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청 간부공무원 ‘초비상’…김 지사, 연일 실국원장 ‘질책’
  • ▲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5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민선 8기 출범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충남도
    ▲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5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민선 8기 출범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충남도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취임 100일을 맞은 가운데 충남도청 간부공무원들에 대해 연일 질책이 이어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김 지사는 지난 4일 실·국·원장회의에서 “간부들에게 서운하고 싫은 소리를 해야겠다”며 작심 발언을 했다.

    그는 “실·국·원장들이 민선 8기 도정방향과 제가 추진하고자 하는 부분에 대해서 같이 공유를 못 한 것 같다”고 혹독하게 지적하자 회의장에 일순간 냉기가 돌았다.

    그러면서 “실·국·원장들이 보고는 아주 일상적이고, 아이디어는 제대로 가져오지 않고 가끔 안 된다고만 이야기한다. 그러면 저와 같이 일을 못 한다”고 경고하자 간부 공무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김 지사의 의중은 도청 수장이 바뀌었지만, 개혁과 변화는커녕 결재하고 도장만 찍는 ‘전형적인 철밥통’ 간부와는 함께 못 가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또, 김 지사의 이 같은 질타는 최근 ‘갑질 논란’ 등 도청 간부들이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즉, 일부 간부들이 민선 8기 ‘힘쎈 충남’ 및 도정방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김 지사 역시 취임 100일을 맞았지만, 도청 조직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5일 충남도청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김 지사는 “우리가 하는 일들은 쉬운 일들이 아니다. 그러려면 간부들이 어떻게든 해야 하겠다는 집념과 열정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관행이 밑에서 올라온 결재 서류에 도장만 찍는 그런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 실·국·원장들은 부서의 장관이라고 생각하고 도지사가 지시하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도지사에게 이런 일을 하자고 제시하는 등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도정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실·국·원장들이 나름대로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아직 제 눈에 좀 덜 찬다”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김 지사가 간부들에게 혹독한 비판을 연이어 한 것은 최근 미국 뉴욕 방문 당시 동행한 도청 주무관의 적극적인 일 처리와 현지에서의 활약상 등을 보고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팀장과 주무관들은 열심히 하는데 상대적으로 간부들은 적극적으로 도정을 챙기지 않고 아이디어도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5일 민선 8기 ‘힘쎈 충남’ 100일 기자회견을 마친 뒤 오찬장에서 기자들에게 “뉴욕 방문 당시 주무관들이 정말 적극적으로 일 처리를 잘했다”며 “실력 있는 이들을 과감하게 사무관으로 발탁, 함께 일을 하고 싶을 정도”라고 극찬했다. 

    이어 “차기 인사는 도지사 취임 후 제 의중이 실린 첫 번째 인사다. 도청 실·국·원장 중 민선 8기 도정방향 등을 공유하지 못한 간부 등에 대해서는 인사에 반영시키겠다”며 연말 인사 가드라인을 제시했다. 

    결론적으로, 김 지사가 민선 8기 힘쎈 충남, 도정 방향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못하고, 능력이 떨어지는, 자질 없는 간부를 솎아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