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체감하고 세계가 주목한 ‘K-컬처 도시 천안’의 성취, 그리고 다음 10년을 향한 질문
  • ▲ ‘2025 천안 K-컬처박람회’ 개막식 중 대형 태극기가 무대위에서 휘날리고 있다.ⓒ천안시
    ▲ ‘2025 천안 K-컬처박람회’ 개막식 중 대형 태극기가 무대위에서 휘날리고 있다.ⓒ천안시
    [편집자주] 천안 K-컬처박람회가 올해 3회째를 맞아 대한민국 대표 한류 관광형 박람회로 자리매김했다. 

    문화·산업·정신이 융합된 복합 플랫폼으로 발전하며 K-컬처의 가치를 세계에 확산시키는 동시에 지역경제 활성화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본지는 이번 3부작 기획 시리즈를 통해 박람회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향후 발전 방향을 심층적으로 짚어본다.

    ◇3년의 실험, 천안이 만든 ‘K-컬처 박람회 모델’

    지난 6월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2025 천안 K-컬처박람회’는 단순한 지역 축제를 넘어, 한국형 한류 관광 박람회 모델이 실현된 첫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K-컬처, 세계 속의 한국정신을 담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 충청남도, 천안시, 독립기념관이 공동 주최했다.

    5일간 35만6000여 명이 행사장을 찾았고, 외국인 관람객은 3만6000명에 달했다. 단순한 방문 수치 이상의 의미는 ‘천안’이라는 지역이 한류 확산의 중심 도시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기념관이라는 역사 공간에서 문화와 산업, 정신이 어우러진 행사는 ‘지방도시가 국가 브랜드를 견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현실로 증명했다.

    ◇균형 잡힌 프로그램, ‘소비’보다 ‘참여’로

    박람회는 올해 한층 정교해진 운영으로 ‘균형’과 ‘참여’를 키워드로 삼았다.

    체험, 공연, 산업 전시, 먹거리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유기적으로 배치해 특정 프로그램 쏠림 현상을 줄였다.

    광장 곳곳에서 열린 버스킹과 미니콘서트는 관람객의 체류 시간을 늘렸고, 가족형 콘텐츠는 세대 간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AI와 결합한 ‘K-산업관’은 박람회의 방향성을 상징했다.

    VR·AI 체험, 영상콘텐츠·게임 산업 전시는 K-컬처가 단순한 ‘한류 소비’가 아니라 기술과 창의가 결합된 산업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러한 기획은 천안 박람회가 ‘콘텐츠 소비 중심의 페스티벌’에서 ‘미래산업과 문화가 융합된 플랫폼’으로 변모했음을 의미한다.

    ◇세대·문화·국가를 잇는 ‘소통의 무대’

    올해 박람회가 거둔 가장 큰 성과 중의 하나는 세대와 국경을 아우르는 소통 구조였다.

    아이돌 무대와 레트로 음악 공연이 한 공간에 공존했고, 어린이 뮤지컬과 공예 체험이 가족 단위 관람객을 끌어들였다.

    입구의 ‘웰컴존’에서 열린 상시 공연은 시민이 곧 ‘참여자’로서 축제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한 시민은 “아이와 부모 세대가 같은 무대를 함께 즐길 수 있었다”며 “천안 박람회만의 따뜻한 정체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한류 행사를 넘어, 도시 전체가 하나의 문화 플랫폼으로 작동하는 구조적 변화로 읽힌다.

    ◇행정의 완성도, 신뢰를 키우다

    천안시는 올해 박람회 운영에서 행정적 완성도를 한층 높였다.

    대중교통 증편, 순환버스 운영, 냉방쉼터와 수유실 확충 등 세심한 편의 제공이 관람 만족도를 높였다.

    안전총괄과를 중심으로 경찰·소방·의료기관이 협력해 ‘무사고 박람회’를 이뤘고, 관람객 1인당 평균 체류시간이 지난해보다 30% 늘었다.

    이는 박람회가 ‘행사형 이벤트’에서 ‘시민 신뢰형 축제’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 12개국 대사관과 문화기관이 참여한 ‘글로벌 독립문화페스타’ 프로그램에서 ‘자유와 연대’를 주제로 한 공연을 참석자들이 관람하고 있다.ⓒ천안시
    ▲ 12개국 대사관과 문화기관이 참여한 ‘글로벌 독립문화페스타’ 프로그램에서 ‘자유와 연대’를 주제로 한 공연을 참석자들이 관람하고 있다.ⓒ천안시
    ◇K-정신의 세계화, 독립기념관에서 빛나다

    가장 상징적인 프로그램은 ‘글로벌 독립문화페스타’였다.

    12개국 대사관과 문화기관이 참여해 ‘자유와 연대’를 주제로 한 공연을 선보이며, 한류의 정신적 뿌리를 재조명했다.

    독립기념관이라는 공간이 가진 역사성과 맞물리며 ‘K-Spirit의 세계화’라는 새로운 서사를 완성했다.

    특히 청년 예술가들의 합동 퍼포먼스는 해외 언론에 보도돼, “한류와 독립정신의 만남”이라는 독창적 평가를 얻었다.

    SNS 해시태그 #천안K컬처박람회가 15만 회 이상 언급된 것은 이러한 서사적 감동이 온라인 공감으로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천안이 만든 K-컬처 생태계, 대한민국 문화정책의 미래

    3년의 실험을 거친 천안 K-컬처박람회는 이제 ‘지역 기반 한류 생태계’의 모델로 자리했다.

    민관 협력, 시민 자발적 참여, 청년 세대의 창의적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중앙 중심의 문화정책 패러다임에 균열을 냈다.

    행사 중복성이나 예산 낭비 논란은 운영의 완성도와 지역경제 효과로 자연스럽게 해소됐다.
    천안이 증명한 것은 분명하다.

    지속 가능한 K-컬처의 힘은 더 이상 서울 중심의 스타 시스템이 아니라, 지역이 만들어내는 문화 생태계의 다양성이라는 점이다.

    ‘천안형 K-컬처’의 실험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축제를 넘어, 교육·산업·관광이 결합된 상설형 문화도시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일이다.

    그 길 위에서 천안은 이미 대한민국 문화정책의 미래를 선취하고 있다.
  • ▲ 독립기념관 광장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관심있게 바라보는 관람객들.ⓒ천안시
    ▲ 독립기념관 광장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관심있게 바라보는 관람객들.ⓒ천안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