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남기지 않고 조용히 떠난 작은 기부천사
  • ▲ 산불 피해 이재민에게 전달해 달라며 어린 기부천사가 남기고 간 양말 100켤레.ⓒ천안시
    ▲ 산불 피해 이재민에게 전달해 달라며 어린 기부천사가 남기고 간 양말 100켤레.ⓒ천안시
    "산불 피해를 입은 분들께 꼭 전달해주세요."

    천안시 일봉동에 아주 특별한 손님이 다녀갔다. 이름도, 얼굴도 알 수 없는 한 어린이. 

    그리고 그의 손에는 정성스럽게 쓴 손편지와 함께, 양말 100켤레가 담긴 상자 하나가 들려 있었다.

    사연은 이렇다. 최근 천안 일봉지구대에 한 어린이가 찾아와 “산불 피해 이재민을 위해 써달라”는 짧은 말을 남긴 뒤, 말없이 상자를 놓고 조용히 자리를 떴다. 

    아이의 손편지에는 자신의 이름도, 나이도 적혀 있지 않았다. 다만 빼곡하게 적힌 정성과 함께, 따뜻한 마음만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일봉동(동장 고병학) 주민센터는 상자 안의 양말 100켤레를 경북 영양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 전달했다. 영양군은 얼마 전 큰 산불로 피해를 입은 지역 중 하나다. 작지만 귀한 선물은 그렇게 이재민들에게 따뜻한 발걸음을 전하게 됐다.

    고병학 동장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나눔을 실천한 작은 천사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며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기부의 의미가 헛되지 않도록 잘 전달했다”고 말했다.

    세상이 각박하다고들 하지만, 이렇게 조용히 세상을 따뜻하게 데우는 이들이 있기에 오늘도 우리는 웃을 수 있다. 이름 없는 기부천사, 어쩌면 진짜 히어로는 이런 아이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