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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빛과 색깔, 생각을 가진 작가는 그의 손끝에서 창조적인 작품을 만들어 내고 그 작품이 세상에 나와 다른 사람들과의 삶에 합류한다.
작품이 세상의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 그 뒤안에는 산고를 끝내고 또다시 새 작품에 몰두하는 작가의 치열함과 고독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이처럼 치열하게 독자적인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이 한 마을에 모여 ‘공예촌’을 이룬 곳이 있다. 바로 충북 진천군 문백면의 ‘진천공예마을’이다.
진천공예마을은 도자·목칠·전통가구·원목·한지·금속·염색·미술·보석가공·전통연·디자인연구소 등 30여 종류의 다양한 공예가들이 입주해 작품 활동을 하는 말 그대로 공예마을이다.
대부분의 예술촌이 보여주기식 전시형 공간으로 조성돼 생명력이 약하지만 진천공예촌은 실제 작가들이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하는 살아있는 마을이다.
마을 입구부터 곳곳에 ‘이곳은 공예마을’이라고 알리는 갖가지 조형물이 저마다 자태를 뽐내고 있으며 집들도 작가들의 개성을 닮아 독특하고 아름답다.
청주시문화재단이 지역 공예가를 소개하는 책 ‘공예와 함께하는 즐거운 소풍’에 소개된 주요 작가들을 만나본다.
소목장 박종덕 작가의 목우당에서는 전통과 현대를 자연스럽게 버무린 전통소반을 만날 수 있다. 박 작가의 작품에는 전통을 고수하지만 과거에 갇혀 있지 않겠다는 작가의 고뇌가 배어있다.
순백의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백자는 벽촌도방의 김장의 도예가의 몫이다. 김 도예가는 “작품이건 사람이건 연출은 부자연스럽다”며 멋을 부리지 않는 작품을 고집한다. 바로 백자다.
김진규, 은소영 부부가 함께 작업하고 있는 진도예에서는 점토에 문양을 조각해 구운 도자기에 음각을 찍어 장식하는 인화분청과 은은한 아름다움을 지닌 백자 투각을 만날 수 있다.
그림과 공예의 영역을 넘나드는 물외당 손부남 작가의 작품에는 자연과 동물, 사람의 조화가 배어있다. 거부감 없는 형태와 조형미가 빚어내는 그 만의 예술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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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그대로 닮기 위한 예술 분야가 천연염색이다. 고래실의 연방희 작가는 충북을 대표하는 천연염색 분야의 대가다. 연 작가는 “자연을 닮아가는 행위가 곧 최고의 예술”이라는 신념으로 자연을 소재로 자연의 이야기를 작품 속에 담아내고 있다.
보기만 해도 차를 마시고 싶게 만드는 예쁜 잔과 오종종한 그릇은 여울공방 손종목 도예가의 손끝에서 나온다. 손 작가의 작품은 사랑스럽고 멋진 생활미학이 배어있어 누구든 한번 보면 갖고 싶어진다.
이외에도 진천공예마을에는 다양한 분야의 공예작가들이 작품 활동에 열중이며 도자박물관과 방문객을 위한 체험관, 판매시설 등이 마련돼 있다.
특히 공예마을의 작가들은 고품질의 공예 상품 개발을 통한 공예의 발전을 이끌고 있으며 청주공예비엔날레 및 청주공예관, 이천도예촌 등과 밀접한 교류를 펼치고 있다.
다음달 13일부터 청주시 옛 연초제조창 일원에서 열리는 ‘2017청주공예비엔날레’도 진천공예마을의 많은 작가들이 참여해 지역의 수준 높은 작품들을 선보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