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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의회 김학철 의원(자유한국당)의 ‘설치류’ 발언이 우리 사회를 들끓게 하고 있다.
그가 국민들을 ‘레밍’ 같다는 말로 비하했다. 레밍은 설치류의 한종류로 한 개체가 절벽에서 뛰어내리면 나머지 개체들도 생각없이 뛰어내린다.
군중심리에 지배된다는 것인데, 한 사람이 문제를 제기하면 나머지 사람들도 생각없이 동조한다고 김 의원은 말하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자신의 생각은 없이 누군가에게 선동당하는 바보로 아는 것이다.
지난 16일 충북 청주지역 등에는 시간당 90㎜의 사상 유례없는 폭우가 쏟아져 주택과 농경지가 물에 잠기고 다리가 끊기는 등의 큰 피해를 입은 가운데 김 의원의 발언은 ‘불난 집에 기름 끼얹는 격’이 됐다. 그의 발언은 충북도민들의 명예와 자존심마저 꺾은 것으로 부끄럽기 짝이없다.
충북지역의 수해는 재난지역을 선포해야 할 정도로 상당히 심각하다. 충북도가 20일 잠정 집계한 피해금액이 300억원 가까이 되면서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벌써부터 수해복구에 필요한 예산이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이재민 수백여명이 집과 가재도구가 폭우에 휩쓸려 나가 며칠째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임시시설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 아닌가.
의원들도 사람인 이상 판단을 잘못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잘못에 대해서는 진솔한 사과와 함께 뼈를 깎는 대오각성의 모습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수해복구에 앞장서고 이재민들을 위로해야 할 충북도의원들이 유럽연수를 강행한 것은 너무나 부적절했다. 방문국에 대한 약속도 충북의 수해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면 된다.
이런 와중에 반성하기는 커녕 김학철 의원(행정문화위원장)은 국민들을 향해 가슴에 비수를 꼽는 막말을 했다. 그의 국민을 비하하는 ‘설치류’ 발언은 수해를 입은 이재민들의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행위로, 자해행위나 마찬가지가 됐다.
김 의원은 KBS 기자와의 통화에서 “무슨 세월호부터도 그렇고, 국민들이 이상한, 제가 봤을 때는 뭐 ‘레밍’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집단 행동하는 설치류 있잖아요. 만만한게 지방의원이냐. 지방의원이 무소불위 특권을 가진 국회의원처럼 그런 집단도 아닌데…”라는 막말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국민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사고 있다.
김 의원은 말이 비수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 의원의 막말은 앞서 20대 대선에서도 구설수에 올라 충북도의회 징계위원회에 회부되기도 했다.
그는 이번 막말로 인해 정치생명이 사실상 끝났다. 자유한국당은 21일 김 의원 등 유럽 연수를 떠났던 3명의 의원에게 제명을 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내년 공천은 고사하고 당장 자리마저 위태롭게 됐다.
1980년 존 워컴 주한 미군사령관은 “한국인은 들쥐같다. 그들은 누가 지도자가 되든지 간에 따라간다. 또 그 지도자가 어떤 인물인지 불문하고 따라간다”는 한국인을 비하하는 ‘들쥐근성’ 발언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킨 바 있다.
우리는 김 의원이 지금이라도 진솔하게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그 책임을 다하는 본분을 지켜줄 것을 촉구한다. 사람은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민의를 대표하는 선출직은 자신의 한 말에 대해 당당하게 책임지는 자세가 더더욱 필요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