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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이 굽이굽이 휘감아 흐르는 옥천은 정겨운 고향 같은 푸근함이 깃든 고장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강물을 따라 구석구석 소박한 시골 마을의 정취가 배어난다.
이곳의 풍경이 그토록 그리웠을까.
정지용의 ‘향수’를 읽다 보면 내가 그인 듯, 두고 온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새록새록 피어오른다.
정지용 시인의 발자취는 정지용 생가·문학관을 시작으로 100리에 걸쳐 이어진다.
종전 향수 30리 길과 금강 길을 합쳐 만든 ‘향수100리길’은 그의 작품 속에 나타난 아름다운 풍경을 따라가는 정겨운 고향 길이다.
정지용 생가를 출발해 장계관광지, 안남면, 금강 변, 금강휴게소 등을 거쳐 출발지점으로 돌아오는 50.6km 거리지만 금강 변 비포장도로 약 4.5km를 제외하고는 특별히 위험하거나 어려운 구간은 없다.
향수 100리 길은 자전거 마니아들에게 소문난 코스로, 날씨나 체력 상황 등을 고려해 자전거로 도전해도 좋다.
맑고 화창한 날 드라이브에 나서도 제격이다. 정지용 생가를 출발해서 옛 37번 국도를 타고 장계관광지까지 가는 길은 종전 향수 30리 길에 해당하는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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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국도가 생긴 뒤 차량 통행이 적어 자전거 하이킹이나 드라이브를 만끽하기에 좋다.
초록빛이 넘실거리는 가로수 길을 달리다 보면 마치 봄의 한가운데로 초대받은 느낌이 든다.
옛 37번 국도는 4월 초·중순 벚꽃 터널이 펼쳐지는 명소다. 장계교를 넘어 강 건너에 닿으면 곧 안남면으로 이어진다.
안남면을 지나 금강 변을 달리는 길은 향수 100리 코스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정지용 시인이 노래한 정겹고 평화로운 풍경이 느릿한 걸음으로 흘러간다. 유유히 흐르는 물결 위로 어린 시절 친구들과 장난치고 뛰놀던 추억이 떠오르는 듯하다.
청보리가 물결치는 강변 한쪽에는 캠핑을 나온 사람들이 낚시를 즐기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강 변 비포장도로를 빠져나와 잠깐 샛길로 접어들면 청마리다.
이곳에는 마한시대부터 내려온 옥천 청마리 제신탑(충청북도 민속문화재 제 1호)이 있다.
마을 어귀에 쌓은 제신탑은 볼품없는 돌무더기 같지만, 먼 옛날부터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역할을 해왔다. 지금도 해마다 음력 정초에 이곳에서 제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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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마리에서 향수 100리 길로 돌아오면 얼마 지나지 않아 금강휴게소에 도착한다. 경부고속도로에 면한 금강휴게소는 주변 경치가 빼어나 여행객들이 일부러 찾는 곳이다.
아름다운 산세와 시원하게 흐르는 강줄기를 볼 수 있는 금강유원지(금강휴계소)는 전국에서도 아름다운 휴게소로 손꼽히고 있다.
이곳에는 모터보트장, 야영장, 낚시터 등 다양한 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매력적인 나들이 장소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휴게소 인근에 있는 조령리 토속음식촌은 식도락가들도 즐겨 찾는 곳으로 인기가 대단하다.
이곳에서 다시 정지용 생가에 도착하면 향수 100리 길이 마무리된다.
한편 향수100리길은 KBS 1박 2일, EBS 한국기행, SBS 출발 모닝와이드 등 다양한 언론에 소개된 자전거 여행 명품 녹색길로써 2015년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아름다운 자전거 여행길 30선, 2016년 행정자치부아름다운 ‘자전거길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