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칠맛의 비밀’ 만드는 기업…식품 대기업의 ‘숨은 조력자’ 감칠맛 소재부터 수백 가지 원료까지…국내 대기업의 필수 파트너원료 사용 500여개 기업… “과학적 분석·연구 완성도 높은 맛 구현”“식품 가공 기술의 발전…전통 음식점과 가공식품 산업의 경계 허물어져”라면 수프의 거장 박 회장, ‘대전 꿈돌이 라면’ 개발 주도
  • ▲ ㈜아이씨푸드 창업자인 박균익 회장이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길표 기자
    ▲ ㈜아이씨푸드 창업자인 박균익 회장이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길표 기자
    “우리가 먹는 라면, 소스, 조미료 등에는 감칠맛을 내는 핵심 원료가 숨어 있다. 이 원료를 만드는 기업이 없다면, 대기업들이 원하는 맛을 구현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박균익 ㈜아이씨푸드(대전시 유성구 대학로 87 파인빌딩 6층) 회장(66)의 말이다. 그는 CJ, 대상, 풀무원, 농심, 오뚜기 등 굴지의 식품 대기업과 협업하며, 감칠맛을 비롯한 다양한 식품 소재를 생산하는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원료는 수백 가지에 달하며, 고객사가 요청하는 대로 맞춤형 제품을 개발한다.

    박 회장은 “예를 들어, 대기업에서 볶음 마늘 맛, 돈가스 소스, 크림치즈 풍미를 구현해달라고 하면, 저희가 그것을 연구하고 만들어 공급한다”고 이렇게 설명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식품 원료를 생산하는 ㈜아이씨푸드는 한국의 ‘케이푸드(K-Food)’ 열풍과 함께 해외 시장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식품 원료의 수출은 쉽지 않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의 원료 가격이 해외보다 높은 편이라, 원재료를 수입한 뒤 가공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자동차 산업이 해외에서 엔진 부품을 수입한 뒤 국내에서 조립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박균익 회장, 농심연구소서 ‘라면 수프’ 개발 전문가

    충남대 식품학과를 졸업한 박 회장은 원래 농심 연구소에서 라면 수프를 개발하던 전문가였다. “제가 라면 수프를 연구하면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그는 오랜 연구 끝에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기업과 협력해 최적의 맛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그는 ‘감칠맛’이라는 요소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 ▲ 박균익 ㈜아이씨푸드 회장이 대전 본사 연구실에서 소조 제조 연구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이길표 기자
    ▲ 박균익 ㈜아이씨푸드 회장이 대전 본사 연구실에서 소조 제조 연구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이길표 기자
    감칠맛은 단순한 짠맛, 단맛, 신맛과는 다르게 음식의 풍미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요소다. 이러한 감칠맛을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가공 기술과 연구가 필요하다.

    최근 식품 산업의 흐름은 점점 더 가공식품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는 “예전에는 냉면을 직접 만들어야 맛있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대기업이 만드는 냉면도 맛이 좋죠? 그것이 바로 가공 기술의 발전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전통적인 요식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박 회장은 “식당들이 점점 힘들어지는 이유는 가공식품의 발전 때문입니다. 기존에는 손맛이 중요한 요소였지만, 이제는 가공 기술이 이를 대신하고 있다”며 “하지만 프랜차이즈 업계는 오히려 이러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비가푸드 같은 프랜차이즈들은 저희의 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백종원 브랜드의 일부 메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회사는 현재 ㈜아이씨푸드의 원료를 사용하는 곳만 500여 개 업체에 달한다. 대전 본사에만 100여 명의 직원이 연간 4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알짜 기업이다. 그는 “요식업과 가공식품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통 음식점들도 식품 공학 기술을 접목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제는 전통 음식점들도 변화해야 한다. 단순히 조리 기술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분석과 연구를 통해 더욱 완성도 높은 맛을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국내외 외식업체들은 자체적인 연구소를 설립하고, 식품 과학자들과 협력해 새로운 맛을 개발하는 추세다.

    한국의 음식 문화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K-푸드’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박 회장은 “해외시장에서는 한국의 감칠맛에 관한 관심이 높다. 우리는 단순한 조미료 제조를 넘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 ▲ 박균익 ㈜아이씨푸드 회장이 자신이 라면 소스를 만들어 공급한 라면제품을 들고 밝게 웃고 있다.ⓒ이길표 기자
    ▲ 박균익 ㈜아이씨푸드 회장이 자신이 라면 소스를 만들어 공급한 라면제품을 들고 밝게 웃고 있다.ⓒ이길표 기자
    ◇K-푸드 감칠맛, 조미료 제조 넘어 ‘글로벌 경쟁력 연구’

    현재 ㈜아이씨푸드는 일본, 동남아, 유럽 등 다양한 국가로의 진출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현지 식문화와 트렌드를 반영한 맞춤형 원료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박 회장은 베트남 호치민(2010년), 하노이(2023년)에 법인을 설립, 다양한 시즈닝 및 소스생산, 베트남산 식품, 원료 등 해외에 수출하고 있으며, 한식의 현지화를 목표로 다양한 한식류, 도시락류 유통 등을 통해 연간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는 단순한 비즈니스 확장을 넘어, 베트남과의 문화적 교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는 매년 충남대학교에서 베트남 유학생 1000여 명을 1박 2일간 초청해 축구대회(IC FOOD CUP)를 개최하며, 이를 통해 양국 간 친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매년 한국에서 공부하는 성실한 유학생을 선정해 어학당부터 학사, 석‧박사 과정의 등록금을 지원해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아이씨푸드 임직원들은 이뿐만 아니라 연탄 나눔과 나눔 보따리, 지구환경 지킴이 등 다양한 나눔 활동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우리가 함께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긍정적인 기반을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런 교류를 통해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박 회장은 “문화 교류가 단순한 친선 활동을 넘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박균익 회장, ‘대전 꿈돌이 라면’으로 ‘지역의 맛’ 요리

    특히 대전의 정체성을 담은 ‘대전 꿈돌이 라면’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대전시 및 대전관광공사와 협력해 탄생할 이 라면은 짬뽕, 소고기 라면 등 4~6종으로 구성되며, 매운맛 강도 조절이 가능한 분말스프와 꿈씨 캐릭터 스토리를 접목해 차별화를 꾀한다. 출시 전 시민과 기자단의 관능 테스트를 거쳐 완성도를 높이고, 오는 5월 정식 출시된다. 
  • ▲ 박균익 ㈜아이씨푸드 회장이 추진하는 ‘대전 꿈돌이 라면’ 포장재. 대전 꿈돌이 라면은 5월 출시 예정이다.ⓒ㈜아이씨푸드
    ▲ 박균익 ㈜아이씨푸드 회장이 추진하는 ‘대전 꿈돌이 라면’ 포장재. 대전 꿈돌이 라면은 5월 출시 예정이다.ⓒ㈜아이씨푸드
    동구 소제동에 ‘꿈돌이네 라면가게’를 시범 운영해 소비자 반응을 살핀 후 전용 매장 개장을 검토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꿈돌이 라면이 단순한 식품을 넘어 대전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혁신 사례가 될 것”이라며 포부를 다졌다.

    박 회장은 마지막으로 “식품 가공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욱 다양하고 정교한 맛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연구와 개발을 이어나가며, 한국 식품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아들과 함께 몇 년 후 1천억 원대의 매출을 달성을 기대하고 있는 등 ‘감칠맛의 비밀을 만드는 강소기업’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의 정형식 팀장은 “최근 한국 식품의 국제적 인기에 힘입어, 라면, 과자, 소스류 등 아이씨푸드의 대표 제품군이 해외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K-Food 수출 트렌드가 지속해서 확대됨에 따라, 아이씨푸드의 글로벌시장 진출 전망은 매우 밝다”며 “향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수출 다변화 전략을 통해 기업의 성장잠재력을 더욱 높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