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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세종간 제2경부고속도로가 경기도 안성에서 세종으로 휘어지며 충북을 경유하지 않고 건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충북의 정치권이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며 지역의 정치적 이슈로 확산될 조짐이다.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은 15일 논평을 내고 “정우택 의원이 서울~세종간 고속도로가 충북을 경유하지 않는 것에 대해 엉뚱하게 이시종 도지사를 비판하고 나섰다”며 “충북을 경유하지 않는 노선은 2009년 정 의원이 충북지사로 재임하던 시절에 이미 인정한 노선”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당시 정 도지사는 모든 절차를 끝내고 착공만 남겨둔 중부고속도로 확장을 포기하고 서울~세종간 고속도로의 건설을 인정해 준 것”이라며 “오늘의 서울~세종간 고속도로 노선에 책임 있는 사람은 오히려 정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더민주 충북도당은 “충북을 제외한 서울~세종간 고속도로는 정부와 새누리당의 합작품”이라며 “정 의원은 궤변으로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본인의 잘못에 대해 먼저 충북도민께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11일 청주시가 마련한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정 의원이 이 고속도로 노선의 충북 배제에 대해 충북도(도지사)를 향해 쓴 소리를 던졌다.
정 의원은 “서울~세종 고속도로 노선과 관련해 충청권 단체장들이 합의한 문서를 봤는데 충북도가 천안에서 세종으로 변경되는 걸 용인해 주는 대신 중부고속도로 확장을 다른 광역단체에서 받아주는 걸로 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윈-윈 형식으로 볼 수도 있지만 중부고속도로 확장은 타당성 재검토로 인해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확장 문제는 언젠가 가능하겠지만 합의한 내용대로 될 경우 자칫 (서울~세종 고속도로)노선만 뺏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도 차원에서 광역단체장 간 합의 내용을 분명히 하고 도지사가 도민들에게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충북 정치권의 서울~세종 고속도로 노선의 ‘네 탓 모드’는 뒤늦게 책임 공방만 벌인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서울~세종 고속도로 노선의 충북 배제는 지난 4·13총선 세종시에서 7선을 거머쥔 이해찬 의원(무소속 세종)이 지역의 후보자 TV토론회에서 ‘자신의 공’으로 치켜세우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이 의원은 “그동안 충북의 반대가 많아 결정이 늦어졌는데 충북도지사를 여러 차례 만나 설득해 지난해(2015년) 결정됐다”며 “충북도는 ‘더 이상 자기들이 반대하지 않겠다’고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충북도(도지사)는 ‘제2경부고속도로’ 노선이 충북을 통과하지 않는다는 것에 동의를 해준 결과가 됐다.
실제로 지난해 9월 9일 대전·세종·충남·충북의 시장과 도지사는 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충청권 공동번영 및 상생발전을 위한 연석회의’를 열고 공동합의문을 채택한 결과 ‘제2경부고속도로’는 ‘서울~세종 고속도로’로 명칭이 확정되며 충북을 거치지 않는 고속도로가 돼 버렸다.
이에 대해 지난 4·13총선 당시 청주 흥덕구 예비후보로 출마했던 정윤숙 의원(새누리 비례)은 20대 국회에 진출하면 “없어진 노선을 되찾아 오겠다”고 공약했으며 이후 지역 시민단체와 연대해 이 노선의 ‘충북 경유 운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사)미래도시연구원 등 충북지역의 시민사회단체도 적극적으로 ‘노선유치’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욱 미래도시연구원 사무총장은 “이도로의 사업효과는 생산유발 11조원, 일자리창출 6만6000명, 사회적 편익 연간 8400억이라는 국토부의 연구결과 자료를 확인했다”며 “서울에서 안성을 거쳐 남이분기점까지 직선으로 연결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직선화 고속도로를 지역이기주의를 앞세워 구부러지게 만드는 세종시 국회의원도 문제지만 아무런 대응도 못하는 충북도 또한 더 큰 문제”라며 손 놓고 있는 충북도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명했다.
김태수 청주시의원도 지난 11일 임시회 5분 발언에서 “제2경부고속도로 노선이 서울~안성~오송을 거쳐 남이분기점으로 연결됐을 때 충북도와 청주시가 얻을 수 있는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제대로 평가해야한다”며 청주시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지역의 한 시민은 “충북의 여야가 뒤늦게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는 사이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번 ‘KTX오송역’ 유치운동처럼 범도민 운동으로의 확산을 준비하고 있다”며 “충북도와 청주시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