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 축사 농장에서 일하는 장면.ⓒ국가인권위원회
    ▲ 한 축사 농장에서 일하는 장면.ⓒ국가인권위원회

    충북 청주 ‘축사노예’ 사건의 피해자인 고 모씨(47·지적 장애 2급)가 가해 농장주로부터 임금과 위자료 등 모두 1억6000만원의 배상금을 받게 됐다.   

    29일 청주지법과 대한법률구조공단 청주지부 등에 따르면 고 씨는 지난 9월쯤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농장주 김 모씨(68) 부부를 상대로 임금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에 청주지법 이현우 판사(민사2단독)는 지난 5일 김씨 부부에 대해 고씨에게 밀린 임금 및 물리적·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명목으로 1억6000만원의 합의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강제 조정 결정을 내렸다.

    강제 조정은 법원이 판결을 내리지 않고 임의로 합의금을 정하는 것으로 양측이 결정문을 송달받고 2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이 생긴다.

    고 씨 측과 김 씨 부부 측 모두 이런 법원의 강제 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이 소송은 김 씨 부부가 고씨에게 1억60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는 것이 성립되며 마무리됐다.

    김씨 부부는 형법상 상습준사기, 상해, 근로기준법 위반,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5가지 혐의로 기소됐고 상대적으로 죄질이 중한 부인 오모(62)씨는 구속기소된 상태로 재판을 받고있다.

    김씨 부부는 1997년 7월께부터 지난 7월까지 고 씨에게 분뇨처리 등 축사 일을 시키고 거짓말을 하거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은 물론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고 씨는 19년간 청주시 오창읍 김씨 부부 농장에서 무임금 강제노역을 당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고 씨가 1997년 여름 천안 양돈농장에서 일하다 행방불명된 뒤 소 중개인의 손에 이끌려 김씨 부부의 농장으로 왔다.

    이곳에서 고 씨는 19년간 축사 창고에 딸린 쪽방에서 생활하며 소 40∼100여마리를 관리하거나 밭일을 하는 등 무임금 강제노역에 시달려야 만 했다.

    하지만 지난 7월 1일 밤 축사를 뛰쳐나온 고씨는 경찰에 발견돼 극적으로 가족과 상봉하며 주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염전노예 사건, 축사노예 사건 등 국민적 공분을 산 장애인 인권침해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사건을 재연하는 방식으로 장애인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내 손을 잡아요’라는 5분 30초짜리 동영상을 제작해 보급하고 있다.

    이 동영상에는 강제 노역, 폭행 등 인권침해를 받아도 스스로 구조를 요청하기 힘든 지적장애인의 현실과 지역사회의 무관심 등 우리 사회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