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 계약 회피·형식적 관리가 빚은 구조적 실패감사 지적에도 '훈계'로 끝낸다면 신뢰 붕괴는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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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길표 기자ⓒ뉴데일리DB
충청남도 보조금 사업에서 드러난 이른바 ‘쪼개기 계약’ 행태는 단순한 실무 착오가 아니다. 이는 계약 원칙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관리·감독 책임을 사실상 방기한 구조적 문제의 결과다.감사 결과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보조금 집행의 투명성과 공공성에 대한 경각심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점이다.감사위원회에 따르면 단일 인테리어 공사를 여러 공종으로 인위적으로 분할해 수의계약을 체결했고, 일부는 동일 업체와 반복 계약을 맺었다.이는 명백히 일괄 계약 원칙을 위반한 사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시공업체의 면허와 자격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계약이 이뤄졌다는 점이다.공사 품질과 안전을 담보해야 할 최소한의 절차가 무시된 셈이다.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보조금을 교부한 도 소관 부서는 실적보고서 검토와 정산 과정에서도 이러한 위법·부적정 사항을 걸러내지 못했다.이는 단순한 관리 소홀을 넘어, 보조금 관리 시스템 전반이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행 과정은 허술했고, 사후 검증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보조금은 '개인의 쌈지 돈'이 아니다. 엄연한 국민 세금이며, 그 사용에는 법과 원칙이 뒤따라야 한다.특히 수의계약은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제도인 만큼, 더 엄격한 기준과 책임이 요구된다. 이를 편의 수단으로 전락시킨다면, 결국 불신과 특혜 논란만 키울 뿐이다.감사위원회가 지적했듯 이번 사안은 특정 사업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보조금 사업 전반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훈계와 주의 처분만으로 끝낼 사안인지에 대해서도 냉정한 성찰이 필요하다. 책임 있는 행정이라면 '재발 방지'라는 추상적 약속이 아니라, 계약 단계부터 정산까지 전 과정을 점검할 수 있는 실질적 시스템 개선으로 답해야 한다.보조금 사업은 신뢰 위에서만 작동한다. 그 신뢰를 무너뜨린 대가는 결국 행정 전체가 치르게 된다.이번 감사 결과를 일회성 지적으로 흘려보낼 것인지, 아니면 관행을 끊는 전환점으로 삼을 것인지. 충남도의 선택을 도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