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대회의실서 주민들과 대화…“피해 보상 대책 마련하겠다”
  • ▲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12일 도청 앞에서 충주테크노폴리스 원안 추진을 주장하는 주민들과 만나고 있다.ⓒ김종혁 기자
    ▲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12일 도청 앞에서 충주테크노폴리스 원안 추진을 주장하는 주민들과 만나고 있다.ⓒ김종혁 기자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지난 10일 포기를 선언한 충주에코폴리스 사업에 대해 번복할 뜻이 없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원안 추진을 요구하는 충주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이 앞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충주지역 주민들은 12일 충북도청 정문 앞에서 충주에코폴리스 사업의 추진을 요구하는 항의 집회를 진행하며 이시종 지사와의 면담을 요구했다.

    이날 주민들은 머리에 초상집에서 쓰는 건을 쓰고 집회에 참가했으며 김용관 주민대책위원장 등 2명이 삭발식을 거행하며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당초 서울 출장 중이던 이 지사가 오후 4시쯤 도청에 도착해 주민들과 대화를 시작할 때만 해도 사업 포기에 대한 번복이나 아니면 또 다른 대책을 내 놓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지만 상황의 반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지사는 “처음부터 중단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후회스럽다”며 “그동안 추진 상황으로 볼 때 지금 포기 하는 것이 도와 도민들에게 덜 손해를 끼치는 것이라고 판단해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업을 포기 하면서 정치인 이시종과 인간 이시종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며 “주민의 표를 의식한 정치적인 판단이라면 포기하지 않고 계속 밀고 나갈 수도 있었겠지만 인간적으로 도민에게 더 큰 손해를 끼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재산권 침해 등으로 억울하고 분하겠지만 모든 원망은 도지사인 나한테만 해 달라. 내가 총대를 메겠다”며 “앞으로 그동안 주민들이 입은 여러 가지 피해 보상에 대해 충주시와 협의해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 ▲ 12일 충북도청 앞에서 충주테크노폴리스 원안 추진을 주장하는 주민들이 삭발식을 거행하고 있다.ⓒ김종혁 기자
    ▲ 12일 충북도청 앞에서 충주테크노폴리스 원안 추진을 주장하는 주민들이 삭발식을 거행하고 있다.ⓒ김종혁 기자

    사업 포기를 고수하는 이 지사의 태도에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김용관 위원장은 “이 사업이 처음 시작될 때 나는 반대추진위원장이었다. 그동안 찬성과 반대로 갈라진 주민들의 마음을 찬성으로 돌리기 위해 많은 주민들이 노력해왔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포기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오늘 우리 주민들은 ‘우리는 죽었다’는 생각으로 두건을 쓰고 도청에 왔다. 그만큼 절박하다”며 “도지사의 사업포기는 무엇인가 정치적인 판단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비판했다.

    주민 A씨는 “그동안 지역은 각종 규제로 멈춰져 버렸다. 철도 터널 발파 공사로 집이 무너져 내릴 때도 도지사를 믿고 기다려 왔는데 포기가 웬 말이냐”며 강하게 원안 고수를 주장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도 “엊그제 경자청에 전화할 때만 해도 ‘잘 돼가고 있다’고 대답했었다. 개발되면 이사 가려고 빚내서 집까지 마련했는데 이제 어쩌란 말이냐”고 반문했다.

    계속되는 주민들의 사업추진 요구에도 이 지사는 “정치적인 판단으로 ‘다시 검토해 보겠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건 나를 속이고 여러분을 속이는 것이다. 지금 용단을 내리는 것이 맞다고 판단된다”며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주민들의 아우성이 일자 김용관 위원장은 “분노가 넘치고 슬프다. 우리가 이렇게 힘이 없는지 미처 몰랐다”며 “주민을 살리는 길은 다시 사업을 시작하는 것 뿐”이라고 못 박으며 다음을 기약하기 위해 자리를 파했다.

    결국 이시종 지사와 주민들과의 만남은 원론적인 입장차만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김용관 위원장은 “앞으로 주민의 뜻이 관철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혀 주민들의 사업 추진요구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인다.