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서원대학교
    ▲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서원대학교

    1958년 1월 23일자 동아일보에 게재된 김성환 화백의 시사만화 ‘고바우 영감’ 때문에  당시 서울 장안이 시끌벅적했다.

    4단짜리 만화 ‘첫 번째 컷에서는 동네 똥지게꾼들이 경무대(대통령 관저)에서 나오는 똥지게 꾼을 보고 “엇! 저기 온다”고 말한다./ 두 번째 컷에서는 ‘으흠’ 하면서 거만스럽게 지나가는 경무대 똥지게 꾼에게 동네 똥지게꾼들이 90도로 허리 굽히면서 “귀하신 몸 행차하시나이까?”라고 인사를 한다./ 세 번째 컷에서는 고바우 영감이 나타나서 경무대 똥지게 꾼을 가리키면서 “저 어른이 누구신가요?”라고 묻자, 동네 똥지게 꾼이 고바우 영감에게 “쉬…”라면서 입단속을 한다./ 네 번째 컷이 백미다. 경무대 똥지게 꾼이 멀어지자 동네 똥지게 꾼이 고바우 영감더러 “경무대서 똥치는 분이요”’라면서 만화가 끝난다.

    권력 가까이에서 하찮은 일을 하는 사람까지 권력 완장의 위세를 부리던 당시 세상을 빗댄 만화였는데, 이 풍자만화 건으로 김화백이 경찰에게 불려가서 사흘간 문초를 당하고 즉결심판으로 넘겨져 450환의 벌금을 물었다고 전한다.

    예로부터 어떤 권력이든 흥망성쇠의 과정을 거쳐 갔다. 이승만 대통령은 건국 무렵의 혼란과 북한의 남침 전쟁 등으로 누란의 위기에 빠진 나라를 잘 추슬러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초석을 다졌지만, 장기 집권으로 권력 주변이 오만해지면서 정권의 몰락을 맞았다. 권력이 오만해지면 완장을 찬 주변 소인배들이 설치고 일탈하면서 몰락을 재촉한다. 김성환 화백의 시사만화는 자유당 정권 말기의 몰락 징조를 4컷짜리 시사만화로 보여준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지 1년 반이 지나면서 지나 간 정권 때보다 이르게 권력 주변의 완장을 찬 소인배들의 일탈이 드러나고 있다. 소위 촛불혁명정신을 내세운 적폐청산의 광풍을 타고 설쳐댄 완장 찬 권력 주변 소인배들의 일탈 행적이 드러나고 있는 게다. 국정을 미래로 향해서만 가더라도 쉴 틈이 없을 급박한 글로벌 경쟁시대에 여태까지 가보지 않았던 곳으로 나라를 끌고 가겠다면서 과거만 뒤집어 헤집는 통에 그런 소인배들이 일탈할 공간이 더 많이 생겨서 그럴 수도 있겠다.

    “내가 누군지 모르느냐?”면서 시민을 폭행한 허세 완장부터 공직자 부패를 감찰하라고 부여한 권한으로 지인의 부탁 뒤처리 하는 완장, 청와대 인근은 자신의 활동 영역이라 음주 운전 쯤은 해도 괜찮거니 했던 실세 완장 등등, 이 모든 게 권력에서 겸손기가 빠지면서 드러난 오만함의 징후이다. 그런데 그런 완장들이 너무 일찍 출현했다는 게 문제이다.

    문 대통령은 작년 5월의 취임 1일차에 ‘업무지시 1호’로 ‘일자리위원회’를 만들었다. 취임 2일차에 ‘군복무 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고 ‘자사고 외고 등 특목고 폐지’를 지시했다. 취임 3일차에는 인천공항공사를 찾아가서 ‘비정규직 1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사장에게 지시하고 ‘대통령 업무지시 2호’로 ‘국정교과서 폐지’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지시했고, 5월 18일에는 실제로 광주에 가서 그 노래를 불렀다.
     
    지금에 와서 보면 시대적 담론을 담아야 할 정권 출범 국정 운영의 청사진과 대통령 첫 지시사항이 소소했다는 감을 숨길 수 없다.

    2017년 6월에 들어 4대강 사업에 대한 전면적 정책감사와 사드 반입 보고누락에 대한 전면적 조사, 원전 고리1호기를 영구 정지,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을 일시 중단하고 안전성을 재검증할 것을 지시하는 등 탈 원전 정책에 시동을 걸었다. 그런 지시가 국가의 안보와 미래를 향한 방향타로서 매우 잘못된 변침이었다는 사실이 요즘 들어 더 명명백백해지고 있다. 탈 원전으로 원전 생태계가 무너지고, 경제는 뒷걸음치고, 국민들 안보 불안도 커지고 있는데도 그 방향을 바꿀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민심을 거스르는 오만함이다.   

    소득주도성장정책의 일환으로 최저임금을 10% 넘게 인상시켜 그 덕분에 애꿎게 저소득층 서민들 소득이 줄고 국민들 살림만 팍팍해졌다. 검증 안 된 책상머리 좌파적 경제논리로 5000만 국민을 대상으로 국정 실험을 한 꼴이다. 그런 정책 시행이 얼마나 우둔한 것이었는가를 최근의 나라 경제상황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절반 이상의 국민들이 ‘아니’라고 하는데도 ‘좀 지나면 성과가 나타날 거니까’ 기다리란다. 이 또한 권력의 오만함이 아닌가?   

    소위 촛불혁명의 공신이라는 민노총의 도 넘은 폭력 행위에 국민들이 분노한다. 그들만의 리그와 그들만의 정의로운 사회 건설이 외려 나라의 미래를 망칠까봐 국민들은 걱정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정신도 모르는지 여당 대표라는 완장은 공공연히 집권 20년 플랜을 말한다. 국민들이 그들에게 20년 권력을 맡으라고 허락하지 않았는데도 예사로이 그런 말을 한다는 게 권력의 오만함이다. 국민들이 용납 못할 오만함이다.

    이 나라의 권력과 완장들은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옛 말이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떨어지는 대통령 국정지지율을 보면서 되새겨야 할 것이다. 세월이 무상하고 권력도 무상함을 빨리 깨우쳐야 남은 임기라도 잘 마칠 수 있다.

    지금 절반 이상의 국민들은 나라를 잘 지키고, 경제를 잘 살리고, 국가 미래 준비에 온통 힘을 쏟으라고 명령하고 있다. 문대통령이 야당시절 정권에게 즐겨 썼던 말대로 ‘무엇이 된장이고 무엇이 똥인지 알아야’ 국정을 제대로 할 것이고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이 지지하지 않는 ‘권력과 완장은 허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