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제방은 환경부 소관…청주는 실질적 관리 주체 아냐”유족·시민단체 “책임 회피 말라…청주시장 엄벌·충북지사 기소” 촉구
  • ▲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1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친 대형 인명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범석 청주시장이 첫 재판에 앞서 법원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뉴데일리
    ▲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1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친 대형 인명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범석 청주시장이 첫 재판에 앞서 법원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뉴데일리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1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친 대형 인명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범석 청주시장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법적 공방에 나섰다. 

    이 시장 변호인은 “참사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미호강 임시제방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청주시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12일 오후 청주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한상원) 심리로 열린 공판에 출석해 “문제의 공사구간 제방은 청주시의 관리 범위를 벗어난 곳으로, 하천법상 유지·보수 책임은 환경부에 있다”고 밝혔다. 중대시민재해 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지자체장은 이 시장이 처음이다.

    이 시장의 변호인은 “검찰은 청주시가 공사구간 내 임시제방에 대해 유지·보수 책임이 있다고 전제하고 있으나, 이 구간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금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점용허가를 받고 공사를 진행하던 곳이다. 공사 완료 이후 준공고시 전까지는 해당 기관이 관리 책임을 지는 게 법령상 맞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이어 “국가하천인 미호강의 전체 제방은 충북지사를 거쳐 청주시장에게 위임돼 있지만, 해당 공사구간은 예외”라며 “청주시는 실질적인 지배·운영·관리 주체가 아니며, 관리 책임도 없다”고 항변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이 시장이 공중이용시설인 임시제방의 유지·보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인명 참사를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중대재해 대응 인력을 단 한 명 형식적으로만 지정하고, 예산 편성과 점검 체계 수립도 소홀히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당시 2023년 7월 15일 미호천교 확장공사 현장의 임시제방이 집중호우로 무너지며 쏟아진 6만t의 급류가 약 300m 떨어진 궁평2지하차도를 순식간에 집어삼켰고, 이로 인해 차량에 타고 있던 시민 14명이 목숨을 잃고 16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 ▲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1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친 대형 인명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범석 청주시장이 첫 재판에 앞서 재판을 받기 위해 변호인과 함께 법원에 들어서고 있다.ⓒ뉴데일리
    ▲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1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친 대형 인명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범석 청주시장이 첫 재판에 앞서 재판을 받기 위해 변호인과 함께 법원에 들어서고 있다.ⓒ뉴데일리
    검찰은 이 시장 외에도 이상래 전 행복청장, 서재환 전 금호건설 대표도 시민재해치사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현장 책임자인 시공사 현장소장과 감리단장은 이미 각각 징역 6년과 4년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며, 검찰은 총 43명의 공무원 및 책임자와 시공사·감리업체 2곳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무더기 기소한 상태다.

    반면, 오송지하차도 관할 책임이 있는 충북도 김영환 지사는 ‘혐의 없음’ 처분으로 불기소됐다.

    이날 공판에 앞서 오송참사 유가족·생존자협의회와 시민대책위원회는 청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범석 시장은 지금껏 진정한 사과조차 없이 법적 책임만 회피하고 있다”며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인명 참사에 청주시장이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주장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이어 “충북도 재난관리 최고 책임자인 김영환 지사에 대한 기소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재판을 마친 뒤 한 유가족 대표는 “유가족으로서 책임은 회피하면서 권리만 주장하는 피고인 측의 태도에 깊은 분노와 답답함을 느낍니다. 공판에 참석할 때마다 기대와 달리 상처만 받고 돌아가며, 아직도 진실을 향한 첫걸음조차 떼지 못한 것 같아 허탈합니다. 최소한의 혐의나 잘못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하는 태도가 있었으면 하는데, 전면 부인하는 모습은 유가족 입장에서 매우 뻔뻔하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 ▲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1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친 대형 인명 사고와 관련해 12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범석 청주시장 등에 대한 첫 재판을 마친 뒤 한 유족이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뉴데일리
    ▲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1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친 대형 인명 사고와 관련해 12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범석 청주시장 등에 대한 첫 재판을 마친 뒤 한 유족이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