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500시간…잡초 뽑고 꽃씨 뿌리는 ‘행복 만끽’
  • ▲ 이용대씨가 봉양초등학교에서 해바라기를 가꾸고 있다.ⓒ김정원 기자
    ▲ 이용대씨가 봉양초등학교에서 해바라기를 가꾸고 있다.ⓒ김정원 기자


    부인은 교장, 남편은 학교에서 잡초를 뽑고 수목 등을 관리하는 자원봉사자.

    증평군청 공무원으로 퇴직한 충북 제천 봉양초등학교 자원봉사자 이용대씨(68)의 이야기다.
    이 씨는 학생 수 110명 규모의 봉양초에서만 500시간이 넘는 봉사활동을 했다.

    이 씨가 봉양초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 3월부터다. 지난해 부인인 지복례 교장이 이 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뒤 청주에서 출퇴근이 어렵게 되자 아예 학교 사택에서 부인과 함께 거주하면서 학교 허드렛일을 도맡아 처리하고 있다.

    이 씨가 학교에서 잡초를 뽑고 꽃을 가꾸기 시작한 것은 이 학교 부지가 3만3395㎡로 담당 업무를 맡은 직원이 있지만, 면적이 너무 넓어 엄두도 못 내는 데다 직원들의 일손도 모자라 추가 인력을 투입해 환경정비를 할 여건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아예 이 씨가 학교환경 정비 등을 자신해서 맡았다.

    이 씨가 봉사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학교에 잡초가 널려 있었고 학교 안팎은 그야말로 잡초와 잡목 등으로 주변 환경이 엉망이었고 한다. 

    이 씨는 지난 3월부터 진입로 정비를 비롯해 학교배수구정비, 운동장과 진입로 잡목 제거 등 학교 환경 정비, 골프연습장 관리‧아동골프지도, 학교 화단에 장미와 패랭이, 등산로 정비는 물론 코스모스 등 꽃 가꾸기, 실습지관리 및 쓰레기장까지 관리하는 등 그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깨끗이 정비돼 있다.

    지난 3월 4일 학교 봉사활동기록부에는 학교 정문 소나무 가지치기 및 잔재물제거, 골프 연습장 망설치 및 청소 등 3시간 동안 환경정비를 한 활동 내역이 기록돼 있었고, 7일에는 학교 진입로 개나리나무 주변 잡목 제거, 벚나무 전지작업 등 진입로 정비 등에 무려 6시간이 소요됐다.
    그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이 같은 일을 해왔다.

    하루 종일 학교에서 일하다보니 얼굴이 검게 그을린 이 씨는 “학교 텃밭과 구석구석에 꽃씨를 뿌리고 가꾸기는 힘은 들지만, 아이들이 꽃을 보고 즐거워하고 잘 가꾼 잔디밭과 운동장 등에서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보면 금새 힘든 것이 사라진다”며 “꽃씨를 수확하고 고추와 상추 등을 재배해 교사와 직원들에게 조금씩 나눠주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아침과 오후 낙엽을 수거하는 일도 그이 몫이다.

    이 씨는 제천시에 자원봉사자로 등록을 한 뒤 봉사활동을 시작했으며 무엇보다 교장의 남편이라는 점에서 직원들이 부담스러워 하지 않도록 말 한마디라도 세심한 주위를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 ▲ 이용대씨가 봉양초등학교에서 잡초제거작업을 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 이용대씨가 봉양초등학교에서 잡초제거작업을 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특히 공직에서 퇴임한 뒤 골프를 배워 싱글 실력을 갖춘 이 씨는 학교 미니 골프연습장에서 방과 후 어린이들에게 교육기부도 하고 있다. 그는 어린이들에게 골프채를 잡는 그립부터 스윙 등 기본기를 철저히 익히도록 가르치고 있다. 

    이 씨가 봉양초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학생들에게 깨끗하고 잘 정비된 학교라면 어린이들이 보다 더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는 확신에서 부인이 이 학교를 떠날 때까지 이 일을 계속할 생각이다.

    이 씨는 “잡초를 뽑고 나무를 가꾸고 수로 등을 정비하는 일은 힘들고 고단하지만, 무엇보다도 말끔하게 환경을 잘 정비한 곳에서 아이들이 맘 놓고 뛰어놀 수 있다는 점에 큰 보람을 느낀다”면서 “그리고 공직생활의 노하우를 활용해 학교에서 봉사하는 보람도 쏠쏠하다. 봉양초 어린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학습하는 모습은 지켜볼 때마다 정말 이 일을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밝혔다.

    봉양초 전연화 행정실장은 “이 선생님은 한마디로 노동력 제공이 엄청나다. 새벽부터 오후 늦게까지 꽃씨를 뿌리고 가꾸고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학교 가꾸기’를 정말 열심히 하신다”며 “‘교육기부’차원에선 아이들에게 골프까지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과 학교를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있어 너무 감사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