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원전기술 보유…文정부 들어 탈원전 정책 등으로 ‘홀대’ 최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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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원자력 연구의 산실인 대전 유성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19년 2월 3일 설립 60년을 맞는 의미 있는 해다원자력연구원은 1959년 서울 공릉동에 설립됐으며 국내 연구원 최초 설립이라는 상징적인 기록을 갖고 있다. 이어 원자력연구원은 1978년 대전 유성구 현 위치로 이전, 대전 원자력연구원 시대를 개척한 것을 시작으로 대덕 연구단지에는 각종 연구시설 등이 잇따라 들어섰다.하지만 최근 기자가 찾은 원자력연구원은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현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등으로 인한 홀대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원장마저 장기 공석으로 ‘적막감’이 감돌며 위기감이 팽배하다.대전 원자력연구원은 연구직·기술직 1227명과 지원인력 111명 등 1596명이 근무하고 있는 연구중심의 매머드급 조직이다.지난 해 중도 사퇴한 하재주 원장 재임 당시에는 원자력 발전을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 ‘새로운 기준으로 다시 시작하자’는 슬로건으로 원자력 발전‧연구에 박차를 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와 정치권에 눈치를 보며 세계 최고의 원자력 기술을 보유했음에도 비전도 희망도 기대할 수 없는 딱한 처지로 급전직하했다.25개 출연연의 관리기관인 국가과학기술연구소 이사회가 차기 원자력연구원장 공모를 위한 절차에 들어갔으나 직원들은 과연 정부가 내부 지원자들 중 원장을 선출(2월 말 또는 3월 초)을 할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이사회가 ‘적격 인물이 없다’며 재공모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내‧외부에서 16명이 차기 원장 공모에 지원했으나 외부 인사들은 모두 탈락했다. 현재 내부에서 박원석 소듐냉각 고성로 사업단장과 정용환 책임연구원(전 융합기술개발본부장), 지광용 책임연구원(전 연구개발 부원장) 등 3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마치고 인사검증 작업 등 차기 원장 선임에 들어갔다.이들 모두 자타가 공인하는 원자력과 관련된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갖춘 탁월한 업적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로 세 사람 중 누가 원장이 되더라도 연구원을 이끌어 가는데 문제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문재인 정부 들어서 탈원전 정책이 진행되며 최근 미래 원자력 인재를 배출하는 ‘원자력’ 관련 학과의 신입생 지원이 감소했다. 이는 현 정부 들어 원자력 관련 인재들이나 미래 인재들이 원자력학과 진학을 기피하는 것은 미래 원자력 연구에 대한 비전이 없다고 보고 있어서다.이처럼 세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원자력연구원이 홀대를 받으며 한국 원자력의 미래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불투명하고 암울한 시대를 맞고 있다.◇ 설립 60주년…원장은 장기 공석원자력연구원 직원들은 원자력연구원 설립 60주년을 맞아 각종 의미 있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먼저 원자력연구원은 60년을 맞아 오는 4월 9일 과학의 날에 기념식을 갖기로 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슬로건을 공모하고 있다.이어 두 달간 원자력 개발 60년을 되돌아보는 성과전시회 등을 기획하고 있으며, 연구기관 관련자와 세계적인 원자력 석학 등이 참석하는 국제심포지엄도 4월에 개최할 계획이다.하지만 원자력연구원을 이끌어 갈 원장의 공석으로 설립 60주년을 맞아 각종 행사 등을 제대로 치러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내 순수 기술의 결정판 ‘하나로’대전 원자력연구원에는 우리 기술로 개발된 국내 유일의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HANARO)’가 설치돼 있다.1980년대 급증하는 원자력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1985~1995년까지 설계‧건설‧시운전을 거쳐 완성된 하나로는 핵연료 및 원자로 재료 실험‧중성자 빔 이용 연구‧의료 및 산업용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 및 연구개발, 암 치료 연구 등에 이용되고 있다.하나로는 연구원이 건조한 열출력 30MW급 고성능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로 원자력 연구개발에 필수적인 높은 중성자 속(고속중성자 2.1x1014 n/cm2.sec, 열중성자 5x1014 n/cm2.sec)을 지닌 국내 유일의 거대 원자력 연구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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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로 가동 중단·방사능 유출 논란그동안 잦은 고장으로 가동을 멈췄다가 재가동하기를 반복해왔으나 순수 우리 기술이라는 점에서 하나로는 연구원의 자랑거리임은 틀림이 없다.하나로 가동 중단 및 화재 등 사고는 2004년 4월 27일 보수작업 중 50ℓ의 중수가 누수된 것을 비롯해 △2005년 5, 6월 환경시료 분석과정에서 방서성 요오드 검출 및 방사성 물질 요오드 131 누출 △2006년 1월 원자력연구원 내 조사재 시험시설 필터 화재 발생으로 일부 방사능 물질 누출 △2006년 11월 하나로 원자로 수주 내 작업 중 작업자 비정상 피폭 △2007년 8월 IAEA 특별사찰 대상 물질인 농축 우라늄 0.2g 등이 든 시료상자 분실에 이어 같은 해 10월 연구원 숙소 전기합선 추정 화재가 발생하는 등 6차례 화재 발생 △2011년 2월 하나로 원자로 반도체 위이퍼 작업 중 실리콘 덩어리를 담은 알루미늄 통이 수조위로 떠오르면서 방사능 유출됐다. 당시 방사선 백색비상 발령을 하기도 했다.또한 2017년 1월 방사성 폐기물 불법 폐기처분, 12월 하나로 원자로 수조 방사선 차폐용 고온층 두께 부족으로 수동정지, 2018년 6월 방사성 폐기물 해체 폐기물 무단 절취, 폐기 등 불법행위, 7월에는 하나로 원자로 정지봉 위치 이상신호로 자동 정지, 같은해 12월 하나로 원자로 냉중성자 계통이 수소 압력 이상으로 수동 정지 등의 사고가 발생했다.이처럼 하나로가 잦은 고장으로 멈춰서는 데다 화재와 원자력 내진보강 문제 등으로 시민들과 갈등은 겪어왔다.2017년 3월부터 활동을 해온 대전 원자력시설 안전성 시민검증단은 “시민 안전 차원에서 안전성 검증과 하나로 원자로 내진보강공사를 마친 뒤 하나로를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사상폐기물 처리 등 놓고 갈등도 문제최근 원자력연구원은 대전시민들과 방사성 폐기물 반출 문제를 놓고 잦은 갈등을 겪으면서 고민도 커지고 있다. 방사능 유출과 방사성 물질 보관 등으로 시민들의 불안감을 계속 표출하며 갈등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다.현재 원자력연구원에는 보관된 원자력 방사성 폐기물은 2만여 드럼이다. 지난해 1000 드럼을 반출했지만 여전히 보관된 방사성 폐기물이 많아 시민들이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원자력연구원은 대전시와 원자력 물질과 관련해 정보를 공유하며 시민들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시민들은 방사성 폐기물 등의 조속한 처리와 관련해 여전히 불만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연구원은 방사성 수치와 관련, 정문 전광판에 감지기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방사성 측정양을 공개하고 있고 연구원 홈페이지에도 그 수치를 올려놓고 있다.연구원은 올해부터 대전시와 안전실무협의회를 구성, 지난해 원자력 안전성 시민검증단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정기적인 의견 수렴을 하고 있다. 또한 방사성 수치와 관련해 지자체의 감시차량을 순회, 운영하며 방사성양 수치를 체크하고 있다.원자력연구원 한 관계자는 “‘감용기술’의 발전으로 부피를 줄여 드럼에 많이 채우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방사성 폐기물을 담는 드럼 수를 줄이는 한편 20년 후에는 방사성 폐기물을 원자력연구원에서 완전히 반출할 예정”이라고 전망했다.설립 60주년을 맞은 한국원자력연구원. 안타깝게도 세계 최고의 원자력 기술을 보유하고도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변방으로 밀려나 있다. 대한민국 최초로 설립된 연구원으로서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지 사뭇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