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전기고급감리원으로 태양광 공사현장서 첫 감리 성공적” “해솔직업사관학교서 다문화·탈북민 전기 이론·실기 가르쳐 보람” “전기고급감리원 등 자격증 4개 …이모작 하니 와이프가 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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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직하자마자 시작한 ‘인생 이모작(二毛作)’, 역시 바쁘네요.”40년간 대부분 실업계 중‧고등학교 교사와 교장으로 근무하다 2023년 2월 퇴직한 김선규 전 강원 인제군 신남고등학교 교장(64‧강원도 춘천시 온의동)은 정년퇴직한 그 주 주말만 쉬고 그다음 월요일부터 ‘전기고급감리원’으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김 전 교장은 퇴직하고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생활을 힘들어하면서도 새로운 ‘인생 2모작’을 만끽하고 있다.그는 “함께 학교에 근무했던 동료들이 매일 쳇바퀴 돌듯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하다가 막상 퇴직하니 즐겁게 잘 지내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무료한 생활에 하소연하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나는 퇴직 후가 더 바쁘다. 퇴직한 뒤 몇 달간은 휴식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지만, 감리회사에서 양구 수상 태양광 공사현장에 감리할 사람이 없다고 하도 사정을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첫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김 전 교장은 교사생활을 하면서 학생 못지않은 학습에 대한 열정으로 전기기사, 전기기능사, 전기고급감리원, 전기고급기술자 자격증을 취득한 것이 새로운 생활을 하는데 뒷받침이 됐다.그는 지난해 2월 28일 정년 퇴직한 뒤 그다음 주부터 양구 수상 태양광 공사현장에 감리원으로 출근했다. 교사를 하면서 따 놓은 전기 고급감리원 등의 자격증을 취득한 것을 확인한 감리회사에서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춘천에서 1시간 거리의 공사현장의 감리는 처음이기도 하지만, 얼마나 일이 힘들었는지 입술이 다 부르텄다.김 전 교장은 “감리회사와 일을 하겠다고 약속을 했으니 안 할 수 없고 어쩔 수 없이 시작했는데, 새로운 생활에 차츰 적응돼 지난해 12월 전기감리 일이 무사해 끝났다. 하지만 또 다시 공사현장에 불려갈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교사로 근무할 당시 전기고급감리원 등 4개의 자격증을 따 놓은 것이 ‘2모작 인생’을 시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몸은 고달프지만, 아침 일찍 출근할 곳이 있어 좋고, 열심히 일하니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도 퇴직 후 출근하는 모습을 가장 반기는 이가 아내다. 그는 “부인이 하릴없이 TV를 보고 잔소리를 하며, 아침‧저녁으로 밥 차려달라고 할 줄 알았더니 출근을 하니 쾌재를 부르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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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교장은 “지난해 태양광 전기감리 일을 병행하며 춘천 해솔직업사관학교에서 다문화‧탈북자 등을 대상으로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이론과 실기(야간 주 3회 2~3시간)를 가르치고 있다. 성과도 있었다. 그가 가르친 3명은 전기기사 자격증, 1명은 이론 과목을 합격했다”고 설명했다.이어 “다문화‧탈북자들은 안정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만, 전기기능사 자격을 따기 위한 학업이 만만찮다. 우리 학생들도 공부하기가 어려운데 외국에서 살다 국내에 들어와 말과 글이 서툰 다문화‧탈북민이 하기는 더욱 힘들다. 전기기능사 이론 90%가 수학·물리학이 복합된 교과이기 때문에 너무 어려워한다. 그래서 내가 도와줘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이론 수업까지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그는 “전기기능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이론·실기 학습 난관을 극복하고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다문화‧탈북자들이 정말 대견스럽다”며 흐뭇해 했다.김 전 교장은 “지난해 3월부터 해솔직업사관학교에서 전기 자격증반을 운영, 7명이 수업을 들었다. 이 중 전기기능사 자격증 취득자 3명, 이론 합격자 1명, 그리고 현재는 2명이 자격증반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며 “내가 가르친 학생 중 4명(자격증취득 3명)이 대학에 진학했고, 군입대 1명(자격증취득‧대학 입학 확정 후 군 입대), 2명은 산업체에 취업,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그러면서 “작년에는 감리일과 야간에 수업을 병행하느라 엄청 힘들었다. 지난 1월부터는 감리 일을 하지 않아 낮에 수업하고 있다. 해솔직업사관학교 전기 자격증반 운영은 퇴직하기 전에 아이들을 가르치기로 약속을 했으니 안 할 수도 없고 해서 정말 힘들었다. 힘들지만 정말 보람된 일을 하고 있다. 당분간 해솔직업사관학교에서 전기기능사 자격증취득을 위해 다문화‧탈북민을 돕겠다”고 약속했다.김 전 교장은 “3월에 내가 가르친 학생들이 전기기능사 시험을 보는데 잘 봤으면 좋겠다”며 “중국과 북한에서 살다 온 학생들은 잘 따르고 순박하다.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이들이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직업이 필요한데, 전기기능사 자격증은 취업에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그는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쌍리에서 태어나 고향에서 미원초‧중학교, 청주공고, 1982년 충남대 전기학과를 졸업한 뒤 영월 마차중‧고등학교에 초임발령을 받은 뒤 영월공고, 김화공고, 춘천기계공고를 거친 뒤 강원도교육청 장학관, 춘천애니고등학교 교장에 이어 인제 신남고등학교에서 교장을 끝으로 2023년 2월 28일 정년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