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무지→단무지’ ‘제주 탐나라공화국’ 9년만에 정식 ‘개국’“8년간 日평균 15명 투입…4만3800여명 맨 손으로 땅 일궈강우현 “황무지에 나무‧숲 들어서고 연못에 물고기 생기면 생태계 만들어져”
  • ▲ 강우현 제주탐나라공화국 대표이사 부회장이 자신이 만든 탐나라의 정신을 담은 ‘화(火)·수(水)·목(木)·토(土)·도(道)’(불·물·풀·흙·길) 조형물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김정원 기자
    ▲ 강우현 제주탐나라공화국 대표이사 부회장이 자신이 만든 탐나라의 정신을 담은 ‘화(火)·수(水)·목(木)·토(土)·도(道)’(불·물·풀·흙·길) 조형물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김정원 기자
    ‘무(無)에서 유(有)를 찾고, 유에서 무를 보는 대한민국 상상 나라 ‘제주 탐나라 공화국(대표이사 부회장 강우현,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한창로 897)’이 마침내 29일 ‘개국(開國)의 북’이 ‘둥둥’ 울렸다. 

    ‘흙무지’였던 공화국을 ‘단무지’로 바꿔놓은 9년 간의 대역사가 일단 마무리된 것이다. 황무지 공화국에는 나무와 숲이 자라고, 연못에는 물고기가 생기면서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탐나라공화국은 개국 정신인 ‘화(火)‧수(水)‧목(木)‧토(土)‧도(道)’(불·물‧풀‧흙‧길). 즉 여기에 공화국을 함축해 담아냈다. 제주에 지천인 화산석은 ‘불’에서 나온 용암, 용암이 식은 돌에 불과하지만, 사람의 손길이 닿으니 공화국의 문화가 됐다. 기계가 닿으면 문명이고, 손길이 닿으면 문화가 되기 때문이다. 

    제주 탐나라 공화국이 정식으로 문을 연 것은 만 8년을 넘겨 햇수로 9년 만이다. 그동안 매년 공화국의 ‘성문’을 일시적으로 열었다 닫기는 했지만, 정식 개국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탐나라 공화국은 개국공사에만 몰두해왔다. 제주 특성상 ‘돌’과 ‘흙’, ‘바람’, ‘비’ 뿐인 척박한 탐나라 공화국의 땅에서 개국 준비에 9년 가까이 공을 들였으니 그만큼 볼거리가 많다는 얘기다.

    최근 기자가 찾은 제주 탐나라 공화국은 개국 준비에 한참 분주했다. 과거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공화국은 출입국부터 과거와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전과 마스터플랜은 비슷했지만, 전체적으로 균형과 틀이 꽉 잡힌 모습이다. 땅을 일구고 가꾸느라 파헤쳤던 과거의 모습보다는 훨씬 레이아웃이나 편의시설 등이 거칠었던 것에 비해 편안하다는 느낌을 줬다. 

    이렇듯 상상 나라를 만들기 위한 삽질과 망치질이 쉼 없이 이어졌으니 공화국 백성들이 얼마나 고단했을지 금세 눈치를 챌 수 있었다. 이는 ‘남이섬’ 설계자인 강우현 대표이사 부회장이 직원들과 함께 생사고락을 함께 하며 흙과 돌과 부딪히고 바람과 비를 맞으며 ‘상상 망치질’을 쉼 없이 한 결과이다. 즉, 남이 하는 일 반대로 하는 ‘역발상경영’, 생각나는 대로 꾸미는 ‘상상경영’, 버린 것을 다시 쓰는 ‘창조경영’, 사진 찍힐 곳 많이 만들다 보니 ‘디자인 경영’, 아이디어맨 강우현의 ‘상상 놀이’의 현장판 상상 놀이를 한 흔적이 여실히 묻어났다.

    상상 나라는 많은 투자가 이뤄졌다. 그것도 대부분이 전국에서 보내온 재활용품을 주요 건설자재로 썼다. 그동안 4만3800여 명의 공화국 일꾼이 달려들었다. 이곳에서는 폐기라는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버려진 책은 도서관에 반듯하게 진열돼 있었고, 소주병 등 유리는 조형물로, 맥주캔은 수백 개를 뭉쳐 앉는 의자로 용도가 바뀌었다. 당구대 받침 대리석은 바닥재로, 바닷속 인공 고깃집은 조형물로 전시되고, 야자나무는 바람을 막는 담장이자 설치 작품이 됐다. 
  • ▲ 제주탐나라공화국 헌책도서관.ⓒ김정원 기자
    ▲ 제주탐나라공화국 헌책도서관.ⓒ김정원 기자
    이곳에서는 못 쓰는 것이 없다. 그야말로 잡초를 ‘화초’로, 쓰레기를 ‘쓸애기’로 만드는 리싸이클의 현장이다. 화산석 제주돌은 1200도 이상의 가마에 구워져 작품이 된다. 한라산 백로담에서 용암이 흘러내리는 조형물을 만드는가 하면, 그릇 등 다양한 용도의 작품을 재탄생한다.

    국가체제를 표방하는 상상 나라 탐나라 공화국은 시찰(관람)하기 위해서는 입국심사대(매표소)에서 관광청(안내소)의 안내를 받아야 한다. 

    공화국 시찰에 나서면 우측부터 호롱궁, 류홍쥔 음악 정원, 돌주문, 일주 육각정, 하동 녹차길, 노자 서원 노자예술관, 도벽을 거쳐 와룡문(등용문), 나이야가라 폭포, 인어공주길, 백 년 숲을 거쳐 한 바퀴를 돌거나, 호롱궁을 출발, 황금지, 자유로, 어울마당, 독야청청, 도너리길, 중문 하동 그늘막, 띵띵 스튜디오, 명상원, 영천은하수길, 영천 쉼표, 학사문, 청아못, 주당 폭포, 인당수, 하동물원, 수정폭포, 수정봉을 통과하면 대략 전체를 훑어볼 수 있다. 

    여기에 수십만 권의 장서를 보유한 헌책도서관(예술문화관)에서 헌책 특유의 냄새를 맡으며 스테이크 북카페, 갤러리에서 모처럼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수많은 장서를 보는 것만으로도 내 머릿속은 마치 ‘지혜 가득한 창고’가 된 느낌이고 마음 깊은 속까지 충만해지는 것 같다.

    일단 주마간산(走馬看山)식으로 한 바퀴를 돌았다면 주제별 디테일한 관람이 가능하다. 온종일 돌고 또 돌아도 된다. 느낌이 올 때까지 빙글빙글 돌아라! 자신이 좋아하는 테마를 찾아 자신만의 상상 나라를 마음껏 펼치며 관람하면 더욱 좋다. 이곳에서 무에서 유, 유에서 무를 찾을 수 있는 혜안이 번뜩 떠올려질 수 있으리라. 그래서 ‘상상 나라’라고 이름을 붙였다. 

    사람은 상상한 대로 환경이 만들어진다. 탐나라 공화국도 처음부터 마스터플랜 같은 거창한 것은 없었다. 그저 ‘흙’과 ‘돌’, ‘비’뿐인 제주에서 땅을 파고 돌을 캐다 보니 넓은 바닥이 만들어지고 그곳에 비닐을 깔고 물을 가두니 연못이 됐다. 흙을 파니 ‘와룡’이, 땅을 파니 ‘나이야가라 폭포’가, 돌을 일으켜 세우니 ‘하동물원’이 탄생했다. 

    코로나 범유행으로 지친 자여 탐나라 공화국으로 오라. 공화국 시찰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얻어 갈 것이 많으니라. 얻어갈 것이 없다면 책이라도 던져주고 가면 된다. 그것도 안 된다면 현장에서 잡초라도 뽑아라. 탐나라 공화국의 척박한 돌과 흙, 바람, 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인간의 힘이라고 믿기지 않는 상상의 현장을 보라는 것이다. 

    와서 보고 느낌이 없고 본전이 생각난다면 또 오면 된다. 그래도 안 되면 세 번 이상을 찾으면 그때야 상상 속의 내가 보이고 아이디어가 떠올려지고, 살아갈 희망을 얻게 된다. 맨 땅에 8년 넘게 하루 15명씩 4만3800명이 그야말로 무지막지하게 땅을 파고 돌을 일으켜 세웠다.
  • ▲ 바닷속에 넣었던 시멘트로 만든 ‘인공 고깃집’이 탐나라 공화국의 설치 조형물의 작품으로 바뀌었다.ⓒ김정원 기자
    ▲ 바닷속에 넣었던 시멘트로 만든 ‘인공 고깃집’이 탐나라 공화국의 설치 조형물의 작품으로 바뀌었다.ⓒ김정원 기자
    강우현 제주탐나라공화국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제 진짜 공화국 문을 연다. 과거와 달라진 것은 먼 미래까지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공화국 건설하다 용을 발견(돌)했는데, ‘용’을 올려서 하늘에다 ‘용봉탕’을 만들고 밑에는 ‘용 고기 레스토랑’을 만들고, ‘용고기’는 대체육으로 만들면 된다”고 상상 속 용의 형상(돌)을 발견하고 세상 밖으로 끌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탐나라공화국은 먼 미래로 가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단순히 관광지를 오픈하는 데 내가 죽은 뒤에까지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문화에 관심이 있고, 당대에 돈을 벌려고 생각하지 먼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 탐나라공화국에 많은 사람이 안 와도 좋다”며 “남이섬은 1000명~1만 명이 중요하지만, 내가 소중하게 생각한 것은 1000명을 움직이는 1명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더 멀리 보자는 것이다. 오늘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 130명이 찾아온다. 내가 교사들에게 심혈을 기울이고 관심을 쏟는 이유”라는 것이다. 

    강 부회장은 “그래서 중요한 것은 진짜 제주에도 없고 한국에도 없는 것을 제주에 만드는 것이지, 내가 장사꾼이 아니기 때문에 돈 몇 푼 벌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관광은 문화가 있어야 한다. 문화가 없이 관광만 하면 장사꾼이자 관광업자다. 그래서 나는 문화가 먼저라고 얘기한다. 불국사, 경복궁 등 다 문화유적이 아니냐”고 반문하며 “보는 관광지를 만들어서는 100% 실패하고 수명도 짧다. 대부분 사람은 지속 가능한 것을 하고 싶어 한다. 관광지를 해서 돈을 벌고, 손님들의 지갑을 열겠다고 생각하지만, 단기적으로 되고 우선 된다. 즐겁고 기분이 좋고 웃었는데 그다음엔 남는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느낌이 있어야 오래 간다. 결국은 문화는 느낌과 감동을 줘야 하고 사상적, 정신적으로 만족감을 줘야 한다. 실례로 그냥 즐겁게 하는 것은 아이들과 에버랜드 갔다 와서는 정신적으로 즐거운 것이 아니라 때웠다고 하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탐나라공화국 건설하는 데 하루 평균 15명이 투입됐다. 내가 살아 있든, 죽었을 때든 언젠가는 된다. 황무지에 나무가 생기고 숲이 생기고, 연못이 생기고, 고기가 생기면 자연생태계가 만들어진다. 그런 곳을 만들어야 한다”며 “일반적으로 건물 짓고 빨리 문을 열어서 돈 벌려고 한다. 우리가 정부 지원을 받았다면 벌써 문을 열고 망가졌을 것이고, 누구한테 사기 쳐야 했을 것”이라고 험난했던 탐나라 공화국 건설을 회고했다.     
     
    충북 단양이 고향인 강우현 대표이사 부회장은 홍익대(산업디자인)·홍익대 산업미술 대학원(광고디자인)을 졸업했으며, 남이섬 설계자로 유명하다. 글씨를 거꾸로 쓰는 ‘거꿀체’ 개발자이자 그래픽 디자이너, 일러스터이자 상상의 대가이다.
  • ▲ 강우현 제주도 탐나라 공화국 대표이사 부회장은 거꾸로 글씨(‘거꿀체’)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붓과 물감만 있으면 작품이 만들어 낸다. 강 부회장이 즉석에서 ‘본정(本情’)의 글씨를 써서 기자에게 보여주고 있다.ⓒ김정원 기자
    ▲ 강우현 제주도 탐나라 공화국 대표이사 부회장은 거꾸로 글씨(‘거꿀체’)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붓과 물감만 있으면 작품이 만들어 낸다. 강 부회장이 즉석에서 ‘본정(本情’)의 글씨를 써서 기자에게 보여주고 있다.ⓒ김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