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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 대망론'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충청권의 맹주였던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를 만났다.
최근 제주 방문을 통해 확고한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위상을 굳힌 반 총장의 이번 예방이 '충청대망론'의 불씨를 강하게 지피는 것 아닌가는 관측을 낳고 있다.
반 총장은 지난 28일 오전 서울 신당동 자택을 예방해 김 전 총리와 30분간 배석자 없이 대화를 나눴다.
반 총장과 김 전 총리는 회동 내용에 대해 말을 아꼈다. 다만 김 전 총리가 면담 이후 무척 흡족했다는 후문이다.
김 전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회동 내용에 대해 "내가 얘기할 게 있느냐"며 "비밀 얘기만 했다"고 밝혔다. 반 총장의 대권 출마설 등에 대해선 "내가 이야기할 것은 그것뿐"이라며 언급을 피했다.
이후 개인일정으로 반 총장이 머무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들렀던 김 전 총리는 "둘이 나눈 이야긴데 말하면 안된다"고 재차 거듭 발언을 아꼈다. 반 총장과 재차 만난 것은 아니라고 알려졌다.
반 총장은 서울 무교동에서 가족과의 만남 이후 기자들에게 이번 회동 배경과 관련해 "(지난 13일) 육사 졸업식에서 저를 만났으면 좋겠다는 말씀이 계셨고, 제가 작년 구순 때도 서울 오면 인사드리러 가겠다고 했었다"며 "국가의 원로고 대선배님이시니 인사차 들렀다"고 설명했다.
반 총장은 "지난 10년간 제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한 역할을 설명했고, 김 총재가 '대단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열심히 마지막까지 임무 잘 마치고 들어와라'고 격려 말씀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내년에 돌아오면 다시 인사드리겠다고 하고 건강하시길 기원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대선 관련 이야기를 나눴냐는 질문에는 "그런 말씀은 안 나눴고 앞으로 열심히 일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답했다.
다만 충청 대망론에 대해서는 "제가 그런 말씀 드릴 상황은 아니고 다음에 내년에 와서 뵙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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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총장은 지난 25일 방한 후 첫 일정으로 제주를 방문해 "유엔 사무총장에서 돌아오면 국민으로서 역할을 제가 더 생각해보겠다"며 내년 대선 출마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한 바 있다.
충청권 맹주인 김종필 전 총리는 20대 총선 이후 '충청 역할론'을 강조해왔는데 같은 충청도 출신의 반기문 총장을 만나면서 대권 논의를 했을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관가와 정치권의 핵심에 있었던 '정치 대선배'인 김 전 총리가 국내 정치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반 총장에게 '충청 대망론'의 구체적인 이행방식에 대해 조언을 해줬을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어떤 세력과 제휴하고 지역적으로는 어떻게 결합하는 것이 승산을 높일 수 있을지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심도 있는 대화가 오갔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반기문 총장은 28일 노신영·고건 전 총리 등 각계 원로들과의 만찬을 가졌다. 29일에는 새누리당 강세지역인 경북 안동과 경주를 방문하는 등 잠재적 대권 후보로서의 행보를 이어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