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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100년 먹거리로 포장됐으나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좌초된 청주공항항공정비사업(MRO)이 사업초기부터 추진의지가 약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충북도의회 산업경제위원회는 지난 9일 충북경제자유구역청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벌여 그동안 비밀에 쌓여 있던 아시아나항공과의 사업추진 관련서류 공람을 요청했으나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엄재창 의원은 17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경자청이 비공개 감사를 요청하며 아시아나항공 관련 서류를 보여줄 듯 하더니 뚜껑을 열어보니 아무것도 없었다”며 “아무리 기업보호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동안 그렇게 감춰오던 것이 결국 없다는 것을 알고 허탈함을 금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면서 서류 한 장 없이 전화로 만 업무를 진행한다는 점에 수긍이 가지 않는다”며 “처음부터 MRO사업에 대한 추진의지가 없었거나 약해 보인다”고 허탈해 했다.
그러면서 “산경위 의원들이 오늘 쯤 보강감사를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사업의지가 없다고 판단돼 실효성이 없을 것 같아 보류했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9월 9일 충북도의회는 아시아나항공이 사업포기를 선언하며 좌초된 MRO사업에 대해 ‘MRO특위’를 구성하고 사업실패 원인분석에 들어갔다.
엄재창 의원을 위원장으로 출발한 MRO특위는 “충북도 항공정비산업 전반에 걸친 사업추진현황을 철저히 점검해 올바른 정책대안을 마련하고 도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항공정비산업점검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게 됐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당초 충북도는 KAI와 손을 잡고 당연히 사업에 참여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졌다가 KAI가 경남사천으로 선회하면서 한차례 뒤통수를 맞았다”면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선택했지만 그나마도 지난해 1월 협약체결 이후 미온적이고 수동적인 입장으로 일관하다가 결국 또 외면당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충북도가 MRO사업을 추진한 것은 믿었던 KAI가 사천으로 떠나자 아시아나항공을 다음 대상자로 결정했지만 아시아나항공 마저 떠나자 포기한 것이 전부다.
MRO특위는 지난해부터 4개월여의 활동 끝에 전상헌 전 경자청장의 경질과 남아있는 에어로폴리스 1·2지구 처리 문제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며 막을 내렸다.
그러나 경자청이 아시아나항공 관련 서류를 공개하지 않자 여러 곳에서 다양한 의구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당시 경자청은 ‘기업보호’를 명목으로 공개불가를 주장했으며 근 1년여를 끌어오다가 이번 행정사무감사에서 전격 공개했지만 결과는 아무것도 없었다.
엄 의원의 주장처럼 “말로만” 추진한 사업이 과연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겠느냐는 질타가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한편 초대형 사업인 MRO를 재정비해 제대로 된 지역의 먹거리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역의 한 경제인은 “대형 항공기 정비사업은 바다가 없는 충북에서는 처음부터 무리였다”며 “청주공항을 중심으로 소형 경부품 정비단지나 드론 생산·정비 단지 등으로 새롭게 컨셉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항공 관련 사업은 청주 인근의 경공업 단지와 연계해 새로운 아이템을 접목시킨다면 충북의 미래 먹거리로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청주공항MRO사업 등 대형사업은 단체장의 추진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해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지역경제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