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을 침술에 도입한 의도는?
  • ▲ ⓒ최종웅 작가
    ▲ ⓒ최종웅 작가


    정상적인 어미라면 병든 자식을 구하려고 발버둥칠 것이다. 사력을 다해서 자식을 돌볼 것이다. 그러자면 어미가 건강해야 하고, 어미에게 보약을 먼저 먹이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문제는 완급의 차이다. 어미를 건강하게 해서 자식을 돌보게 하는 것은 간접적인 방법이다. 그보다는 직접 허약한 자식에게 보약을 먹이는 게 훨씬 빠르지 않겠느냐는 의문이다. 그런 의문을 갖는 게 당연하다.

    사경을 헤매는 환자부터 살리지 않고 어미부터 살린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실제로 침을 놓아보면 사암오행침의 간접적인 방법이 효과가 더 탁월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고, 꿩만 잘 잡으면 매가 아닌가. 사암오행침은 그 탁월한 효과 때문에 이론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명성을 얻고 있는 게 아닐까?

    최백수는 모보(母補)의 원칙보다 더 묘미가 있는 게 또 하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바로 관사官寫)의 원칙이다. 관을 사(寫)한다는 공식이다. 위급한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어미를 보해서 아들을 돌보게 하는 한편, 환자를 병들게 하는 관을 찾아서 제거해 줘야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처방이라도 단 한 가지만으로는 완치할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최백수는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라는 노래가사를 떠올린다. 아무리 가파른 고개를 올라가는 수레라 할지라도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면 못 올라 갈 데가 없을 것이다.

    모보관사의 원리가 바로 이런 것이다. 모보가 앞에서 끌어주는 것이라면 관사는 뒤에서 밀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모보만으론 부족하니까 관사의 원리까지 도입한 것이다. 실제로 이를 방광기맥에 적용해 보겠다.

    방광은 수(水)인데 모(母)는 금(金)이고 관(官)은 토(土)이다. 모의 원리는 이미 설명하였으니 이젠 관의 원리를 알아볼 차례다. 물은 끊임없이 흐르기를 원하는데, 그 것을 가로막는 게 토이다.
    물길을 가로막는 토가 바로 관이다. 수의 기능을 원활하게 하기위해서는 토를 사(寫)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알기 쉽게 비유한다면 물이 둑에 막혀서 흐르지 못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고인 물은 반드시 썩게 마련이고, 그 물을 흐르게 하기 위해서는 둑을 터주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둑을 터주기만 하면 고인 물은 쏜살같이 빠져나갈 것이다. 여기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초등학생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 위해서는 어미가 쫓아다니며 일일이 보살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중요한 게 바로 관(官)을 사(寫)해 주는 것이다. 학교 가기 싫어하는 원인을 제거해 주는 것이다.

    그 아이에게 관은 그 아이를 괴롭히는 문제아일 것이다. 어머니가 선생님을 찾아가든, 그 아이의 엄마를 만나 사정하든, 그도 아니면 직접 아이를 만나 혼을 내키든, 어쨌든 자기 아이를 괴롭히지 못하도록 만드는 게 바로 관을 사하는 것이다.

    최백수는 사암오행침의 원리가 참으로 신비하다고 생각한다. 다분히 여성적이라는 생각도 한다. 그렇지만 우선 잠을 자는 게 급하다. 최백수는 모보관사의 공식으로 방광정격이란 침을 놓는다.

    손과 발에 침 4방을 꽂는다. 20분만 지나면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바깥쪽 발바닥의 통증도 감소하면서 잠도 올 것이다. 통증이 감소하는 것은 침의 효과이지만 잠이 오는 것은 부수적인 효과이다.

    최백수는 침의 효과를 의심하지 않는다. 한두 번 맞아본 게 아니다. 먼저 제 몸에 놓아보고 효과를 확인한 다음 다른 사람에게도 놓아주었다. 문제가 있다면 정승격(正勝格)을 거꾸로 놓는 것이다.

    허(虛)한 것을 보하는 정격침을 놓았는데 실상은 승(勝)해서 생긴 병을 더 승하게 만들어서 악화시키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너무 승해서 생긴 병이라서 사하는 침을 놓아야하는데, 거꾸로 보하는 침을 놓는 경우이다.

    그래서 병을 심화시킨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