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녹지 무단 간주·용도 변경 절차 누락 등 ‘위법 행정’ 지적…전면 감사·책임자 문책 요구 확산
  • ▲ 도안 2단계 사업지구 구획도.ⓒ대전시
    ▲ 도안 2단계 사업지구 구획도.ⓒ대전시
    대전시가 추진한 도안 2단계 도시개발사업과 관련된 기반시설부담금 소송에서 패소함에 따라, 최소 2000억 원 이상의 시민 세금이 투입될 위기에 놓였다.

    이는 1·2심 법원이 개발 대상지에 대한 용도 변경 절차 누락과 부담금 산정 기준의 부적절성을 주요 패소 사유로 지적하며, 시의 행정적 책임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8일 대전시 등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단순한 행정 착오를 넘어, 위법 소지가 있는 개발 행정과 부적절한 내부 판단에서 비롯된 ‘인재(人災)’로 평가되며, 전문가들과 시민사회는 책임자 문책과 함께 구조적 문제 진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생산녹지를 ‘자연녹지’로 간주…절차 생략한 채 개발 강행

    도안 2단계 도시개발사업 가운데 2-2지구는 원래 생산녹지로 분류된 지역으로 현행 법령에 따르면, 생산녹지는 도시개발이 원칙적으로 제한되며, 용도 변경을 거쳐야만 개발이 가능하지만 대전시는 내부 검토 회의만으로 해당 지역을 자연녹지로 간주하고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했다.

    법원은 이를 명백한 절차 위반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대전시는 생산녹지 비율이 전체 면적의 30%를 넘는 상태에서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고시했고, 이에 A 농업회사법인 등 토지소유자들이 개발계획 고시 무효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1·2심 모두 재판부는 “토지이용계획에 중대한 하자가 있으며, 행정청의 재량 범위를 벗어난 위법 행정”이라고 판단했다.

    ◇부담금 기준 일방 변경…추가 2000억 부과에 법원 “부적절”

    대전시는 개발사업자에게 부과하는 기반시설부담금을 당초 ‘기준 용적률’을 기준으로 산정해 8700억 원으로 책정했으나, 2023년 12월 고시를 개정해 ‘실제 용적률’ 기준으로 전환했다. 이로 인해 부담금은 1조 800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에 유토개발 등 5개 민간 시행사는 “기존 협약에 반하고 과도한 추가 부담”이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시의 부담금 산정 기준 변경에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으며, 기존 협약을 무효화한 점 역시 행정 신뢰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결국 이 판결로 인해 대전시는 계획했던 개발 협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됐고, 부족한 기반시설비용 수천억 원을 시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전문가 “위법 행정 명백…구조적 문제와 책임자 조사 필요”

    도시계획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행정 실수로 보지 않는다.

    한국도시계획학회 한 관계자는 “생산녹지를 자연녹지로 간주해 개발을 추진한 것은 관련 법령과 절차를 무시한 명백한 위법 행정으로 내부 판단이 아니라 직무 유기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특정 민간 개발업자의 이익을 보장하려는 잘못된 구조가 시민의 세금 부담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하며, 감사원 감사 청구와 검찰 수사 의뢰를 요구하고 있다.

    ◇대전시 “항소 여부 검토 중”…책임 규명과 제도 개선 과제

    대전시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항소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으로 확정되면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법적 다툼과 별개로, 사전 행정절차와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과 책임자 문책, 제도적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도안2단계 전반에 걸친 도시계획 재검토와 함께, 유사 사례의 사전 점검도 요구되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은 2020년 2월 A 농업회사법인 등이 도안2-2지구 도시개발구역 지정 무효 소송 제기했으며, 2023년 12월 대전시는 기반시설부담금 기준을 ‘실제 용적률’로 변경 고시했다. 이어 2024년 말 유토개발 등 5개 민간사업자는 추가 부담금 부과에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2025년 4월 법원은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