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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남대 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 철거를 둘러싸고 진영간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충북도가 5개월째 동상 철거‧존치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서 소모적인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5·18학살주범 전두환·노태우 청남대 동상 철거 국민행동은 21일 “내란 반란죄와 부정축재 등으로 실형을 받은 전두환과 노태우는 전직 대통령으로 예우해서는 안 되는 자들이기 때문에 청남대 관광사업에서 즉각 배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행동은 이날 도청 서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을 보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 전직대통령의 예우를 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이같이 촉구했다.
그러면서 “충북도는 관광 사업이라 부정축재범의 동상과 대통령길은 괜찮다는 억지를 부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국민행동은 “이달 30일까지 동상 철거를 이행하지 않으면 이시종 지사를 상대로 법적, 정치적, 행정적, 윤리적 책임을 묻기 위한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동상 철거 논란은 지난 5월 불거졌다.
충북 5·18민중항쟁기념사업위원회는 당시 “국민 휴양지에 군사 반란자의 동상을 두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며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 철거는 물론 대통령길 폐지를 요구했다.
충북도는 이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막상 동상을 뜯어낼 근거를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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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던 중 더불어민주당 이상식(청주7) 의원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동상 건립, 기록화 제작·전시 등의 기념사업을 중단·철회해야 한다는 내용의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이 조례안은 동상 철거를 반대하는 보수단체의 반발을 불렀다.
보수단체인 충북자유민주시민연합은 집회 등을 통해 “대통령 동상은 청남대 관광 활성화를 위해 세운 것으로 전직 대통령 예우와 무관하다”고 맞불을 놨다.
반대 여론에 부담을 느낀 도의회는 여론 수렴 뒤 조례를 통과하려 했으나 토론회에서 진영의 주장이 엇갈리며 불발됐다.
도의회 행문위는 지난 16일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조례안‘ 심사를 보류하기로 했다. 7월과 9월에 이어 세 번째 보류 결정이었다.
전날 열린 국회 행안위 충북도 국정감사에서 동상 철거 얘기가 나왔다.
민주당 이형석 의원은 “지사 권한으로 철거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따지다 이 지사는 “추가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다. 현재 도의회에서 여론 수렴 등 여러 가지 검토를 하고 있다”며 확답을 피했다.
'남쪽의 청와대'라는 의미의 청남대는 5공화국 때인 1983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로 건설됐다. 이후 대통령의 여름 휴가 장소로 이용되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일반에 개방됐다.
관리권을 이양받은 충북도는 역대 대통령의 동상을 세우고 대통령 테마 길을 조성하는 등 청남대 관광명소화 사업을 벌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