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한상균 위원장을 체포하라!
  • 뭔가 음습한 분위기가 감돈다.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듯도 하다. 귀를 쫑긋 세우고 들으면 여자의 신음 소리 같고, 신경을 쓰지 않으면 바람소리로도 들린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설마 이런 산중에서 누가?”
    처음엔 어느 한 많은 여인이 곡을 하는 것으로 알았다. 청상과부가…. 갑자기 청천하늘에 먹구름이 몰려드는 느낌이다. 전설의 고향에서 본 듯한 장면이 떠오른다. 소복을 한 여인이 산발을 하고 나타난다.
    그게 아니다. 여자의 음성은 점점 간드러진다. 남자를 녹이는 소리다. 최백수는 얼마나 급하면 이런 산 중에서 낙엽을 이불 삼아 원초적 본능을 해결하는 것일까? 그 다급함을 이해하려고 한다.
    슬쩍 자리를 피하려고 한다. 그런데 마음과는 반대로 발은 서서히 소리 나는 쪽으로 향한다. 뭔가 번쩍하는 게 보인다. 남자의 머리다.
    “대머리 선생께서 급한 볼일을 보고 계시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자세히 살핀다. 분명 대머리가 아니다. 삭발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죄수가 탈출을 해서 겁탈이라도 하는 걸까? 그것도 아니다. 여자의 몸부림은 갈수록 농염해진다.
    분명 화간(和姦)이다. 여자가 남자를 겁탈하는 것처럼 들린다. 최백수의 발길은 점점 가까이 다가간다. 그런데 복장이 이상하다. 윗도리는 등산 잠바로 감추었지만 아랫도리가 반쯤 보인다.
    잿빛이다. 승복이 분명하다. 그 옆엔 가발처럼 보이는 머리털도 있다.
    “세상에…, 중놈이 벌건 대낮에 저 짓을 하다니?”
    최백수의 눈에 불꽃이 튄다. 지금까지 신문 방송에서 보고 들었던 땡초들의 타락한 모습이 한꺼번에 다 보인다. 술에 취해 여자를 희롱하는 삭발이 보이더니 재산 싸움을 하느라 피투성이가 된 모습도 어른거린다.
    감투싸움을 하느라 만신창이가 된 모습도 저만큼 있다. 더 이상 볼 필요가 없다. 저런 모습이야 얼마든지 많은 세상 아닌가. 저런 꼴을 보지 않으려고 산을 찾는 것인데, 여기서도 보다니….
    재수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일진이 나쁘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몸을 혹사하는 게 최고다. 할딱 고개다 이 고갤 넘으면 문장대가 훨씬 가까워진다. 기를 쓰고 돌계단을 오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꾸 보이는 얼굴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다.
    “수배중인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을 겨냥한 말이 분명했다. 수배중인 범인이 사찰에 들어가서 폭력시위를 조종하고 있는데도 잡지 못하고 있는 게 법치국가입니까? 그게 있을 수가 있는 일입니까?”
    이렇게 구체적으로 표현은 안 했지만 그렇게 말하는 소리로 들렸다.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에게 하는 말이었지만 국민들에게 호소하는 말로도 들렸다. 수배중인 범인을, 그것도 체포영장이 발부된 범인을 눈앞에 두고도 집행을 하지 못하는 경찰에게 하는 경고일 수도 있었다.
    폭력시위를 말리지 않고 배후에서 부추기는 야당의원들을 겨냥한 말일 수도 있었다. 눈에서  불이 나게 호통을 치는 대통령도 감히 하지 못하는 말이 있어보였다. 차마 사찰이란 말은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어떻게 종교가 치외 법권의 성역이 될 수 있느냐는 말을 하고 싶어서 입이 간지러운 모습이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대통령은 꿀릴 게 없는 처지다. 재선을 할 것도 아니니 표를 의식할 필요가 없다.

    집권 여당의 총재도 아니니 총선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정작 할 말을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도루 삼키느라 애를 먹는 표정이었다. 고기는 씹어야 맛이고 말은 해야 맛이란 속담도 있다.
    그 맛있는 고기를 씹지도 못하고 우물거리는 심정이 어떨까?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도로 삼키는 기분은 또 얼마나 참담할까? 아무것도 의식할 필요가 없는 게 대통령이다.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서 정치를 하면 되는 게 대통령이다.
    그런데 무엇이 무서워서 할 말을 못하는 걸까? 대통령이 무서워하는 게 대체 무엇일까? 아마도 그건 종교세력 때문일 것이다. 종교는 본래 정치세력이 될 수가 없다. 그런데도 정치세력으로 정치에 관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선교를 할 때 목숨을 거는 것처럼 반정권 투쟁을 하면 감당할 수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일 게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소신껏 발언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최백수는 상상을 해본다. 종교말살이라는 말이 등장했을 것이다. 유신통치의 부활이라는 말도 나왔을 것이다. 이건 너무 진부한 말이다. 박근혜 정권타도란 말이 등장했을 것이다. 물론 신도들이 벌떼처럼 들고일어날 것이다. 임진왜란 때 승병이 일어난 것처럼 전국각지에서 봉기할지도 모른다.

    “이건 순전히 소설이잖아?”
    소설은 가정이다. 허무맹랑한 가정보다는 현실감이 있어야 한다. 최백수의 눈에 TV 화면처럼 선명하게 보이는 장면이 있다. 아주 기가 죽은 모습이다. 평소 소신 발언을 잘 하기로 유명한 여당 국회의원이다.

    그 강경하다는 야당의원들 앞에서도 절대 기가 죽는 걸 본적이 없는 김진태 의원이다. 공안검사 출신이니 얼마나 논리적이겠는가? 사법시험에 합격한 수재이니 얼마나 법률적이겠는가?
    말로라면 누구도 당할 재간이 없을 것이다. 논리로 싸우는 것이라면 천하장사일 것이다. 그런 그가 풀 죽은 모습으로 TV에 나왔다. 조계사에 들어가 은신 중인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에게 발부된 체포영장을 집행해야 한다는 소리를 했다가 봉변을 당하는 모습이었다.(매주 월수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