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 충북연구원장 “대전환기일수록 사람·기술·현장이 기업을 살린다”정밀가공·친환경 규산염·유기 2차전지… 충북 3개 기업, 미래먹거리 정조준“AI·4차 산업혁명 속 충북 기업 도약 가능… 지역 지원체계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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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배 충북연구원장이 27일 청주 엔포드호텔에서 열린 충북경제포럼 제265차 월례 강연회에서 동하정밀·명전바이오·쉐메카 등 충북 기업인들의 성공적인 경영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김정원 기자
격변의 AI·4차 산업혁명 시대에 충북 기업들이 위기를 돌파하며 새로운 성장전략을 내놓고 있다.김영배 충북연구원장은 27일 청주에서 열린 충북경제포럼 강연에서 동하정밀·명전바이오·쉐메카 세 기업의 사례를 집중 조명하며 “대전환기일수록 사람·현장·기술에 대한 집요함이 기업을 지탱하는 뿌리”라고 강조했다.최근 산업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며 지역 기업들은 생존과 성장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지만, 이들 기업의 사례는 위기 속에서도 길을 낸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금은 100년 전과 닮은 격동기… 위기는 곧 기회”김 원장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AI 기술 폭증, 팬데믹·전쟁이 겹친 현 상황을 “1·2차 산업혁명과 대공황을 잇는 100년 전의 혼란기와 유사한 구조”라고 진단했다.경제·산업 질서가 뒤집히는 순간에는 기존 강자가 흔들리기도 하지만 새로운 기업이 등장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는 것이다.그는 “충북 기업들이 위기를 바라보는 눈을 바꾸면, 해외시장과 미래 산업에서 선제적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며 오늘 소개한 기업들의 도전 방식에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
- ▲ 신희중 동하정밀 대표가 창업과 성공과정을 발표하고 있다. ⓒ김정원 기자
◇ 군 연구원에서 제조인으로… 동화정밀의 ‘제로 PPM’ 승부수첫 번째 소개된 동하정밀은 ‘정밀도’라는 단어를 생존 전략으로 만든 기업이다.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이던 신희중 대표는 “연구보다 제조가 더 어렵고 흥미롭다”는 생각으로 1993년 창업에 뛰어들었다.초기에는 자금난·경쟁·보이지 않는 텃세가 겹쳤지만, 직접 트럭을 몰아 납품하고 연구·생산·직원 교육까지 도맡으며 회사를 키웠다.진천 이전 뒤 2480여 대의 공작기계와 로봇·측정장비를 갖춘 스마트 생산 체계를 구축했고, 현재는 수출 500만불 탑, 동탑산업훈장을 수상한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특히 “100만 개 중 1개도 불량이 나와선 안 된다”는 ‘제로 PPM’ 품질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공정별 자동화와 정밀 측정 시스템을 갖추며, 고급 전기차(GV90·EV9)용 샤프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
- ▲ 이윤정 명전바이오 대표기 기업을 창업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 농약 사고에서 출발한 명전바이오… 친환경 규산염으로 농업 혁신두 번째 명전바이오는 기술보다 ‘필요’와 ‘절박함’에서 출발했다. 농약 사고로 남편을 잃은 이윤정 대표는 “더는 이런 비극이 있어선 안 된다”는 마음으로 친환경 농자재 개발에 뛰어들었다. 수용성 규산염 기술을 도입해 공정을 세우기까지 4~5년의 실패와 투자 부담을 견뎠고, 결국 안정적인 공정을 완성해 진천에 공장을 세웠다.명전바이오 제품은 사과 열과·일소 피해를 70% 이상 줄이고, 농약 사용량을 감소시키는 효과로 농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축산·양식·반려동물 사료로도 확장해 시장을 넓히고 있으며,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 10여 개국에 수출 중이다. 최근엔 중국 내 짝퉁 확산이라는 위기도 있었지만, 원료 수출 방식으로 전환하며 신뢰 회복에 나섰다.김 원장은 “농업·환경·먹거리 안전성을 결합한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
- ▲ 김영배 원장은 강연을 통해 “동하정밀의 ‘제로 PPM’ 품질혁신, 명전바이오의 눈물 어린 친환경 도전, 쉐메카의 유기 2차전지처럼 결국 기업을 살리는 것은 사람·현장·기술에 대한 집요한 투자”라고 밝혔다.ⓒ김정원 기자
◇ 리튬의 한계를 넘어… 쉐메카의 유기 2차전지 도전세 번째 쉐메카는 청주대 김재광 교수가 창업한 유기 2차전지 스타트업으로,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구조적 한계를 정면으로 겨눈 기업이다.유기물 기반 전극 소재를 50도 안팎에서 합성해 만들기 때문에 희소금속 채굴이나 고온 소성이 필요 없고,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도 획기적으로 적다.무엇보다 안정성이 강점이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120도 전후에서 분리막 손상으로 열폭주가 발생하는 것과 달리, 유기 2차전지는 250도에서도 발화가 없었다.충·방전 수명도 길어 웨어러블 기기, 인체 부착형 센서, 향후 의료용 이식형 기기 등에서 ‘대체 불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쉐메카는 유럽 자동차사와 시제품 테스트를 진행하며, 해외 투자사로부터 ESS·데이터센터용 적용 제안과 2500억 원 규모 투자 검토 요청도 받은 상태다. 이를 양산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공정 수율 향상과 대규모 설비 구축이 필요해, 지역적 지원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결국 사람과 현장”… 충북 미래산업의 조건김영배 원장은 강연을 마무리하며 “동하정밀의 품질혁신, 명전바이오의 친환경 기술, 쉐메카의 차세대 에너지 도전은 모두 사람이 만든 결과”라고 평가했다.그는 “충북이 자동차 부품·바이오·2차전지 분야에서 다음 세대 산업의 향방을 잡으려면 규제 완화, 인증·R&D 지원, 전문인력 양성, 그리고 해외시장 개척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또한 “지금 충북 기업인들이 보여주는 집념과 실험정신이 결국 지역 산업 생태계를 지탱하는 힘이 될 것”이라며 “이 세 기업이 충북형 미래산업의 첫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