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측 "인격 모독·과도한 자료 요구 비일비재" vs 의회 "정당한 의정 활동 위축 우려"
  • ▲ 천안시의회 청사 모습.ⓒ천안시의회
    ▲ 천안시의회 청사 모습.ⓒ천안시의회
    천안시청공무원노동조합이 시의원들의 자료 요구 방식과 인권 침해 실태를 고발하는 설문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천안시의회 류제국 부의장(의장 직무대리)이 "지방의회의 헌법적 권한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류 부의장은 9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조사는 대상과 응답률 등 방법론적 한계가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의정활동 전반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왜곡될 우려가 크다"며 "지방의회의 자료 요구와 행정사무감사는 집행부를 견제하고 시민의 알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입법부 고유의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노조 측이 의정활동을 행정 업무 부담 및 인권 침해 가능성과 연결한 것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류 부의장은 "이러한 접근은 결과적으로 집행부가 입법부의 권한 행사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권력분립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며 "민주주의 원리상 행정 편의가 입법부의 감시 기능보다 앞설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조사 결과가 공개된 점에 대해서도 "공무원 조직이 정치적 과정에 개입하는 것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류 부의장은 갈등 해결을 위해 인식조사라는 방식 대신 제도 개선을 위한 공식적인 협의를 제안했다.

    그는 끝으로 "이번 입장은 의장 직무대리로서 권력분립에 대한 소신을 밝힌 것"이라며 "상호 존중에 기반한 협력은 유지하되, 시민의 대표기관으로서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책무는 흔들림 없이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 ▲ 천안시청 공무원노조 사무실.ⓒ천안시
    ▲ 천안시청 공무원노조 사무실.ⓒ천안시
    이에 앞서 천안시청공무원노동조합은 공무원들이 시의회의 과도한 자료 요구와 고압적인 의정 활동 방식으로 인해 심각한 업무 저해와 인권 침해를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노조는 지난 1월 26일부터 5일간 조합원 9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의회 의정활동 인식 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81.6%가 시의회의 자료 제출 기한에 대해 ‘촉박하다’(매우 촉박 36.8%, 다소 촉박 44.8%)고 답했다.

    실제로 자료 요구 시 ‘1~2일 이내’(633건)나 ‘당일 제출’(444건)을 요구받는 경우가 허다했으며, 퇴근 직전이나 휴일에 자료를 요구받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의원들의 태도로 응답자의 37.5%(351명)가 인권 침해를 경험하거나 목격했다고 답했으며, 주요 유형으로는 ‘고압적인 태도 및 반말’(241건), ‘보복성 자료 요구’(121건), ‘공개석상에서의 망신’(107건) 등을 꼽았다.

    제출한 자료의 활용도에 대해서도 공무원들은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응답자의 64.9%가 자료가 ‘형식적으로 활용’되거나 ‘거의 활용되지 않았다’고 답해, 방대한 자료 요구가 내실 있는 의정 활동보다는 행정력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이영준 위원장은 “의회의 견제와 감시는 정당한 권한이지만, 공무원을 단순 집행 대상으로 여기는 고압적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며 “자료 요구 범위 최소화와 인권 침해 방지 가이드라인 마련 등 제도적 개선을 의회에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