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로고

[박규홍의 시사칼럼] ‘넘사벽’ :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

박규홍 칼럼니스트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입력 2022-12-07 16:21 | 수정 2022-12-31 14:28

▲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서원대학교

# 1. 2011년 8월에 대구광역시에서 개최되었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친구들과 함께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육상 종목은 야구, 축구 등의 구기 종목과 달리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게 아닌데다가 우리나라 선수들의 기록이 세계 수준에서 많이 뒤져서 관심이 적은 터라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육상대회를 참관했다.

육상이 기본 운동 종목이긴 하지만 올림픽 경기에서 육상 종목에 왜 그리 메달이 많은 건지에 대한 의문과 불만이 평소에 많았다. 그에 비하여 구기 종목은 여러 사람이 함께 피나는 훈련과 경쟁으로 결승전에 올라가는 건 데도 달랑 메달 하나만 주는 게 불합리하지 않나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보면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일 거다.

그런데 막상 처음 보는 세계육상대회에서 필자는 육상의 넘사벽을 접했다. 그냥 막연하게 보았던 육상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던 이유가 한눈에 분명하게 보였던 게다. 

‘육상의 꽃’이라는 100m 결승전에 나온 미국과 유럽, 아프리카계 선수들로부터 뿜어 나오는 신체의 아우라(aura)가 장난이 아니었던 게다. 우리 선수는 물론이고 아시아계 선수들의 체격이 비교 안 되었다. 굳이 자동차에 비유하면 미국 흑인 여자 선수는 바퀴 휠 크기가 20인치가 넘는 고성능 차라면 아시아계 선수는 14인치 휠 바퀴의 경차로 비유하면 걸맞았다. 경차가 최고 속도로 달린들 고성능 차를 앞지를 수 없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양의 아프리카계 선수들은 하체가 상체보다 긴 데 비해 아시아 특히 동양계 선수들은 상체가 하체보다 길어서 단순한 뜀박질을 하더라도 서양이나 아프리카계 선수들을 앞서기 어렵고, 특히나 단거리 경주에선 족탈불급(足脫不及)임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이변이 없는 한 올림픽에서 미국과 아프리카계 선수가 메달을 휩쓸 수밖에 없는 게다. 

일부 기록 경기(높이 뛰기, 장거리, 던지기 등)에서는 혹시 그들을 넘어설 수는 있겠으나 단거리 육상경기에서는 체형이 변하지 않는 한 한국인이 우승하는 일은 불가능한 일임 눈으로 직접 확인했던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였다. 육상 100m 경기에서 아프리카계 미국 선수들은 우리 선수들의 ‘넘사벽’이었다.             

#2. 지난 2주 동안 온 국민을 열광시킨 FIFA 월드컵 조별 예선전과 16강 전이 끝나고 8강전이 진행되고 있다. 남은 경기는 소위 축구 강국이라는 유럽과 남미 국가팀들의 잔치가 되어 조별 예선전 보다는 국민의 흥미가 덜하다. 그런데도 지난 2주 동안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이 보여준 기대 이상의 투혼과 성과에 아직도 가슴이 울리고 있다. 

오늘 축구 국가대표선수들이 개선 귀국하고 내일은 대통령이 초대한 만찬이 예정되어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하여 우리는 대한민국축구가 적어도 세계 중위 그룹 이상의 수준에 이르렀고 이제 16강에는 너끈하게 진입할 정도는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차기 대회에서 더 크게 역할을 할 인재들이 여럿 있음도 확인되어 전도가 밝다는 것도 확인했다. 

한국 축구가 세계 축구계의 변방을 벗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약진을 한 건데, 그러면서도 인터뷰에서 충만한 의욕과 진정한 애국심과 자긍심을 선수들이 보여줘서 운동도 잘하지만 참 반듯하게 성장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뭉클하고 콧등이 시큰했다. 특히 손흥민 선수의 리더십과 반듯한 언행은 MZ세대들에 대한 국민의 믿음을 더 공고하게 만들었다.

극적인 16강 진입으로 끈기와 용기, 기술과 실력을 고루 갖춘 대한민국축구 국가대표팀은 나무랄 때 하나도 없었다. 예전에는 기량도 국민 눈에 차지 않는데다가 돌출 패션이나 돌출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선수들도 있었지만, 이번의 선수 26명 중 그런 선수가 하나도 없었다. 인성까지 제대로 갖춘 국가대표선수였다.

#3. 12월 5일 새벽 4시에 벌어진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 우리 선수들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1대4로 패배했으나 그동안 너무 잘 싸운 선수들을 탓하는 국민은 없었다. 혹시나 하는 기적을 기대했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브라질과 맞붙어 싸우는 우리 선수들을 보면서 축구에도 우리 선수들이 넘지 못하는 넘사벽이 아직 있고 그 팀이 브라질 팀이었음을 재차 확인했다. 

축구의 역사를 따져봐도 비교가 안 되지만 브라질의 기술과 역량을 따라잡기엔 역시 족탈불급임을 실감했다. 그러나 언젠가는 우리나라 국민의 체형이 바뀌어서 넘사벽 단거리 육상경기에서 올림픽 금메달 딸 날이 올 것이란 기대처럼 축구 월드컵에서도 브라질 같은 넘사벽을 뛰어넘어 FIFA 월드컵을 제패할 때가 올 거란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 

예선전도 통과 못했던 시절, 본선에 진출한 국가팀이 무척 부러웠던 한국 축구였다. 본선에서 1승도 못했던 시절, 16강은 언감생심이었던 시절, 그런 역경을 딛고 이젠 16강은 떼놓은 당상으로 생각하는 한국 축구로 도약했다. 이제 차근차근 8강 진입을 예사로이 여기고 4강에 진입하고 미래의 넘사벽 한국 축구가 되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그 모든 것이 국력의 뒷받침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10위권 안팎을 점유하는 강하고 부유한 나라로 국력이 신장하였다. 그 모든 게 현명하고 부지런한 국민 덕분이라고 본다. 수준이 떨어지는 정치권만 빼고 그렇다.

비록 오늘의 넘사벽 브라질 축구팀을 이기지 못했지만, 우리 축구 국가대표선수들이 매우 자랑스럽다. 그들에게 열렬히 박수를 보낸다. 참 잘 싸웠다. 대한민국 홧팅이다.     
뉴데일리 댓글 운영정책

뉴데일리 경제

대구·경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