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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명화 충청북도의회 정책복지전문위원실 정책지원관.ⓒ충북도의회
도민을 대표하는 충청북도의회는 집행부인 충청북도와 함께 지역의 현안을 고민하며 정책 개선을 위해 자치입법을 제・개정하고, 예산 심사와 행정사무감사 등을 통해 감시와 견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의회, 특히나 도내 복지정책을 비롯해 양성평등, 가족, 청소년 등과 관련한 정책을 관장하는 ‘정책복지위원회’에 몸담고 일을 하다 보면 지역의 발전 속에서도 남녀 간 정책 및 제도적으로 여전히 남녀 간 역할의 벽이 유독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 직장에서는 여전히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관리직의 여성 비율이 낮고 가정에서는 여전히 돌봄의 책임이 ‘여성’에게 치우쳐 있다.
법과 제도는 평등을 보장하고 있지만, 인식의 벽은 여전히 높다. 특히, 충북의 성평등지수는 지난해 발표 때보다는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시・도 단위 비교에서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그래서, 양성평등은 제도와 함께, ‘인식 개선’이 나아가야 한다.
옛말에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 했다. ‘조화롭게 어우러지되 같을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남성과 여성이 서로 다름을 존중하면서도 동등한 기회를 공유할 때 비로소 사회는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이는 곧 ‘평등은 차이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는 것’이라는 단순하지만 깊은 진리다.
우리가 삶을 영위하고 뿌리를 내리고 있는 ‘충북’이 더욱 조화롭게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의 개선 목표를 생각해봤다. 먼저, ‘교육’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성역할 고정관념 없이 사고하도록 돕는 성평등 교육이 절실하다. 학교 뿐만 아니라 학부모, 교사, 지역사회 모두가 성인지 감수성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마을 도서관이나 청소년 문화센터에서 함께 참여하는 성평등 독서 프로그램이나 토론회도 좋은 실천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두 번째로는 생활 속 문화다. 각종 기관이나 기업, 주민 모임 등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와 행동에 담긴 성차별적 요소를 돌아봐야 한다. 충북 도내 시・군이 협력해 ‘양성평등 실천 마을’이나 ‘존중문화 캠페인’을 추진한다면, 지역공동체의 분위기, 문화의 변화가 커질 수 있다.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로 인식될 때, 진정한 변화가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제도적 뒷받침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제도들이 제대로 작동해 누구든지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는 여건과 인식이 자리매김해야 한다.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해도 드러나지 않는 백안시(白眼視)와 다양한 형태의 불이익으로 돌아오지 않고, 중소기업에서도 유연근무제가 당연하게 작동하도록 행정과 기업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평등한 가정이 사회 평등으로, 균형 잡힌 가족 관계가 지역의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이 된다.
중국의 사상가 공자가 ‘남녀유별(男女有別)’이라는 말을 남겼다지만, 이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별을 뜻하지 않았다. 그 의미 속에는 분명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서로 돕고 존중하라는 인간관계 조화가 담겨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도 바로 이런 균형감각이다.
양성평등은 여성만의 과제가 아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그리고 딸과 어머니가 함께 만들어 가는 공통의 가치다. 조화로운 평등 속에서 서로가 존중받는 사회, 그 곳이 바로 충북이 향해야 할 따뜻한 미래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