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중심 ‘비난여론’ 거세… “사행성 도박시설 허용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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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가 추진 중인 ‘화상경마장’ 유치를 놓고 거센 비난 여론에 휩싸이며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화상경마장(畫像競馬場)’은 경마를 텔레비전 따위의 화상으로 생중계하며, 장외마권을 발매하는 곳으로, 레저가 아닌 도박을 위한 경마를 추구하는 곳이란 비판을 받는 게 사실이다.직접 경마경기장에 가지 않더라도 베팅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 현장중계가 가능하게 만든 시설이다. 한국마사회가 KRA플라자란 이름으로 2020년 현재 전국에서 30곳을 운영하고 있다.카지노와 함께 사행성 도박시설의 대명사로 불리는 ‘화상경마장’ 유치를 검토하고 있는 세종시에 대한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특히 이춘희 시장이 긍정적인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세종참여연대)는 최근 ‘화상경마장(장외발매소)’ 유치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세종참여연대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경고하는 메시지는 더 이상 인간의 본성을 파괴하고 자연까지 파괴하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시그널”이라며 “이런 엄중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사행성 도박시설인 화상경마장 유치가 세종시에서 검토되고 있다”고 성토했다.이들은 “화상경마장 유치가 시대를 역행하는 행정임과 동시에 구시대적 발상의 성장동력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세수 확대란 미명 아래 신생도시이고 미래지향적인 도시인 세종시에 화상 경마장이 들어서는 것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이어 “세종시가 누적된 재정난 책임을 면하려고 투기심리를 확대 조장하는 사행시설 유치란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투기심리를 조장하는 화상경마장 유치안 검토를 즉각 중단하고 세종시민의 뜻에 역행하는 행정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세종시아파트입주자대표연합회와 세종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세종여성 등 19개 시민사회단체도 “세수 증대에 혈안이 돼 반교육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도시에 역행하는 사행산업을 유치하려는 세종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화상경마장 유치 검토 철회를 촉구했다.시는 화상경마장의 유치 절차와 설치에 따른 장·단점 등을 파악한 뒤 관련 사업추진에 대한 여론을 살피고 있는 중이다.시에 따르면 화상경마장을 유치하면 연간 200억 원 정도의 세수 증대는 물론 200명 규모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화상경마장을 추진할 시 시 외곽에 놀이시설 등을 갖춘 공원형으로 조성하겠다는 게 시의 복안이다.하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은 “‘도심 외곽에 화상경마장을 설치하고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기 때문에 시민 여가공간이 될 것’이라는 시의 주장은 시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어 벌어들인 돈으로 세수를 증대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이들은 “주민자치 조직과 주민모임 등을 망라한 범시민대책기구를 만들어 화상경마장을 막아낼 것”이라며 화상경마장 유치 반대 시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인근 대전에서는 화상경마장 개장 이후 주변이 술집, 마사지숍, 게임장 등 유흥·사행업소 밀집지로 탈바꿈했다.내년 3월까지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월평동 화상경마장은 주민들의 도박시설 폐쇄 요구에 따라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에 포함됐던 주요공약이다.앞서 충남 보령시와 홍성군, 금산군 등이 화상경마장 유치를 추진했다가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철회했다.특히 논산시의 경우 황명선 시장이 직접 나서 교육과 사회환경, 주민정서를 해치는 시설이라며 화상경마장 유치 검토를 거부하는 등 가치관을 확고히 했다.하지만 세종시의 경우 화상경마장 유치를 위해 장군면 아세아산업개발㈜ 채석장 부지(63만 5900㎡)를 500억 원대에 매입한 ㈜원건설과 협의를 시도하면서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세종시가 나름대로 공을 들였던 부강면 충광농원 일대와 원건설 등이 난색을 표명하자 시는 방향을 선회해 공모절차를 거쳐 읍·면 지역에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충광농원은 악취로, 아세아산업개발은 미세먼지와 공사차량에 따른 반발 민원이 잦았던 곳으로, 이곳에 장외발매소가 대체 시설로 들어서면 지역경제 활력과 세수 확대 등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 시의 판단이었다.헌법개정으로 확고한 행정수도 완성을 눈앞에 두고 개발이 한창인 세종시에 대표적 님비시설과 혐오시설로 통하는 화상경매장 유치를 둘러싸고 시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