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농협조합장들, 간선제 시대착오적 선거
  • ▲ 농협회장 선거에 나선 6인의 후보들. 시계방향으로 왼쪽 상단부터 이성희·최덕규·하규호·김병원·김순재·박준식 후보. 중앙선관위 제공 ⓒ뉴데일리
    ▲ 농협회장 선거에 나선 6인의 후보들. 시계방향으로 왼쪽 상단부터 이성희·최덕규·하규호·김병원·김순재·박준식 후보. 중앙선관위 제공 ⓒ뉴데일리

    12일 치러지는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혼탁·과열양상을 빚으면서 직선제로 바꿔야 한다는 일선 조합장들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일선 조합장들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장은 회원 234만명, 자산 342조원, 27개 계열사에 8만여 명의 임직원을 보유한 ‘공룡 조직’의 수장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회장 선출방식은 대의원 조합장들이 뽑는 간선제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요한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전국 1134명 조합장 중 중앙회장 투표권은 291명의 대의원(경북 40, 경남 32, 전남 36, 전북 26, 충청·수도권 55명, 강원 23, 제주 7명)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는 것이다.

    일선 지역농협 조합장들은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직접 뽑고 기초의원들도 직선제로 선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간선제인 농협중앙회장 선거방식은 시대착오적인 선출방식”이라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방식은 임명제에서 1990년 조합장 직선제로 바꿨다. 그러나 당시 중앙회장 첫 선거를 치르자마자 금권·타락선거에다 선거부정시비가 끊이지 않자 이명박 정부가 2009년 비리 차단과 선거과열 예방을 명분으로 선거인단을 대폭 줄여 대의원 간선제로 선거방식을 또다시 바꿨다.

    이 선거 방식 역시 대의원 매수가능성과 대의원 향응제공 등의 문제점이 불거지기도 했다.
     
    일선 농협조합장들이 중앙회장 선출방식을 직선제로 바꿔한다는 주장은 무엇보다 혼탁·과열선거 때문이다. 중앙회장 선거 때마다 고소·고발과 흑색선전, 금품 매수설 등이 난무해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번 선거도 외부에 노출만 되지 않았을 뿐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일선 조합장들의 비판이다.

    게다가 간선제 선출방식은 농협중앙회장의 대표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청주지역 모 농협조합장은 “중앙회장 선거방식을 직선제로 바꿔야 한다. 선거 때마다 돈이 오간다는 말까지 나온다. 직선제로 가야 이런 혼탁·과열 현상을 줄일 수 있다”면서 “선거전날 서울 부근에서 먹고 잘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경비 역시 출마자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간선제의 병폐다”고 밝혔다.

    이 조합장은 이어 “회장 당선자는 임기동안 대의원만 잘 관리하면 재선, 3선까지 가능한 구조도 문제”라며 “게다가 중앙회장은 당선 이후에도 자금 지원을 입맛에 맞는 사람에게 지원을 한다. 대의원 소속 조합이 중앙회로부터 비대의원 조합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고 말했다.

    대의원 조합장들이 중앙회장에게 줄서는 것은 중앙회가 각 조합에 지원할 수 있는 8조원 규모의 무이자 자금 또한 중앙회장의 입김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 이사를 맞고 있는 김병국 서충주농협조합장은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호별 방문이 금지돼 있어 이번 선거는 전화와 메시지가 쇄도하고 있다”고 밝히고 “시대 조류에 맞게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직선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한편 12일 중앙회장 선거에는 이성희 전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66), 최덕규 합천가야농협조합장(65), 김병원 전농협양곡대표(62), 김순재 전 창원 동읍농협조합장(50), 박준식 서울관악농협조합장(75), 하규호 김천직지농협조합장(57)이 출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