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불법점유 정황에도 행정은 손쓸 수 없어형식적 식재 논란 속 “법의 사각지대 방치” 비판 확산
  • ▲ A전선이 수십 년간 산지가 훼손된 채 잔디밭으로 전용해 사용하다가 예산군이 산지법위반으로 복구명령을 했지만, 수로 우측에는 전혀 복구가 이뤄지지 않았다.ⓒ뉴데일리
    ▲ A전선이 수십 년간 산지가 훼손된 채 잔디밭으로 전용해 사용하다가 예산군이 산지법위반으로 복구명령을 했지만, 수로 우측에는 전혀 복구가 이뤄지지 않았다.ⓒ뉴데일리
    충남 예산군 고덕면의 한 산지가 수십 년간 불법으로 훼손·점유돼 온 사실이 확인됐지만, 공소시효 도과로 인해 형사 처벌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행정 당국은 원상복구 명령 외에 추가 조치를 취하기 어려워, 산지 관리 제도의 구조적 허점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예산군에 따르면, A전선은 고덕면 호음리 산 75-53 일원 보전산지를 허가 없이 훼손·사용해 왔으며, 위반 면적은 2필지, 총 1831.76㎡에 이른다. 

    군은 올해 초 현장 확인을 통해 산지관리법 위반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4월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문제는 위반 행위가 이미 오래전에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항공사진 분석 결과 해당 부지는 최소 2008년 이전부터 현재와 유사한 상태로 유지돼 왔으며, 현장 관계자들은 실제 불법점유 시점이 20~30년 전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형사처벌은 공소시효 만료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 ▲ A전선이 산지관리법 위반으로 예산군에 의해 적발된 후 복구를 완료했지만, 잔디밭은 그대로 둔 채 어린 소나무만 듬성 듬성 심어놨다. ⓒ뉴데일리
    ▲ A전선이 산지관리법 위반으로 예산군에 의해 적발된 후 복구를 완료했지만, 잔디밭은 그대로 둔 채 어린 소나무만 듬성 듬성 심어놨다. ⓒ뉴데일리
    ◇ 처벌 공백 속 ‘복구 명령’만 남은 행정

    예산군은 식재 시기를 고려해 복구 완료 기한을 11월까지 부여했으며, A전선 측은 기한 내 복구를 완료했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현장을 확인한 결과 일부 구간은 식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거나, 잔디 위에 어린 소나무를 심는 수준에 그쳐 ‘형식적 복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예산군 산림과 관계자는 “복구 완료 통보를 받았지만 현장 확인 결과 미이행 구간이 확인돼 추가 보완을 요구한 상태”라며 “현재는 복구 완료 여부를 최종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행정기관은 가을 식재 시기를 넘긴 현 상황에서 복구의 실효성을 중점 점검하고 있으나, 법적으로 추가 제재 수단은 제한적이다.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이 불가능한 이상, 원상복구 명령과 이행 여부 점검이 사실상 행정의 전부다.
  • ▲ A전선이 산지관리법 위반으로 복구명령에 따라 주차장 인근 복구를 완료한 모습.ⓒ뉴데일리
    ▲ A전선이 산지관리법 위반으로 복구명령에 따라 주차장 인근 복구를 완료한 모습.ⓒ뉴데일리
    ◇ “복구냐, 회피냐” 기업 대응에도 의문A전선 측은 “해당 부지는 공장 운영에 활용할 필요가 없는 지역”이라며 “양성화도 검토했으나 사용 목적이 없어 원상복구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식재는 완료했으며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면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배수구 인근 등 일부 구간이 사실상 방치된 채 남아 있고, 최소 기준만 충족하려는 듯한 복구 방식에 대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단순한 묘목 식재로 수십 년간의 산지 훼손 책임을 갈음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은 “공소시효가 지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선례가 반복될 경우, 산지 훼손에 대한 경각심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차라리 명확한 기준에 따른 양성화나 토지 기능 회복을 강제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 A전선이 산지관리법을 위반한 면적이  2필지, 총 1831.76㎡에 이른다.ⓒ독자제공
    ▲ A전선이 산지관리법을 위반한 면적이 2필지, 총 1831.76㎡에 이른다.ⓒ독자제공
    ◇ 제도는 있는데, 책임은 남지 않았다

    산지관리법은 보전산지를 허가 없이 전용하거나 형질 변경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간 불법행위가 사후에 드러날 경우, 처벌이 불가능해지는 구조적 한계가 이번 사안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예산군은 조만간 현장 점검을 다시 실시해 복구 실태를 확인한 뒤, 추가 명령이나 보완 조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다만 이번 사례는 ‘장기 불법점유는 처벌 없이 복구로 끝난다’는 잘못된 신호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