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 차종에 사고車 번호판 붙여 대출 받아‘25억 가로채’화물차 등 구입 중개…대출신청한 뒤 중개점 지급 ‘악용’
  • ▲ 거액의 대출사기에 이용된 사고차량.ⓒ충남경찰청
    ▲ 거액의 대출사기에 이용된 사고차량.ⓒ충남경찰청
    충남 당진경찰서(서장 조대현)는 사고차량을 멀쩡한 차로 둔갑시켜 상습적으로 거액의 대출을 받아 편취한 사기 피의자 A 씨를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당진경찰서에 따르면 할부금융회사(캐피탈사) 5개사와 대출 업무 위수탁 약정을 맺고 금융상품 판매대리 중개점을 운영하며, 차량구입자금 등이 필요해 대출을 원하는 사람들과 캐피탈사를 속이고 대출금 25억7000여만원을 가로챈 피의자를 4개월 간 추적 끝에 지난 14일 경남 사천시 삼천포항에서 A 씨를 검거해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피의자는 화물차량이나 특수차량을 구입하려는 사람에게 대출을 중개해 주며 캐피탈사에 대출을 신청한 뒤, 캐피탈사에서 대출이 승인되면 대출금이 대출신청자가 아닌 중개점으로 지급돼 차량 구매자금으로 사용되는 점을 악용해 중간에서 대출신청자의 대출금을 자기가 받아 편취했다.

    교통 사고나 화재로 인해 폐차 직전인 차량들을 저렴하게 구입한 뒤 동일 차종에 사고 차량의 번호판만 붙여 대출을 받는 속칭 ‘번호판 갈이’ 수법으로 캐피탈사로부터 대출을 받아 대출금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캐피탈사는 실제 차량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해 중개점 대표인 피의자가 보내온 차량의 사진만으로 대출을 승인하거나 실물 확인 없이 대출을 승인하면서 대출신청자들의 피해가 더 커진 것으로 확인돼 이에 대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실례로 폐차하려는 차량을 1600만원에 구입해 이를 담보로 1억7000만원까지 대출을 받는 등의 수법으로 캐피탈 5개사와 대출신청자 25명을 속이고 약 25억7000여만원의 대출금을 받아 가로챘다. 
  • ▲ 거액의 대출사기에 이용된 사고차량. ⓒ충남경찰청
    ▲ 거액의 대출사기에 이용된 사고차량. ⓒ충남경찰청
    가로챈 대출금은 대부분 다른 대출 계약자의 대출금을 돌려막는데 사용되거나 휴대전화 게임 아이템 구매, 바다 낚시 등 여가비용과 생활비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의자를 통해 대출을 신청한 사람은 대부분 코로나19로 인해 생계가 힘들어지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운수업에 막 뛰어든 사람들이거나 화물운수업에 종사해온 개인사업자들로, 한 사람 당 적게는 4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6000만원까지 대출 채무를 떠안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차량을 이전 받지 못하고 대출금도 받지 못했으나 캐피탈사의 할부금 독촉으로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이 두려워 울며겨자먹기식으로 할부금을 납입하거나 소송을 진행하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경찰은 “화물기사를 모집해 피의자에게 차량 구입자금 대출을 받도록 유인한 모집책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고, 피의자에 대한 사건이 계속 접수되고 있는 만큼 추가 피해 파악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금융감독원에 캐피탈사들의 부실 대출방지, 중개점 관리 등 제도개선을 위해 통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