 충북도의회 의정 역사상 첫 여성 의장인 그가 불신임안이 받아들여져 도중에 하차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반면 지금 당장 김 의장이 임기응변의 꼼수가 아니라 진정심이 담긴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기만 한다면 실타래처럼 얽힌 문제가 풀릴 수 도 있다고 판단한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선거후유증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김 의장이 당내 의장 후보 선거 이후 반대파를 끌어안지 못한 이유가 가장 크다. 즉, 선거 종료 후 반대진영 9명의 의원을 내팽개칠 것이 아니라 곧바로 자기 사람으로 품어 안았어야 했다는 얘기다.
김 의장은 후반기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구성과 관련해 승자독식원칙만 적용했을 뿐 새누리당 소속 반대파 9명의 껄끄러운 의원들과 협의를 하지 않았다. 대신 전반기 의장단 구성에 홀대를 받았던 더민주당 의원들과 조율을 하면 모든 것이 잘 풀려나갈 것이고 후반기 의정운영도 안정적일 것이라는 근시안적인 생각에 함몰된 탓이 크다하겠다.
그러나 내재된 시한폭탄은 ‘MRO 특위’를 구성하면서 더민주민 의원들의 반발을 촉발시키면서 불신임안을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두 차례나 반려된 불신임안은 세 번째 제출되면서 의장지지세력 대 ‘반 새누리당+더민주당’구도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이 것이 그를 가장 곤혹스렇게 만들었다. 김 의장이 이 문제를 풀지 않는 한 갈등의 골은 증폭돼 끝내 폭발하고 말 것이다.
게다가 최근 새누리당 의원들간 의장후보 선출 과정에서 ‘돈 봉투’ 문제(당사자들은 빌린 돈 주장)가 터져나오면서 경찰의 수사가 불가피하게 됐다. 이것은 김 의장과 반대파가 가장 원치 않던 최악의 시나리오로 럭비공처럼 엉뚱한 곳으로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새누리당 반대 진영의 움직임을 보면 ‘김양희는 안 된다’는 것이 결론이라고 했다. 또한 최근 불거진 의장단 선거 당시의 ‘돈 봉투’ 보도는 김 의장 쪽에서 제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물론 김 의장 측은 아니라고 하지만 오해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또하나는 만약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돼 김 의장이 의장직에서 물러나는 순간 충북도의회 새누리당 의원들은 ‘쑥대밭’이 된다. 돈 봉투에 대한 경찰 수사와 함께 의장단 선거과정의 ‘투표용지 표기’ 등의 문제까지 수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충북도의회 역사상 가장 치욕의 날이자 모두가 공멸하는 순간을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부터 김 의장이 안정적인 충북도의회를 이끌어 가려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예결위원장과 원내대표 직을 반대 진영에게 내놓는 것은 물론이다. 일차적으로 이 문제를 풀고 가야 한다. 이어 자당 소속 의원들과의 그동안 쌓인 감정도 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김 의장은 새누리당 반대파와 더민주당이 연합해 불신임안을 끝까지 상정, 가결시키려고 할 것이다.
우리는 김 의장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난맥처럼 얽힌 충북도의회와 자신의 위기상황을 슬기롭게 풀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것은 무엇을 내려놓고 줄 것이냐의 ‘뺄셈 정치공학’에 달렸다. 그리고 김 의장은 ‘누님정치’ 등 패거리 문화를 청산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에게는 무엇보다 섬김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김 의장은 11명의 의장이 아니라 충북 도민, 충북도의회의 수장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충북도민들은 김 의장이 지금의 난제를 어떻게 결자해지할 것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 의장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