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주시청 모습.ⓒ공주시
    ▲ 공주시청 모습.ⓒ공주시
    충남 공주시에서 벌어진 '쪼개기 발주' 비리는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니다. 이는 명백히 제도를 악용한 부패 행위이며, 공직윤리의 근본을 무너뜨린 사건이다. 

    동일한 공사를 인위적으로 나눠 특정 업체와 반복적으로 수의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은 지방정부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공주시 공무원들은 지난 2월 생활민원 공사 2건을 같은 업체에 맡기며 계약일과 공사 기간이 같음에도 불구하고 각각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단 한 번의 사례가 아니다. 2022년부터 올해 초까지 무려 52건의 공사가 이 같은 방식으로 쪼개 발주됐다. 공사비는 대부분 1000만 원 이하로 분리됐고, 동일 기간 도로보수 공사를 지역별로 인위적으로 나누는 등 조직적인 불법 관행이 이어졌다. 

    유구읍에서도 82건의 공사가 특정 업체에 돌아갔고, 2900만 원 규모의 마을길 확장공사를 두 건으로 나누는 꼼수까지 확인됐다.

    이런 행태는 '예산의 효율적 집행'이라는 행정의 기본 원칙을 정면으로 배신하는 것이다. 장비비와 인건비가 중복 지급되며 예산 낭비가 발생했고, 무엇보다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불공정한 행정이 반복됐다. 

    이는 명백히 '지방계약법'위반이며, '이해충돌방지법'의 취지에도 정면으로 반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불법 관행이 오랜 기간 반복됐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일부 공무원의 일탈이 아니라, 조직 내 묵인과 방조가 있었음을 방증한다. 감사 결과가 단순히 '주의'나 '재발방지' 권고로 끝나서는 안 된다. 

    관련 공무원 전원에 대한 엄정한 징계와 형사적 책임 추궁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공주시 감사실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말뿐인 ‘대책’으로는 시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투명한 계약 시스템 도입, 정기적인 계약 감사 확대, 내부 신고 활성화 등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

    공직사회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부패를 합리화하는 순간, 시민의 세금은 사적 이익의 도구로 전락한다. 공주시의 '쪼개기 발주' 사건은 지방행정의 도덕불감증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보여주는 경고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공직사회 전반의 계약 관행을 철저히 점검하고 부패 고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 시민의 신뢰는 철저한 책임과 단호한 개혁으로만 되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