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인재(人災), 비상 시설도 무용지물… 시스템 총체적 부실 드러나”“직원만 사투, 리더는 무능… 기관장 대기발령은 너무 늦었다”
  • 지난 17일, 충남 홍성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충남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다. 연구원 지하에 있는 주차장과 전기실, 심지어 비상 발전시설까지 물에 잠기며 정전이 발생했고,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연구·실습실은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사무실만 외부 전력을 끌어와 가까스로 운영 중인 형편이다.

    이 사태를 단순한 자연재해로만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보건환경연구원은 도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감염병 검사, 수질·대기 분석, 해충 감시 등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폭우로 인한 수인성 감염병과 해충 번식 위험이 커지는 시점에서, 이런 핵심 기관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것은 도민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다.

    특히 이번 침수 사태는 예고된 인재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피해 발생 당시 보고는 늦었고, 대응은 허술했다. 폭우가 예상된 상황에서의 사전 대비는커녕, 비상 발전시설조차 지하에 설치돼 전기실과 함께 물에 잠겼다. 정작 위기에 작동해야 할 비상 시설이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기관장 리더십의 부재다. 침수 이후 초기 보고부터 복구 대응까지 혼선을 빚은 데다, 일부 직원들만이 자발적으로 방어벽을 쌓는 등 대응에 나섰다는 점에서 조직 관리의 붕괴가 드러났다. “전쟁이었다면 전 직원이 사지로 끌려간 셈”이라는 내부 반응은 현장의 위기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충남도는 사태의 책임을 물어 보건환경연구원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너무 늦은 판단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조직의 리더는 평상시보다 위기 때 평가받는다. 현장에서 “어느 직원이 이런 기관장을 따르겠느냐”는 자조가 나올 정도였다면, 이는 단순한 실수나 판단 미스 수준이 아니다. 기관장의 무능이 직원 전체를 위협했고, 조직 전체를 마비시킨 것이다. 이는 리더십 실패이자, 공공기관 운영 책임자로서의 직무유기다.

    충남도는 이번 사태를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보건환경연구원의 구조적 취약성과 함께, 재난 대비 매뉴얼의 부재, 초기 대응 지연, 보고체계 불능 등 총체적인 문제를 뼈아프게 되짚어야 한다. 무엇보다 ‘정상화’라는 말로 서둘러 수습하려 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구조적 개선과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공공기관은 도민의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그 보루가 얼마나 허술한지 보여줬다. 그 허술함이 결국 무능한 리더십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충남도가 재난에 강한 행정 시스템으로 다시 태어날 절호의 기회다. 공공기관의 무능은 곧 도민의 위기다. 이를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