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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서원대학교
2019년 세밑 여의도가 시끄럽다. 합법으로 포장된 여의도 정치판의 꼼수가 외려 위법을 능가한다. 민주주의 가치가 크게 왜곡되고 있다. 12월 30일 밤에 국회를 통과한 소위 ‘공수처법’이나 27일에 통과한 ‘선거법개정안’이 오래지 않아 여권 지지자에게도 절대 이롭지 않은 악법이라는 걸 깨닫게 될 게다. 그 폐해가 심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당과 좌파의 ‘내재적 접근’으로 보면, 20대 국회에서 범여권이 강행한 표결이 나라의 발전과 민주주의의 진화에 매우 합당하고 적절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왜냐하면, 국회법상 교섭단체도 아닌 소수당 국회의원과 야합하여 ‘4+1’이란 범여권 과반교섭단체를 만들어보니까 원내 제1당을 배제하고도 자기들 입맛대로 법안을 뜯어고쳐서 손쉽게 통과시킬 수 있었으니 말이다.
국회법을 무시한 ‘4+1’이라는 과반 협의체로 밀어붙이니 의안 표결이 ‘식은 죽 먹기’였고, 내재적 관점에서 의회 일정을 선진적으로 진행한다는 명분도 서고 ‘도랑 치고 가재 잡기’ 같은 결말을 냈으니 범여권은 기분이 좋을 만도 할 게다. 적어도 절반을 넘는 반대파 국민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반면에 원내 제1당이 범여권의 독주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을 참담한 심정으로 지켜봐야 했던 국민은 의회 권력을 빼앗기면 정치판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나라가 어떻게 퇴보하는지 똑똑히 보았다. 아울러 내년 총선에서 국민이 어떤 선택을 해야 망가지는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있는지를 절감했을 게다. 이게 2019년 세밑 현실이다.
하찮은 게임에도 지켜야 할 규칙이 있고, 규칙을 지켜야 게임이 성립하는데 20대 국회에서는 그런 규칙이 사라졌다. 꼼수와 수적 우세로 밀어붙이는 정글이 되어버렸다. 세상의 일에는 사리가 맞지 않은 일을 벌이면 언제건 부메랑이 되어 온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작용 뒤에는 반드시 반작용이 오는 게 세상 이치이다.
박근혜 정부의 몰락도 의회 권력을 뺏기면서 시작되었다. 우파의 몰락으로 건국 이래 지켜왔던 자유시장 경제의 국가체제가 뒤집히고 있다. 그 여파로 안보, 경제, 교육 등 국가 기둥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고 국민은 속절없이 쳐다보고만 있다. 그래서 나라의 미래가 어떨지 가늠이 안 된다고 생각을 하는 국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런 걱정으로 2019년 한 해 내내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주 토요일 대한문과 광화문 광장으로 나갔다. 필자 또래의 많은 사람이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면서 시청과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웠다. 시청광장, 광화문 광장을 메운 인파는 수만에서 수십만 개의 점이 되어 광장을 채웠다. 그들은 광장을 가득 채운 점들이었다. 필자도 광장의 점이 되어 일 년 내내 함께 나라를 걱정하였다.
삼일절, 광복절, 개천절 같은 특별한 날에는 서울역에서 남대문, 시청 광화문, 을지로, 종로, 청와대 앞까지 수십만 인파와 태극기들로 가득 채웠다. 몇몇 우파 언론을 제외하고 대부분 언론이 거의 외면하고 있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더우나, 추우나, 한 주도 거르지 않고 태극기를 들고 광장으로 나가는 사람들은 여든 나이의 대선배부터 일흔 나이의 필자 또래, 예순, 쉰 나이의 장년들까지 하나같이 우국충정의 마음으로 광장을 메웠다.
모이는 인사 하나하나가 나라의 두뇌였고, 안보의 간성이었고, 나라 건설의 역군이었고, 여론 주도자였다. 고교동창, 옛 직장 동료, 원로 학자 모두가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 하나로 모였던 게다. 망가지는 나라를 지키려고, 앞세대와 우리 세대가 힘 모아 70년간 쌓아 올린 번영이 뒷걸음질하는 것을 막으려고 나섰던 게다.
그런 원로세대들의 걱정이 모이고 쌓여서 오래지 않아 큰 힘으로 분출되어 망가져가는 나라를 다시 바로 세울 것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이다. 나라가 반듯해질 때까지 대한문과 광화문 집회는 계속되고 청와대를 향한 국민저항의 행진은 2020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세밑에 필자는 2019년의 반민주, 사이비 민주를 송구(送舊)하고 자유시장 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되찾는 영신(迎新)의 2020년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