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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정 전 청주시장이 40년 지방행정인의 외길인생의 삶을 담은 회고록 ‘세계 문화도시의 꿈’을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역사와 문화에서 길을 찾다’를 서두로 ‘주민이 살고 싶은 지역’ ‘세계를 향한 웅비의 날개’, ‘지방화시대 중앙정부의 역할’, ‘가슴 속에 남을 일’ 등 총 5부로 나누어 자신의 그동안 삶의 행로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특히 지방행정에 대한 자신 만의 창조적 열정과 세계로 향하는 지방도시의 꿈, 문화·예술을 중심으로 하는 도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소신 등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공직사회에 귀감이 되는 자료로서 그 가치를 충분히 인정할 만하겠다.
4일 저녁 청주예술의전당에서 출판기념회를 갖는 나기정 선생을 미리 잠깐 만나봤다.
“이 책은 내가 지역의 행정책임자로서 했던 일, 주로 청주시를 중심으로 해서… 강원도에 가서도 근무를 했지만 중앙부처 내무부나 대통령비서실에서도 잠깐 근무를 했는데 그중에서도 청주를 중심으로 사업을 한 거 몇 가지를 모아서 책을 한권 펴낸 겁니다.”
그는 차분한 말투로 대화를 이어 나갔다.
“지역발전을 위해 많은 일들을 하다 보니 공직자들은 물론 일반 시민에게도 꼭 남기고 싶은 기록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면서 “공직생활을 하면서 보람도 있고 아쉬움도 있었지만 인생의 마지막 회고를 통해 지역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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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우리가 지방행정을 하려면 정치권이나 중앙부처에서 도와줘야 하는데 여러 가지로 도와줘야 할 일이 많아서 그런 부분들에 관해서도 내가 썼고 아쉬웠던 일도 좀 쓰고 강의 다닐 때 쓰던 공직자의 기본자세에 대한 원안(원본) 그런 것들도 좀 수록했다”고 회고록을 소개했다.
특히 나(羅) 선생은 “내가 공직생활을 한 40년 하고 마지막으로 정리를 하면서 느껴지는 것이 공직의 의미라고 하는 것은 보람과 명예와 권한, 이 세가지”라고 전제하면서 그 의미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명확히 설명해 나갔다.
“나는 이렇게 봅니다. 그 보람이란, 일에 대한 긍지와 자기의 만족이고, 명예란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일을 한다고 하는 사회적 인정이고, 마지막 그 권한이란 것은 끝없는 자신의 수련과 인내입니다.”
내가 십 수년간 기자생활을 해오면서 주위 수많은 원로들과 접해보니 그들의 그에 대한 애정이 남다름을 느끼기에 충분했었다. 그만큼 주위의 많은 인맥들에게 존망받는 인물임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인 것 같았다.
나 선생은 회고록에 있는 몇마디를 더 들춰낸다.
“공직자가 권한에 취하면 독선과 권력에 빠지고 명예에 취하면 허수아비가 된다. 보람에 취하면 일에 대한 열정이 솟는데 그렇지만 보람도 지나치면 자기 과시와 독선을 부른다”고 우려하면서 “그래서 공직자는 모름지기 수련과 봉사와 가치를 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충언한다.
그와 대화하면서 막힘없는 그의 언어구사와 그 뜻 깊은 감동에 저절로 감탄사가 터져나오기에 충분했다. 마치 그의 회고록은 한권의 교과서가 아니라 공직자들이 필독해야 할 성역없는 ‘바이블’처럼 느껴졌다.
나기정 전 시장은 작금의 우리 정치판을 의식이라도 한 듯 “나라의 힘이 한 곳에 쏠리면 그 국가는 오래 지탱하기 어려운 것이 역사의 교훈”이라고 지적하고 “우리도 이제 세계가 주목하는 산업화․민주화의 기반을 토대로 지방은 미래시대를 향한 꿈을 가지고 시민이 살고 싶어하는 지역으로, 문화의 향기가 가득한 지역으로, 세계인과 함께 하는 지역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대화를 마무리 했다.
1961년 공직생활을 처음 시작한 나 전 시장은 내무부의 주요 보직과 대통령 비서실, 진천군수, 영동군수, 충북도 기획관리실장, 행정부지사 등을 두루 거친 뒤 관선과 민선, 두차례의 청주시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