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UNIST, 세계 최초 ‘강유전 액정 소재’ 개발… 초고밀도 메모리 시대 앞당긴다
  • ▲ ‘강유전 액정 소재’를 개발한 연구진 박성원(왼쪽부터) 박사과정생(1저자), 조병기 교수(교신저자), 변재덕 박사(공동 1저자).ⓒ단국대
    ▲ ‘강유전 액정 소재’를 개발한 연구진 박성원(왼쪽부터) 박사과정생(1저자), 조병기 교수(교신저자), 변재덕 박사(공동 1저자).ⓒ단국대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고, 손톱보다 작은 공간에 수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면 어떨까. 

    단국대학교는 이 대학 조병기 화학과 교수팀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신태주 교수팀이 이 같은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차세대 메모리 핵심 소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대학에 따르면 양 기관 공동 연구팀은 최근 상온에서도 강유전 특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강유전 액정 소재’를 개발했다. 

    이 소재는 전기장이 사라진 후에도 정보를 유지할 수 있는 성질을 가져 기존 디램(DRAM)이나 낸드플래시(NAND)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유전성이란 외부의 전기장이 사라진 뒤에도 전하가 일정 방향으로 정렬된 상태(분극 상태)를 유지하는 물리적 특성이다. 

    이러한 강유전성은 전원이 꺼졌을 때도 정보가 보존되는 비휘발성 메모리 소자 개발의 핵심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기존 강유전체는 크기를 줄일수록 상온에서 분극 상태가 불안정해지며, 정보 일부가 손실되거나 변형되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트라이아졸(triazole)’ 기반의 화합물을 바탕으로 액정 분자의 배열 특성을 이용해 나선형 원기둥 구조를 가진 새로운 강유전체를 설계했다. 

    이 구조는 지름이 3나노미터(nm, 10억분의 1미터)에 불과하며, 상온에서도 안정적인 분극 유지와 스위칭이 모두 가능하다. 

    이는 곧 작은 면적에도 더 많은 메모리 셀을 배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기술은 고집적 저전력 메모리 구현뿐 아니라 향후 전자종이, 유연 압전 센서, 웨어러블 기기 등 다양한 응용 분야로도 확장이 가능하다. 

    조병기 교수는 “이번 소재는 고밀도 비휘발성 메모리 소자인 FeRAM(강유전체 램) 개발에 최적화돼 있으며, 실용화 가능성 또한 매우 높다. 세계적인 반도체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전자 소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성과는 화학 분야 최고 수준의 국제 학술지인 ‘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IF=16.1)’ 2025년 5월호에 ‘Helical Columnar Liquid Crystal Exhibiting Both Polarization Retention and Ferroelectric Switching at Room Temperature’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