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어둠의 경계서 드러나는 감정…설명되지 않는 감정이 더 오래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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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는 28일 Vincent Gallery 개관기념 특별초대전에 나서는 정 작가의 작품 ‘에로스의 변주’ⓒ김경태기자
화가 정봉숙.그의 작품은 침묵하지만, 그 안에는 설명되지 않는 감정의 층위가 깊게 쌓여 있다. 빛은 형상을 드러내고, 어둠은 그 감정을 붙잡는다. 그리고 눈동자와 입술은 말 대신 내면을 전한다.특히 오는 28일 Vincent Gallery 개관기념 특별초대전에 나서는 정 작가의 작품 ‘에로스의 변주’는 이러한 작업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20일 본지가 정 작가를 만나 그의 작품 세계와 인간의 몸을 둘러싼 인문학적·심리학적 사유를 들어봤다.다음은 정 작가와 일문일답.작품속에 몸은 존재인가, 표현의 도구인가.“몸은 표현을 위한 도구라기보다, 이미 하나의 완결된 언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말을 배우기 전부터 몸으로 반응하고, 관계를 맺는다. 시선, 호흡, 긴장과 이완 같은 것들이 이미 감정을 전달하고 있고, 그래서 저는 몸을 그린다기보다, 그 안에 축적된 시간과 감정을 따라가는 작업을 한다고 느낀다”누드는 욕망인가, 혹은 해방인가.“누드는 하나의 의미로 고정되지 않는다. 어떤 이에게는 욕망으로 읽히고, 또 다른 이에게는 해방이나 고독으로 다가온다. 중요한 것은 이미지가 아니라 ‘시선의 방향’이다. 저는 특정한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보는 사람이 자신의 내면을 비추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 ▲ 한국 최초 누드 화가로 불리는 정봉숙.ⓒ김경태기자
왜 ‘빛’으로 드러내고 ‘어둠’으로 남기는지.“빛은 형태를 드러내고, 어둠은 감정을 머무르게 한다. 저는 감정이 완전히 드러나는 순간보다, 드러나기 직전이나 사라지기 직전의 상태에 더 끌린다. 어둠은 그 여백을 만들어주는 공간이고, 그 안에서 감정은 고정되지 않고 계속 움직인다”‘흙의 기운’은 무엇을 의미하는지.“흙은 드러나지 않지만, 모든 것을 지탱하는 근원이다. 화면에서 보이는 형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받치고 있는 바탕이라 생각한다. 저는 어둠을 단순한 배경이나 감점이 스며들고 머무는 자리로 본다. 그 위에 빛이 얹을 때 비로소 살아있는 화면이 만들어진다”작품속에서 인간의 감정은 어디에 가장 선명하게 드러는지.“감정은 한 지점에 머무르지 않고 흐르지만, 저는 그 흐름이 가장 응축되는 지점이 눈과 입이라 생각한다. 눈은 감정이 향하는 방향을 보여준다. 머무름과 거리, 피하거나 응시하는 방식이 모두 드러난다. 입술은 그 감정이 외부로 나오는 경계로 아주 미세한 변화로도 감정의 결이 달라진다”왜 눈과 입을 마지막에 완성하는지.“그 부분은 작품의 중심이면서도 가장 불확정적인 영역으로 전체가 완성된 것처럼 보여도, 눈과 입이 결정되지 않으면 감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다. 마지막 순간에 아주 작은 변화로 전체 분위기가 바뀌기 때문에, 저는 그 긴장을 끝까지 남겨둡니다. 그때 비로소 작품이 하나의 방향을 갖게 됩니다.” -
- ▲ 정봉숙작가와 김경태 선임기자ⓒ김경태기자
몸은 기억을 담고 있다고 보시는지.“몸은 기억을 저장하는 가장 깊은 층이라고 생각한다. 말로는 잊었다고 해도, 몸은 반응한다. 어떤 자세, 시선, 긴장에서 과거의 감정이 다시 드러난다. 저는 그 흔적을 지우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고 싶다. 그것이 가장 솔직한 상태라고 믿기 때문이다”작품이 설명되지 않기를 원하시는 이유는“설명은 감정을 하나의 방향으로 고정시킨다. 하지만 실제 감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는다. 저는 관람자가 각자의 경험과 기억을 통해 다르게 느끼기를 바란다.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오랜 남는 감정이 있다고 생각한다.”불편함도 감정의 일부라고 보시는지.“오히려 가장 중요한 감정일 수 있다. 우리는 익숙한 것보다 낯선 것 앞에서 더 많은 생각한다. 불편함은 우리가 미처 들여다보지 못한 내면을 드러내는 계기일 수 있다. 저는 그 감정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순간이 의미 있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