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노역 가해자 “예전엔 문제되지 않았다” 죄의식·반성기미 안보여
  • ▲ 김동식 국장.ⓒ뉴데일리 충청본부
    ▲ 김동식 국장.ⓒ뉴데일리 충청본부

    충북 청주시의 한 축사에서 지적 장애인을 18년간이나 노예처럼 부린 사건이 발생했다.

    청주 청원경찰서는 정신지체 2급인 지적 장애인 K모 씨(47)에게 임금을 한 푼도 주지 않고 일을 시킨 축산농가 김모 씨(68) 부부를 14일 입건, 조사하고 있다.

    K모 씨는 20여년 전 그 곳에서 멀지 않은 청주 오송에서 행방불명 처리됐다.

    그는 악취가 진동하는 축사 옆 쪽방에서 생활하며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노역을 강요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2평 남짓한 쪽방은 도배는 고사하고 날파리가 날리고 거미줄이 처져 있을 정도로 환경이 열악했다.

    그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밥을 얻어먹지 못하거나 매를 맞기도 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지문 인식만 했더라도 가족의 품에 돌려보낼 수 있었지만 김씨 내외는 그러지 않았다.

    주변 가까운 오송에서 77살의 어머니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돌아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렸다는 소식에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그러나 김모 씨는 “예전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대수롭지 않은 듯한 반응을 보이며 죄의식이나 반성의 기미 조차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 보였다.

    경찰은 축사에서 노역을 강요당한 지적 장애인이 반인륜적 학대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장애인들의 인권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지만 대책은 여전히 요원하다.

    항거불능 상태의 장애인들은 반항조차 하지 못한 채 노예 생활을 강요받았지만 가해자 처벌은 면죄부 수준이다.

    검·경 조사 과정을 거쳐 기소돼도 집행유예를 선고받기 일쑤다.

    청주에서는 7년 전인 2009년에도 ‘차고 노예’ 사건이 터졌다.

    60대 이모 씨가 31년 전인 1985년 부랑자 생활을 하는 지적 장애인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임금도 주지 않은 채 농사를 시킨 전모가 드러난 것이다.

    이씨는 이 장애인을 난방과 조명이 되지 않는 차고에 머무르게 했다.

    그런데도 이 장애인은 자신이 학대받는다는 것조차 모른 채 생활했고 언론 보도로 자신의 생활상이 세상에 알려진 후에야 그 곳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가해자 이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 가서야 유죄를 선고받았다.

    현행법상 학대죄의 형량은 2년 이하의 징역이지만 가벼운 형량이 규정된 법 조항만 내세운 채 국민 정서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염전 노예’ 사건의 실상은 이보다 더 처참했다.

    5년 2개월간 수탈을 당하다가 2014년 어머니에게 편지로 구출을 요청한 지적 장애인 채모씨 사건이 사회에 알려지면서 드러난 전남 신안군 '염전 노예' 사건의 피해자는 무려 92명이나 된다.

    염전 주인들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임금을 떼어먹는가 하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장애인들에게 가혹 행위도 가했다.

    이들의 지능이 낮고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을 악용, 노예처럼 부린 것이다.

    2014년 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 서울과 광주에서 진행된 재판은 20건이다. 이 가운데 실형이 선고된 사건은 6건에 불과했다.

    또한 13건의 경우 합의·반성·변제 등을 이유로 집행유예가 선고됐고 1건은 증거 불충분으로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사회적 약자를 괴롭힌 피고인에게 엄한 처벌보다는 면죄부를 주는 듯한 관대한 처벌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1981년 ‘장애인의 날’이 제정된 이후 30년이 넘었지만 소수자 인권보장이 요원하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장애인 인권유린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