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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대통령 별장인 충북 청주시 청남대 ‘전두환대통령길’에 설치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상을 훼손한 5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19일 청주상당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28분쯤 “한 남성이 전두환 동상 목을 자르고 있다”는 청남대 직원의 신고를 접수했다.
당시 이곳을 지나던 관람객이 이를 청남대관리사업소에 알렸고, 직원 3~4명이 달려가 30분 정도 진행하던 범행을 저지했다.
동상은 목 부위 3분의 2가량이 잘려 나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줄톱으로 전두환 동상 목을 자르던 A씨(50)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A씨는 경찰에서 “동상의 목을 잘라 서울 연희동 전씨 집으로 보내려고 했다”면서 “전씨가 반성하지 않고 버젓이 돌아다니고 재산도 빼돌리는 것에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A씨는 5.18 관련 단체 경기도 화성지부 회원이라고 밝혔다.
A씨는 검거후 현장에서 “역사적 판단이 끝난 사람의 동상을 아직까지 두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고 관리사업소는 전했다.
경기 용인에 사는 A씨는 화성에서 지게차 일을 하면서 연희동 등에 가 전씨에게 항의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를 재물손괴 등 혐의로 입건한 뒤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동상이 있는 청남대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3년 대통령 별장으로 조성됐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4월 충북도에 넘겨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최근에는 전두환·노태우 동상 철거를 두고 진통을 겪었다.
진통은 5·18민중항쟁기념사업위원회가 지난 5월 “국민 휴양지에 군사 반란자의 동상을 두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며 전두환·노태우 동상 철거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충북도는 당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동상을 철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보수 단체의 반발로 찬반 양론이 갈리자 여론의 눈치를 보며 철거 작업에 착수하지 못했다.
이 와중에 충북도의회도 동상 철거 근거를 담은 조례를 제정하려다 반대 여론에 밀려 조례안을 자진 폐기했다.
충북도는 동상 철거를 둘러싼 지역갈등이 심해지자 전직 대통령의 역사적 죄과 등을 담은 안내판을 동상 앞에 설치하는 쪽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A씨는 “충북도가 광주 학살 주범인 전두환 동상을 존치한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화가 났다. 머리를 잘라 서울 연희동 전씨 집에 던지려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